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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Camels)
소목 낙타과 낙타속에 속한 동물. 주로 사막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로, 사막에서 자동차 바퀴는 모래에 파묻히기 쉽고 말은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데 낙타는 땅에 다리가 묻히지도 않고 높은 지구력과 더위를 잘 견딘다는 이점으로 사실상 사막의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막에 사는 민족들과도 친숙하며, 과거에는 사막을 여행하는 상인(캐러반)들이 많이 타고 다니기도 했다.
현재의 낙타의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약 4천만 년 전에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토끼만한 크기의 동물인 프로틸로푸스(Protylopus)이다. 북아메리카에서 이 종이 낙타로 진화했고, 남아메리카로 내려가서는 라마, 과나코, 비쿠냐 등으로 갈라져 진화했다. 그 후 소빙하기가 닥쳐 해수면이 내려감에 따라 베링해협의 바닥이 드러나서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가 연결됐을 때 양 지역 간에 많은 생물종이 이동했는데, 이 때 낙타도 유라시아로 건너가서 널리 퍼져나갔다. 와중에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휙득한 특성들(지방을 저장하는 혹이나 넓적한 발 등)은 후에 낙타가 사막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역설적이게도 정작 본고장인 북아메리카에서는 그 후 낙타가 멸종되었다. 들소와는 달리 번식력이 떨어져 인간들의 사냥에 의해 멸종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지구상에 약 1400만 마리의 낙타가 존재하는데 그 중 90%가 단봉 낙타다. 단봉 낙타는 대부분이 "아프리카의 뿔" 지역, 사헬 지역, 마그레브 지역, 중동 그리고 남아시아에 분포하며 가축화된 상태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낙타 서식 밀도가 높은 곳이다. 쌍봉 낙타 역시 대부분 가축화되었는대, 소수는 야생종으로 남아 고비 사막과 중국, 몽골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축이 아닌 야생 낙타가 가장 많은 곳은 특이하게도 호주로, 약 70만 마리의 야생 단봉 낙타가 살아가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이동수단의 목적으로 들여왔던 것이 번식하여 이렇게 많은 수를 이루게 되었다. 후덜덜한 건 현재도 매년 8%씩 수가 불어난다는 점이다.
길들여진 시기는 말보다 늦은 편인데, 낙타를 길들인 덕분에 북아프리카의 사막 지대를 넘을 수 있게 되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이 아프리카 중부 지역과 교역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낙타는 초식성인데, 어떤 식물이든 말랐건 신선하건 모두 다 먹을 수 있다. 지붕을 이루는 짚 정도는 예사고 심지어 철사(!)도 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등에 커다란 혹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처음에는 이 혹 안에 물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지방 덩어리이다. 먹을 게 없으면 등에 축적한 지방을 분해해서 영양분을 얻는다. 이 덕에 낙타는 체중의 40% 정도의 물을 잃어도 살 수 있다. 또한 체내 수분의 25% 가량이 줄어들어도 혈액의 감소량은 겨우 1% 미만일 뿐이다. 적혈구 역시도 원반 모양이 아닌 달걀 모양으로, 이를 통해 피의 점도를 높게 유지한다(피의 점도가 낮아지는 것은 수분 손실로 인한 사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소변도 진하게 보기 때문에 노폐물 처리에 물을 덜 소비한다. 덕분에 약 30일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혹이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단번에 50L 이상 물을 마시기도 한다. 물론 사라진 혹은 식사를 제대로 하면 다시 생기긴 하지만.
낙타의 혹에 있는 지방이 미량이나마 물을 공급하며, 날숨 때문에 얻는 수분량보다 잃는 수분량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당분이나 단백질로 축적하면 숨을 안 쉬어도 되는 것도 아니고, 지방연소를 한다고 심호흡을 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낙타의 비강은 특수한 구조로 만들어져 날숨에서도 최대한 수분 방출을 억제한다. 또한 장거리를 이동하는 새의 경우에도 지방을 이용하여 물과 에너지를 얻는다.
