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떨때 가장 재미있어하는 단골 메뉴중 하나가 누구 흉보기다.
우연치 않게 집에 놀러온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온전히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동네에서 제법 먹고
산다는 목욕탕집 주인아줌마 얘기였다.내가 좋아하는 예쁜 순이 엄마얘기니 귀가 쫑끗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층 벽돌집에 큰 굴둑이 지붕위로 솟아있는 우리동네 하나 밖에 없는 목욕탕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설날 명절을 10여일 앞두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갈구리로 돈을 쓸어담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날 흉보기의 골자는 순이 엄마가 너무 있는 티를 내 꼴사납다는 것이었다. 먼저 말문을 연 옆집 대구댁은
얼마전 시장통에서 순이엄마를 만났는데 순이엄마가 덥다며 한동안 손부채질을 하기에 뭔가해서 봤더니
못보던 반지를 끼고 있더라고 했다.눈꼴은 시었지만 동네유지이고 해서 반지가 이쁘다고 한마디 해줬다고 한다.
그랬더니 화색이 돌며 1캐럿 다이아반지라며 한창 자랑을 늘어놓더니 급기야 점심을 사겠다며 끌어당겨 밥을
거하게 얻어먹었다고 했다.
그러자 또 한 아줌마도 순이엄마가 담이 들렸는지 모르겠다며 왼쪽 가슴쪽을 자꾸 두드리기에 봤더니 못보던
진주브로치를 달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아줌마는 순이엄마가 자꾸 머리를 귀 뒤로 넘겨 봤더니 새로산
귀고리를 달고 있더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수다를 떨었다. 나는 설마 순이엄마가 그럴리가 있겠는가 하며
그때는 아줌마들이 괜히 부럽고 시샘이 나 그런거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그런일이 있고나서 15~6년이 지나 회사에 입사했을 때 이웃한 부서의 K부장님을 보면서 동네 아줌마들이 흉봤던
순이엄마의 데자뷰를 느꼈다. K부장님은 파마로 슈베르트 머리를 한데다 파이프 담배까지 물고 있어 범상치
않은 예술가같은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그런데 이분이 몇일전부터 한겨울인데도 팔을 걷어부치고 근무를 하셨다.
난방이 잘 돼있어 와이셔츠바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팔까지 걷는 사람은 없었다.
가만보니 번쩍이는 새것같은 금장시계를 차고있었다. 옛날 아주머니가 반지 이쁘다고 한마디하고 순이엄마한데
점심을 거하게 얻어먹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장난기가 발동해 나도 한번 해봤다."부장님 그거 롤렉스 금장시계
아닙니까?"했다. 역시나 K부장님은 얼굴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K군, 자네 눈썰미가 있어, 이거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않은데"하며 약속없으면 점심이나 하자고 해서 나도 점심을 잘 얻어먹었다. 남자나 여자나 과시욕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런일이 있은지 한참후에 K부장님이 파이프담배를 입에 문채 의자에 앉아 구두바닥이 보이게 발을 까딱 까딱
하기에 봤더니 조그만 라벨같은 종이가 붙어있었다. 아무리 새구두라도 바닥에 붙은 종이라벨은 떼어내야 하는데
눈길을 끌려고 했는지 떼지않고 신고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K부장의 이러한 행동을 꼴사납다고 백안시 했지만
나는 왠지 재밋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가는 복도에서 마주쳤을때 슬쩍 물었다.
"부장님 신고계신 구두가 간단치 않은것 같은데 물건너 온겁니까"하니까 "당신 그거 어떻게 알았어.처남이 로마에서
부쳐준 발리구두야"하며 매우 즐겁게 자랑했다. 본인 집안도 좋고 큰 부잣집 사위여서 그런지 약간 과시욕이 있기는하나
늘 여유가 넘쳤고 천성이 착하신 분이었다.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고 폼생폼사로 사시는 K부장님은 그후로 술도
사주는 나의 든든한 뒷배가 되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있다. 그런데 부자는 자신의 명품을 알아봐주는 사람에게
밥을 사주는 것 같다.
One Day는 노래도 좋지만 가슴을 울리는 애절하고 화려한 기타연주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곡을 부르고 연주한 Gary Moore는 1952년생으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Belfast)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이다.
에릭클랩튼, 지미핸드릭스의 기타연주에 빠져 13세때 기타를 익혔다.영국으로 건너가 1970년 Skid Row를 결성,
락밴드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씬 리지에 합류했고 이어 1979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해 ‘After Hours’, ‘Blues Alive’, ‘Around The Next
Dream’ 등의 앨범제작에 참여해 블루스음악의 진수를 들려줬다.
강렬하고 화려한 기타연주로 마이클 생커, 에드워드 반 헤일런와 함께 80년대 3대 기타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곡으로는 1990년 발표한 Still Got The Blues 와 함께 Parisienne Walkways, Empty Room등이 꼽힌다.
2011년 여자친구와 함께 투숙한 스페인의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다른 곳으로 떠났다.
One Day는 1994년발매된 Compilation앨범 ' Ballads & Blues 1982–1994'에 들어있다.
첫댓글 비온뒤님,혹시 시계나 구두 새로 사시면
꼭 연락주세요 흠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구요?
@비온뒤 알아봐주면 술 사실것 같아서요.ㅋㅋ
@음유시인 술에다 밥까지...ㅎ
아첨은 체질이 아니니
내돈가지고 밥 사먹어요
바른말 이나 참아 보렵니다
세상은 기브앤 테이크...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그렇군요.
ㅎㅎ
알아 봐 주면 밥도 술도 사 주는 건가요??
재미납니다.
사람은 남이 자신을 알아줄때
자신이 살아있음을,존재감을 느낀다고 해요.
알아봐주시면 당연히 그래야죠..ㅎ
주말을 즐겁게 보내세요.
예전에는 양복을 새로 맞춰입거나 새구두를 맞춰 신으면 " 착복식 " " 착화식 " 으로 다방에서 커피나 쫌 있는 사람은 쌍화차. 두향차 ~ 뭐 요런 걸로 축하를 주고 받았지요 .
요새는 거의 없는걸로 알지만 자랑하고픈 마음에 응 응 해주고 함께 술 한 잔 주고받는 거 나쁘지 않다봅니다
물론 술자리 주제는 다른 것이겠지만 ㅋㅋㅋ
옛날에는 술자리 만들려고 이거 저거 갖다붙이곤 했죠.
K부장이 종씨인데 위아래로 반 왕따당해서 친하게 지냈어요.ㅎㅎ
댓글 감사합니다.즐 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