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하게 낭만적인_Min
#12. 또다른 표적.
라이온스 그룹.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업계 1위를 10년간 고수해 왔고, 국내에 처음으
로 프리미엄급 아파트를 선보이며 30여년간 국내 기업 최고위에 있던 Sun&Moon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전 지병으로 사망한 한회장의 소식에 요즘 라
이온스의 주가는 하락세를 띄고 있었다.
민은 통유리 창 아래로 보이는 한강을 지긋이 내려다 보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
다. 하얀 담배연기가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자 마치 밖엔 안개가 내린 듯 한 착각을 불
러 일으켰다.
"사장님, Sun 쪽에서 이번에 흘린 기획안을 채택한 모양입니다."
민의 입에서 담배가 흘러나오며 입술이 포물선을 그려졌다. 통유리창에 비치는 그의
표정에 뒤에 서있는 동훈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도 이번 기회에 저희 그룹을 제치고 올라서려는 듯 한 움직임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먹이를 던져 줬는데 보고만 있을까. 덥석 물고 뜯어야지 않겠어."
"지금쯤 이상무님께 이 소식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쿡, 윗층에 있는 늙은 여우의 모습이 꽤나 보고 싶어 지는걸."
재떨이에 담배를 꾹 누르는 민의 입에서 조소가 번졌다.
이상무. 정옥의 남동생 이였다. 한회장과 정옥이 결혼하면서 그는 상무자리를 꿰찼다.
국내 4년제 경영학과를 나와 한 중소기업을 다니다 자신의 누나를 등에 업고 한회장
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이정남 상무. 야심이 가득찬 그는 민이 가장먼저 쓰러뜨려야
할 크나큰 장벽과 같은 존재이리라.
"Sun은 말야, 전자시장은 튼튼한데, 자동차 시장이 영 부실하단말야. 다음 신차개발
이 언제인지 한번 알아보도록해."
"예."
동훈은 고개를 끄덕 인 후 사장실 문을 열었다. 문앞에 서 있는 진을 보곤 동훈의 발걸
음이 뚝 멈추었다.
"오, 오셨습니까."
"오랜만이야, 동훈이 형."
"……."
"나한테까지 그렇게 고개숙일 필요 없다고 했잖아. 난 그냥 학생일 뿐이래두."
진이 웃음을 짓자 그제서야 동훈은 굳어진 인상을 폈다. 행여 조금전 민과 한 대화를
들었을까봐 동훈의 가슴이 철렁했었다.
"들어가봐도 돼지? 민이형 바쁜가?"
"아, 아닙니다. 들어가 보…"
"그러지 말라니깐 그러네. 그럼 나 들어가볼께."
동훈의 말을 자르곤 진은 사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와 동시에 동훈의 이마에 송글송
글 맺힌 땀방울이 그의 구두위로 똑 하고 들어졌다.
"뭐, 두고간거 있나."
"형."
한강을 바라보던 민이 고개를 돌렸다. 사람좋은 인상을 풍기며 웃음끼를 띤 진의 모습
에 민의 얼굴 역시 조금전의 동훈처럼 굳어졌다.
"무슨일이야. 혹시, 네 엄마가 여깄는 줄 알고 온건 아니겠지. 바로 윗층 나두고."
"엄마 보러 온거 아니야."
"네 외삼촌은 아래층인건 알고 있을테고."
"형."
진의 웃고 있던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항상 자신을 보며 말을 꼬는 형의 모습에 진은
더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용건이 뭐야."
"형, 윤희를 정말 사랑해?"
"뜬금없이 무슨소리지."
"형이 잘가던 고속도로에서 딴길로 새는 느낌이야, 난."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닌데."
"정말 그런거라면 그만둬. 원치도 않았잖아 그결혼."
"왜, 그 여자애가 말려달랬나."
순간, 진의 표정이 굳어지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진의 주먹이 꾹 쥐어지
자, 민은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 그 사고방식이 내게 먹힐꺼라 보나. 네겐 잘 된거 아닌가. 내가 윤희랑 결혼하게
되면 말야."
"알고 있었어? 승아가… 형을 좋아한다는거."
"내가 그리 둔하다 생각했나. 물론, 난 그애한테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다는건 알텐데."
진은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였다. 그 뜨거움이 머리끝까지 올라가 그
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버릴쯤, 민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
"왜, 네 사랑은 그런방식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대변이라도 해주려는 건가. 나와 그녀
를 이어주고 싶어?"
"형!"
"넌 항상 그 선한 눈으로 날 봐왔지. 근데말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네 그 눈이 그리 착
해보이진 않단말야. 내가 볼때 넌 가식 같아. 그거 알아? 네가 내게 매일같이 형, 형,
불러댈 때마다 그 웃는 얼굴을 한번 갈겨주고 싶었던거."
'퍽'
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얼굴이 돌어갔다. 진은 자신이 순간 무슨짓을 한건지 어
이없어하며 주먹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 진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드는 민이 냉소를 터
뜨렸다.
"그래, 이게 진실이지."
잠시동안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 보던 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사장실을 뛰쳐나가버렸
다. 거칠게 닫히는 사장실 문을 보며 민은 라이온스 그룹과 함께 무너뜨릴 무언가를 찾
은 듯 했다. 정옥이 가장 아끼는 그것. 그녀의 아들 진이 사랑하는 그녀. 잔혹하게 짓밟
아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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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부터 제목이 바뀝니다.
[잔혹하게 낭만적인]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들고양이 Min 12
*하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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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2
05.07.14 15:5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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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오 / ㅅ/! 제목정말 멋지네요! 다음편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