등의 혹은 육봉이라고 부르는데, 혹의 개수에 따라 1개만 있는 단봉낙타(單峯駱駝)와 2개가 있는 쌍봉낙타(雙峯駱駝)로 아프리카 및 서남아시아의 단봉낙타는 사람이 타기도 하고 짐도 싣지만 동북아시아의 쌍봉낙타는 주로 화물 운송용으로 쓰인다. 동북아시아는 사막이라도 겨울에는 무척 춥기 때문에 쌍봉낙타는 방한을 위해서 털이 무척 길다.
극지방인 엘스미어섬에서 2006년에 발견된 화석들이 단봉 낙타와 유사하다고 2013년 사이언스 데일리에서 보도되었다. 이 화석의 주인들은 약 350만 년 전 이 지역에 살았으며, 단봉 낙타와 콜라겐이 가장 유사하며, 크기는 현대의 낙타보다 약 30%가량 크다고 한다. 당시의 엘스미어섬은 현재보다 연평균 기온이 20도 가량 높았으나, 겨울 기온은 여전히 매우 추웠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덩치가 컸으며, 털도 북실북실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단봉 낙타의 넓은 발이 사막의 모래가 아닌 극지방의 설원에서 이동하기 위해 발달하였고, 등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단봉 낙타가 왜 극지방에서 사막으로 옮겨갔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가설이다.
탈것으로서의 낙타
걷는 방식이 매우 희한한데, 일반적인 4족보행 동물들과는 달리 왼쪽 다리 두 개가 한번에 나가고, 오른쪽 다리 두 개도 역시 한번에 나가는 특이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 낙타를 타는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멀미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낙타를 '사막의 배'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이런 특이한 걸음 방식을 몽골인들은 조로모리식이라고 칭하는데, 생각보다 효율적인데다가 전후 구동식보다 훨씬 편안하고 반동이 적어 마상에서의 자유로운 칼놀림이나 활쏘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군마를 이 걸음걸이로 훈련하기도 했었다.
고려 시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군마를 기르는 목장에서 말과 함께 사육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증거로 고려사에 전국의 목장에 가을과 겨울에 낙타에게 먹여야 할 사료의 양과, 봄과 여름에 먹여야 할 사료의 양을 정한 지침을 내린 기록이 있다. 다만 고려에서 사육하던 낙타가 단봉낙타인지 쌍봉낙타인지는 알 수 없다.
낙타는 인간과 필적하는 수준의 굉장한 장거리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몇백 킬로미터를 무리없이 이동할 정도(이틀만에 300km 정도 되는 거리를 이동한다). 한번은 말과 176km의 거리를 이동하는 장거리 경주를 시켰는데, 여기서 말이 가까스로 이겼다. 그런데 말은 다음 날 죽어버렸고, 낙타는 멀쩡하게 계속 갈 수 있었다. 한 때 프랑스에서 낙타 부대를 운용한 적이 있었는데, 1932년 3월 벌어진 어느 추격전에서 8일동안 770km 가량을 이동하면서 적을 공격했으며, 1911년에는 샬레 대위와 그의 부하들이 투아레그족을 추적하면서 7,000km 이상을 달렸다고 한다. 여러모로 뛰어난 장거리 선수.
말보다는 느리다는 인상이 있지만, 의외로 단거리 속도도 꽤 빠르다. 영화 미이라를 보면 여주인공이 낙타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웬만한 말보다 더 빨리 달린다. 일반적인 말의 갤럽 속도(1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릴 때 평균 속도)는 시속 45km 내외이고 경주마는 65km으로, 단거리 최고 속도는 개체마다 차이가 크지만 경주마의 경우 대충 75km 정도는 된다. 낙타의 경우 경주 대회에서 낙타가 마음먹고 단거리 질주를 하면 시속 65km까지도 찍을 수 있고 지속 주력은 시속 40km 내외로 약 1시간 가량을 달릴 수 있다. 이 낙타 경주 대회는 중동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데 경주용 낙타는 세계 신기록으로 88km/h의 속도를 낸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순전히 오랫동안 달리는 능력을 의미할 경우 지구력은 역시 말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낙타는 짐도 꽤 많이 실어나를 수 있어서 455kg나 되는 물건도 나를 수 있다고 한다.
