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롱 타임 노 씨’
▶ 스탠포드대가 금지한 이유
▶ 인종·성·그룹 등 비하, 비현실적 비판에 비공개
2022/12/21
스탠포드 대학이 ‘유해’ 단어라고 이 학교 웹사이트와 IT 언어에서 금지한 영어 단어ㆍ표현 목록이 보수단체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고 19일 월스트릿저널(WSJ)이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이 대학은 지난 5월 교내 ITㆍ컴퓨터 전문가들이 주도해 만든, 장애ㆍ성ㆍ문화ㆍ연령 등에서 차별적 단어들을 대체할 단어ㆍ표현들을 제시한 ‘유해 언어 제거 이니셔티브’를 승인하고 이를 공개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19일 소셜미디어에서 이 목록이 회자되고 논란이 되자 비공개로 돌렸다. 이 신문은 자사 웹사이트에 이를 공개하며 ‘스탠포드대의 허용 단어 지침’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소개했다.
스탠포드대는 ‘미국인’을 흔히 지칭하는 American이란 단어도 ‘미국 시민’(U.S. citizen)으로 바꾸도록 했다. “아메리칸은 남북 아메리카에는 42개국이 있는데 미국이 가장 중요한 국가라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약품을 쓰는지 환자 그룹이나 의사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의학 실험인 blind study, 전문가를 뜻하는 master, guru도 금지어에 올랐다. 특정 상황에 대해 ‘미쳤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때 흔히 쓰는 crazy, insane도 정신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상황을 하찮게 만든다고 배제됐다.
개인을 한 특성으로만 표현하는 단어를 금지했다. 예를 들어 마약 등 중독자로 통했던 addict도 ‘devoted/hooked’(약물에 중독된) 사람으로 바꾸도록 했다. 음치라는 뜻외에, 어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을 뜻하는 형용사 tone-deaf, 회의를 짧게 하려고 일부러 서서 하는 stand-up meeting도 장애인을 고려해 금지됐다.
동물 학대 뉘앙스가 있거나 낙태에 대한 종교·도덕적 우려를 제기하는 단어가 금지됐다. 성 정체성을 강조하는 ladies and gentlemen은 ‘everyone’으로 대체됐다. 또, 늦더위를 일컫는 Indian summer는 과거 ‘게으른’ 인디언 원주민에 대한 백인의 편견을 담고 있어서, 거부자 명단을 뜻하는 blacklist도 ‘흑인’ ‘블랙’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어 금지됐다. 허용자 명단인 whitelist도 같은 논리로 배제됐다.
“long time no see”도 금지언어 목록에 올랐다. 이미 미국 사회에서 비공식적인 인사말로 굳어졌지만, 그 유래가 영어를 못하는 ‘중국인ㆍ원주민’에 대한 비하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를 뜻하는 guru란 단어도 금지어다. 일상에서 남용되면서, 불교와 힌두교에서 ‘존경의 상징’을 뜻하던 이 단어의 원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WSJ 사설은 “스탠포드 대학이 이해 당사자 집단들과 검토해 이런 목록을 만드는 데 18개월 걸렸다”며 “치솟는 학비 부담과 학생들의 빚을 부추기는 스탠포드대 행정당국과 수많은 교직원들이 다음 번에는 뭘 내놓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또 “대학 측은 소셜미디어에 이 목록이 공개되자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했다”며 “암호가 없으면 일반인들이 stupid가 이 금지어 목록에 왜 올랐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