가장 깊게 몰입하면서 봤던 ‘아무도 모른다’를 잊을 만큼의 작품이었다.
영화는 사오리의 시점에서 아들 미나토와 생기는 갈등으로 시작된다.
이후 미나토의 학교 선생님, 같은 반 친구 요리의 시점으로 확장 되어가는데 이 전개가 마치 내가 오해했던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 같았다.
사오리에 몰입했다가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다시 미나토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연출이 정말 좋았다. 하나의 사건을 영화로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이었다.
나는 영화감독이 그리는 아이들의 세계를 좋아한다. 어른의 시선이 아닌 진짜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 그 세계에는 어른과 사회 시스템의 부재가 늘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영화 전개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물론, 영화 속 사소한 사운드도 정말 좋았다.
여기서 나온 이 소리가 알고 보니 저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는 점 등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작은 소리 하나에도 귀 기울여 듣고 기억 해놓고 그 소리의 비밀을 발견하면서 듣는 것도 ‘괴물’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고레에다 감독은 순간 순간 그 장소에 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했는데, ‘괴물‘에서는 굉장히 복잡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소년들이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대사를 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 영화는 학교폭력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