낙타의 발바닥을 보면 깔창 비슷하게 생긴 육구가 있는데, 이는 사막 모래벌판의 열기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체중을 분산시키기도 하여 모래에 잘 빠지지 않게 해 준다.
지역에선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매우 귀중한 동물이었다. 타고 다니거나 짐을 수송하는 사역 용도로도 사육하는 건 물론 양이나 소, 염소, 닭처럼 고기도 먹을 수 있고, 젖은 우유나 양유, 염소유처럼 마실 수도 있고 털과 가죽, 뼈는 옷과 카페트, 가방, 물통, 조각등 여러가지를 만드는데 쓰이며, 똥은 말렸다가 장작으로 쓰이고, 심지어 오줌을 희석시켜서 샴푸로 쓰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처럼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귀중한 재산이자 중요한 생물이었고, 지금도 사막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중요하게 쓰인다.
돼지고기를 금지한 쿠란에서도 낙타고기는 허용했는데, 이는 사막을 여행하는 아랍인들이 사막 한복판에서 조난을 당할 경우, 낙타고기밖에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비상식량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셈. 과거에는 먹고 살기 위하여 먹는 고기였으나, 이젠 제법 아랍권에선 대중적인 고기가 되어서인지 요르단이나 카타르, 오만,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등 아랍어권 여러 나라들을 여행 가보면 낙타고기를 부위 별로 나눠 파는 정육점이라든지 낙타고기로 만든 꼬치 구이나 햄버거, 스테이크, 캅사등 낙타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 혹은 정육점이나 재래시장 등지에서 낙타 머리가 걸려있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더불어 터키에선 소시지까지 만들어 먹거나 판다. 하지만, 정말 비싸다. 애초에 터키에는 낙타가 살지 않는다 수입산. 터키 인터넷 밈중 하나가 "외국인들은 터키에 낙타가 있는줄 착각한다"이다. 셀축이라는 이즈미르도에 딸린 시골동네에서 낙타씨름축제라는게 있긴 한데, 그 축제 자체가 과거 오스만 제국시절 아랍지역에서 이스탄불로 상품을 운반하던 상인들이 중간에 쉴겸 낙타를 가지고 논대서 비롯된 것이고 낙타 소시지도 그때 한정으로 그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특이한 먹거리로 취급된다.
어느 정도로 비싸냐면 아랍권에서 낙타고기를 사먹으려면 1인분에 10만원 이상을 내야한다. 일반적으로 저개발국가들은 공산품에 비해 식료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물가로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것이다. 상품성 좋은 낙타 1마리는 보통 1000~3000만원 이상에 달한다. 뭐 낙타고기도 질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긴 하여 위에 서술한 대로 소말리아같은 곳에서 수입해온 낙타는 더 값이 싸서 이런 낙타가 보통 아랍권 서민층이 먹는 낙타고기이지만 이 고기조차도 마리당 몇백만원을 호가하니 아랍권 현지에서 양고기나 닭고기랑 다르게 서민적인 고기는 아니다. 카타르 리그에서 활약한 적이 있던 이근호가 메르스 파동이던 시절, 국내 신문 인터뷰에 말하길 "얼마전 한국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낙타고기 조심하라 이러는데 터무니없다.낙타고기는 워낙 비싸서 먹어본 한국 사람이 드문데 낙타고기 때문에 메르스가 전염된다고? 그럼 얼마전 낙타고기 먹어본 나는 뭐야?" 라고 비웃듯이 말했었다. 그만큼 비싸다보니 먹는 사람은 부자들이나 왕족이 먹는 고기라 이게 메르스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게 문제라면 해당 나라들에서 이런 왕족이나 부유층도 걸린다고 난리법석인데도 걸린 건 싸그리 보통 서민들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엘 자이시 구단주로부터 낙타고기를 대접받아 먹었는데 생각 외로 맛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메르스 파동으로 한국에서 낙타고기 먹지말라고 할때 정작 아랍권에서 낙타고기 먹어본 한국인은 정말 별로 없었기에 낙타고기랑 뭔 상관이냐 말도 많았던 것.
