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제주 사는 친구가 뜬금없이 주소 불러달라고 다그치더니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 귤을 한박스씩 보내 줬답니다.
다들 맛있게 잘먹고 고마워 했는데... 주소 달라는 메시지에 외국에 사는 친구가 장난으로 제일 먼저 주소를 적어 다들 웃고 지나갔지만 웬지 마음이 짠하더라구요...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서 한국을 너무 그리워 하는 친구였거든요...
제주 친구가 보내고 싶지만 썩을 거라는 말에 변하지 않게 받을 수 있게 함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귤로 정과와 칩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도라지나 인삼, 연근 등 단단한 뿌리채소로 정과를 만들어 봤지만 귤로는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서 만드는 방법을 좀 찾아보니 수분이 많은 과일이어서 설탕에 조린 다음 말리는 건정과로 만들어야 겠더라구요...
[재료]
귤 2Kg
설탕 500g
물엿 1Cup
소금 1 작은술
먼저 귤을 작은 것들만 골라 물을 한 두번 갈아주면서 한참 담그어 놓습니다.
무농약 재배 귤이 아니어서 껍질까지 먹으려면 신경써서 세척해야 했는데 농약성분이 가장 잘 빠지는 방법이 물에 담그어 놓는 거라하더라구요. 물에 담그어 놨다가 뜨거운 물에 깨끗이 문질러 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다로 벅벅 문질러 닦은 다음 뜨거운 물로 세척...
컷팅은 양쪽 끝을 살짝 자르고 가운데 한번만 잘라 이등분하여 두께가 2~2.5cm 정도 나오게 했습니다.
껍질이 얇고 속이 노란 것이 맛있게 생겼죠...
분량의 설탕을 뿌리고 켜켜히 쌓아 귤에서 수분을 빼줍니다.
먼저 귤정과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설탕에 재운 귤의 반을 넓직한 팬에 담고 재우느라 생긴 시럽을 자작하게 넣어 줍니다.
끓이면서 국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약간 자작할 정도만 넣어주면 됩니다.
나머지 반은 계속 재워 놓구요...
센불에서 한소끔 끓으면 약불로 줄여 뭉근하게 한시간 이상 조려줘야 합니다.
끓기 시작하면 귤의 색이 서서히 빠지면서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고 과즙이 나오기 시작하여 귤들이 자체 수분에 푹 잠기게 됩니다. 이때 물엿 반컵과 소금 1/2 작은술을 넣어 주세요...
물엿을 넣는 이유는 설탕의 결정화를 막기 위함이고 소금은 단맛을 강화시켜주어 설탕의 양을 좀 줄일 수 있습니다.
한시간 이상 조려 수분이 거의 없을 정도까지 조려지면 과육이 거의 빠져나가기는 하지만 껍질이 투명하게 변하면서 젤리 같은 느낌을 주고 다시 색이 진해진답니다.
식힘망에 하나씩 모양을 잡아 주면서 얹어 여분의 시럽을 빼줍니다.
식힘망에서 그대로 건조시켜도 되지만 저는 빨리 만들려고 다시 건조기로 옮겨 하룻밤만에 뚝딱 정과 완성했습니다... ^^
완성된 귤정과에요... 겉에 설탕을 묻혀 안끈적이게도 하는데... 잘 말려주면 많이 끈적이지 않는 답니다.
오랜시간 조리기 때문에 알맹이가 온전하지 않지만 맛은 정말 쫀득하고 진한 귤향이 나는 달콤새콤한 맛이에요...
투명하게 잘 만들어졌죠...
붙여 놓음 서로 들러 붙기 때문에 하나씩 개별 포장하여 박스에 담았답니다.
귤정과가 완성 되었으니 이제 귤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재워 놓았던 귤들을 모두 건져 따로 담아 놓구요...
정과 만들었던 팬에 나머지 추출된 시럽들을 모두 넣고 물엿, 소금, 그리고 저는 생강을 한조각 넣어 주었답니다.
바글바글 끓여주다 재워 놓았던 귤들을 데쳐 주면 되는데요...
대략 30초 미만으로 앞뒤로 시럽에 데쳐 줍니다. 이때 오래 데치면 색이 빠져 예쁘지가 않으니 시간 잘 봐야 합니다.
데친 귤들을 건조기에 넣고 역시 하루 반나절 정도 건조해 줍니다.
완성된 귤칩...
귤칩은 속알맹이들이 다 살아 있지요...
그래서 껍질부분은 바삭하고 속부분은 쫀득하며 촉촉한 식감이랍니다.
이 아이들은 정과보다 덜 달고 귤향도 듬뿍 머금고 있지요...
데치고 난 시럽은 생강조각 빼고 따로 담아 놓는데 귤과육이 충분히 추출되었기 때문에 귤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뜨거운 차로 드셔도 되고 탄산수를 넣어 귤에이드로 드셔도 되죠...
생강 맛이 살짝 나서 더 맛있답니다. 차로 드실때는 귤칩을 하나 띄워 주면 더 분위기 살겠죠...?
귤칩은 4개씩 포장하여 담았습니다.
외국으로 보낼 선물세트 완성입니다. 흰색 리본박스는 감말랭이에요...
이건 서울사는 친구가 집앞에 감나무에서 딴 감을 줘서 역시 건조기에 말렸는데요...
시간 조절 잘해서 너무 바싹 말리지 말고 쫄깃하게 말리는게 요령입니다.
올해 귤도 풍년이라지만 감도 풍년이라 얼마나 많이 줬는지 몰라요... 감나무 심은 이래 최고로 감이 많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귤정과, 귤칩, 귤청, 감말랭이로 구성된 해외배송용 깜짝 '드림박스'가 완성이 되었구요...
오늘 아침에 우체국 가서 EMS로 보내고 왔습니다.
외롭고 고달픈 외국생활에 친구들이 보내준 작은 정성이 위로가 되었음 좋겠네요...
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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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먹을거리입니다.
제주 귤정과와 귤칩은 처음 듣는 말입니다.
침 많이 넘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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