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에게 감사(갑상선암 수술, 동위원소 치료 - 신촌 세브란스 병원)

[뜨락]

2008년 10월 21일

오늘은 갑상샘 미세침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마침 출장 장소가 이대목동 병원을 지나가야했습니다.

악성일 확률은 5%라 했던가? 발가락까지 꼼지락거리며 퇴근 후 할일을 꼽아보며 의사와의 면담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헌데 아뿔싸~  사계절이 지나도록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던 내가 악성이라는 말에 눈물이 핑 돌며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눈물만 쏱아질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

의사 면담 후에는 출장도 가야하고 아들 놈 데리러 신촌에도 가야하고 문협 회의도 있고 친정어머니를 인천에 모셔다 드려야하고 친구 약국에 들러 영양제도 받아와야 하는데....

모든 일정을 뒤엎고 집으로 가 펑펑 울까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평상시 처럼 예정된 일을 차례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절대 잊을 수 없었던 그날도 평상시처럼 하루 해가 저물었지만 한 숨도 자지 못 한 채 훌쩍거리며 갑상샘이라는 낯선 녀석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하얗게 밤을 지샜습니다.

이주일 후에는 아들 놈 서울대 디자인 학부 수시 시험 1, 2차 가 연달아 있고

그 다음 주에는 수능 시험이고

다시 이주일 후에는 3차 면접 시험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녀석 시험일에 싸 줄 도시락 걱정을 한참 하고 있던 차에 이 무슨 .....

어떤 위안도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많이 외롭고 슬펐습니다.

어둡고 긴 터널 한 가운데 나 홀로 외롭게 서서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11월 25일

1,2차 수시시험에 합격한 녀석 면접 시험보는 날,

녀석을 시험 장소에 들여보내고 녀석에게 힘과 용기를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난 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하러 갔습니다. 26일 정웅윤 교수로 부터 로봇수술, 30일 퇴원 다시 2009년 4월 1일 방사능 동위원소 치료를 받았습니다.

수술 받고 입원실로 돌아오면서 눈물이 울컥 쏟아졌습니다. 갑상샘에게 너무 미안했거든요

갑상샘이라는 너무도 낮선 이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 장기인 줄도 몰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를 위해 그토록 헌신했었는데 무참히 떼어져 나갔구나 ......

이제와 생각해보니 갑상샘암은 제 인생에 있어 크나 큰 선물이었습니다.

처참한 누더기로 포장되었기에 겉모습만보고 그만 경악하며 무서움에 벌벌 떨었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과 내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배려와 삶의 본질에 대한 분별과 감사함이 들어 있었습니다.

내 안에 있을 때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갑상샘 호르몬을 열심히 퍼올리더니 내 몸에서 떼어져 나갈 때는 내게 이렇듯 깨달음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2008년 가을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그 후 삶에 대한 용기와 자신감은 오히려 더 생겼고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분별 할 줄 알게 되어  일상이 더욱 평안해졌습니다.

아들놈도 그 어려웠던 순간을 잘 이겨내 합격을 하여 얼마 전에는 신입생 학부모 초청을 받아 관악 캠퍼스에 다녀왔습니다.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신지와 만나지만 그런 불편함보다는 갑상샘암이 내게 베풀어 준 선물이 너무 크고 귀하기에 오늘도 살짝 눈웃음 지으며 신지와 다정한 인사를 나눕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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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갑상선암. 갑상선결절.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기능저하증.갑상선염.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갑상선질환,

갑상선동위원소, 동위원소치료저요드식,  등등의 병명(병의 종류, 병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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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찬]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담히 써 주셨네요 아마 잘 이겨내셔서 그러셨으리라 봐요. 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밝은 세상]

갑상선암은 이제부터 자신의 건강에 신경쓰면서 살으라는 경고내지는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것은 분명한것 같네요~~늘 건강하세요~~

[뜨락]

네 루디찬님 밝은 세상님 감사합니다. 두분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미니]

공감되는글입니다...저역시 그느낌 그대로였어요~~~ 지금은 수술한지 2년정도되니까~~~ 마음의여유도 생기고...병으로인해 잃은것보다는 얻은것이 훨~~많다는 생각을하지요^^ ( 저도 신촌세브란스 박정수선생님한테 수술 받았는데..그 쌤이 강남 세브란스로 옮기셨네요~~) 암튼~~잘 이겨내신거..축하드립니다^^

[뜨락]

김미니님 감사합니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비, 꽃과 나무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소중한 것들임을 깨닫습니다. 김미니님도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수리아]

저도 그런 깨달음으로 암이란 녀석을 바라보려 합니다. 수술앞둔 제게 큰용기와 담대함을 주셨네요. 차분히 나의 소중한 갑상샘과 이별식을 치루도록 하겠습니다.

[너바나어뷰]

조금은 뒤도돌아 보고 살아라는 하는님의 경고인것 같아요. 그래도 이정도에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자녀분을 훌륭히 키우시고 남들이 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보여도 님나름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나봐요. 관리잘하시고 꼭 건강해지세요. 화이팅...

[산소]

맞아요 내몸을 소중히하라는 경고같아요 어쩜 글을 그렇게 잘쓰시는지 부러울따름입니다 우리함께 스트레스는 멀리보내고 내몸을 아끼면서 살자고요^^

[모란봉]

그래요. 지금부터 몸 관리 잘 하라는 경고지요. 스트레스 덜 받고 맘 비우고 살려는데 그놈의 집착이란 놈이 내 발목을 잡으니........언제나 거기서 벗어 날런지.....

[뜨락]

수리아님 지금쯤 얼마나 두렵고 외로우세요..가까이 계시다면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너바나어뷰님 산소님 모란봉님 비슷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이 곁에 계시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가 차분이 하루를 열었네요 행복한 날 되세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