아랍 결혼식 및 생일에 나오는 특별요리는 낙타 통구이인데 엄청나게 비싸다. 귀하고 귀하신 낙타를 1마리 통째로 사서 조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조리 방식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익힌 달걀을 생선 뱃속에 넣는다→요리한 생선을 닭 뱃속에 넣는다→요리한 닭을 양 뱃속에 넣는다→요리한 양을 낙타 뱃속에 넣는다→통째로 굽는다. (당연히 향료나 채소나 여러가지도 곁들어 넣는다.)
굽는 것도 하루가 넘게 푹 구워야 하기 때문에, 일손과 시간이 많이 가기에 그만큼 비싼 것이다. 그래서 아랍 왕족들이나 부유층들이 보통 생일잔치나 결혼식때 주로 구워먹으며, 그 잔치의 주역(생일 당사자나 결혼하는 부부 등)이 마지막 달걀을 먹는 게 보편적이라고 한다. 참고로 기네스북에도 가장 큰 고기 재료(일절 칼로 나누지 않은)로 올라온 음식이기도 하다.
고기는 지방질이 꽤 많다는 듯 하며,소고기 비슷한 맛이 난다고도 한다. 낙타의 혹이 중국 요리에 사용되기도 한다. 특징은 미친듯한 지방이라고 한다. 그래도 무나 순무처럼 섬유질이 알차게 박혀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몽골 및 외몽골 등 몽골 지역에서 낙타고기는 천대받는다. 가격도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여기서 먹는 낙타고기는 맛이 굉장히 퍼석하고, 낙타 특유의 노린내가 많이 난다. 그냥 구워서 먹거나, 혹은 삶아 먹으면 인간이 먹기 힘든 정도이다. 많은 몽골인들은 낙타고기를 다른 야채와 섞어 버무려 경단처럼 만들어 먹는다. 여기선 고기용보다는 낙타털을 주로 소비하는 게 많다. 몽골여행가면 낙타 털로 만든 인형이나 지갑이나 양말이나 장갑을 많이 판다.
3. 이야깃거리
말들이 낙타의 냄새에 기겁을 하며 도망치는 까닭에, 아랍인들과 처음 전투를 벌이게 된 유럽 군인들은 낙타 때문에 말들이 혼비백산하는 탓에 꽤 고생을 했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인 아케메네스 제국 초기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는데, 창건자인 키루스 2세가 고대 터키 지방에 위치해 있던 나라인 리디아 왕국과 전투를 벌였을 때 적군의 기병이 아군의 기병보다 훨씬 수가 많아 걱정하고 있자, 부장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낙타 부대를 앞세우자고 진언한 것. 아군의 말들은 그래도 낙타 냄새에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 있지만 적군의 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인데, 그 말을 받아들인 키루스는 낙타부대를 앞세웠고. 그 결과 리디아 왕 크로아소스를 포로로 잡는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왕건이 나라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거란이 선물로 낙타 50마리를 보냈는데, 왕건은 거란이 형제국인 발해를 멸망시킨 나라라 하여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사신은 섬으로 귀양보내고 낙타들은 모두 개경의 만부교라는 다리 밑에 묶어놓고 굶겨죽인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만부교 사건 항목 참조. 고려사에는 이와는 별개로 몇 군데 농장에서 낙타를 조금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화가 났을 때는, 위액이 약간 섞인 침을 뱉는데, 이 냄새가 정말 지독하다고 한다. 중남미의 친척 라마와의 차이라면 낙타는 침이 사방으로 퍼지는데, 라마는 일점사를 한다는 것. 그리고 말에 비하면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아서, 갑자기 덜컥 죽어버려서 난처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 같다.
그리고 의외로 성깔이 더러워서 주기적으로 화를 풀어줘야 한다. 일단 낙타의 스트레스가 일정 이상이 됐다 싶으면 낙타의 눈을 가리고 타던 사람의 겉옷을 벗어두고, 낙타 앞에 던져둔 뒤 주인은 멀리 숨어 있고 낙타의 눈을 풀어주면 낙타가 겉옷만 있는 걸 주인으로 착각해 화가 풀릴 때까지 밟아댄다. 옷이 걸레가 되고 낙타의 화가 다 풀리면 본격적으로 그때 다시 타고 가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의 낙타는 기분이 나쁘거나 퉁명스러운 동물로 자주 묘사된다.
