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과 송창식의 인연의 시작은 인천중학교 학교행사에서 미당의 강연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미당의 문하생이었던 시인 '문정희'와 함께 미당의 집에서 두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만남에서 미당은 평소 시가 대중가요의 노랫말로 쓰이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송창식에게 '푸르른 날'이란 시에 곡을 붙이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한다.
서정주: 작곡가들이 내게 시를 달라고 하는데 곡을 쓰지 말라고 하지…
서정주: 그런데 내 시 중에 말야, '푸르른 날' 이라는 것이 있는데 곡을 붙이기 편할거야.
송창식: 그럼 제가 한 번 만들어볼까요?
서정주: 다른 작곡가들한테는 안 주었는데 자네가 한 번 해봐.
아래 글은 미당이 숨을 거두기 전 2000년 10뤌 30일 중앙일보 기자와의 병석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참고로 미당은 부인과 2000년 10월 10일 사별한 이후 식사를 거르고 누워지내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저기 저 하늘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계절이 눈부시게 푸르고 텅 빈 가을이라 그런지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 씨의 위 시에 송창식씨가 곡을 부친 ‘푸르른 날’이 방송을 많이 타고 있는 상황.
기자가 "요즘 하늘이 너무 푸릅니다.훌훌 털고 일어나 하늘 한번 바라보셔야지요." 라 하니 미당은 “송창식군 노래를 말하는구먼. 그 사람 노래 참 기막히지. 내 시에 곡을 붙였다며 기타까지 메고 집으로 찾아와 노래를 부르는데 후련하게 확 터진 소리면서도 뭔가 서럽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눈 부신 푸르름 속에도 설움이 있는데 우리 삶이야 오죽 서럽고 불쌍하겠는가. 내가 마누라 그 불쌍한 사람한테 참 잘못했어. 젊은 날 바람도 많이 피우고.”
미당은 푸른 하늘을 날아 가족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으로 비행기 편은 잡아 놓고 시집과 원고를 준비해 두었으나 안타깝게도 생전 1천여편의 작품과 친일 등에 대한 오점을 남긴채 2000년 12월 24일 생을 마감하였다.
송창식
춘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가을 꽂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여기 저기 저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지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