자기 새끼가 죽은 장소를 절대 잊지 않는 습성이 있어, 과거에 비밀스럽게 만들어진 몽골의 왕 칭기즈 칸의 묘를 찾는 데 사용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제관 1명이 눈을 가린 채(얘가 무덤 위치를 알면 안 되니까) 어미낙타를 따라 묘를 찾아갔다고... 낙타가 멈추는 곳이 칭기즈 칸의 무덤인 셈이다. 그러나 칭기스 칸에 대한 전설이 다 그렇듯 사실일 확률은 높지 않다.
터키 셀축이나 여러 지역에선 낙타 씨름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씨름 치고는 너무나도 얌전하다고 한다. 천 여년전 상인들이 낙타에 물건을 가지고 교역하고자 오다가 대기하면서 들른 곳에 상인들이 많아서 발이 묶이자, 심심해서 즐기던 놀이가 유래라고 하는데, 개나 닭싸움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한다고 한다. 그냥 수컷 낙타끼리 목으로 팔씨름하듯이 상대를 눕히는 수준이며, 성질 고약한 낙타답지않게 낙타들 중 93 퍼센트는 얌전히 받아들이는 수준. 그런데 낙타들 중 7퍼센트는 받아들이지 않고 격렬히 덤벼들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피투성이 싸움이 되는 일은 정말 없다.
이것이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낙타 씨름 사진. 출처. 오른쪽 상단 관중석 뒤로 보이는게 바로 낙타 소시지다. 낙타능욕. 소시지만 나온 사진.
그나마도 그것도 다른 무리 낙타끼리 맞붙여야 한단다. 같은 무리 속 수컷 낙타들은 서열이 있고, 서로를 알아봐서 오래전에 씨름을 붙였더니 서열 높은 쪽을 알아본 낮은 쪽이 씨름도 하기 전에 순순히 물러났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낙타 싸움이 아니고 씨름(귀레쉬)이라고 부른단다. 우승한 낙타에겐 상으로 가장 예쁜 암컷과 짝짓기를 먼저하는 권한이 주어진다고... 하지만 패자도 시간 차이일 뿐. 얼마든지 원하는 낙타와 짝짓기를 하게 해 준다. 이 씨름을 보던 외국인들은 동물을 많이 배려하는 평화로운 잔치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낙타 씨름 구경보단 주로 사람들이 와서 술과 낙타소시지(...)나 낙타고기 숯불구이 시장이 열리기에 사람들이 신나게 웃으면서 즐기는 잔치로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종종 술에 취한 낙타주인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있어서 낙타가 씨름하다가, 도리어 사람들의 욕설과 주먹질이 신기하듯이 멈추고 구경하면서 졸지에 사람들이 싸움을 하는 것을 보게 되고, 낙타가 구경꾼이 되는 중동식 유머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낙타주인들도 싸움을 보채지 않는데 우승해도 상금으로 주는 돈도 그리 큰 돈도 아니기 때문. 낙타 씨름을 직접 본 한국인 여행자가 쓴 책자에서는 낙타 이름들이 재미있는데 유명인 이름을 지어서 중계하는 거 보면 "데이비드 베컴 ! 아놀드 슈워제네거 ! 치열하게 싸웁니다!", 이런 말을 하고 있어서 웃겼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최고 낙타 선정대회도 열린다. 무게와 생김새, 이빨, 그야말로 꼼꼼하게 따져서 진행되는 대회로 최고 낙타로 뽑히면 수백만 달러라는 거액으로 부자들이 구입을 해서, 아랍권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낙타를 가지고 참가한다고 한다. 참고로 2006년 이 대회 우승한 낙타는 그 자리에서 부자들이 경매를 벌여서 147만 달러로 팔렸다고 한다.
아라비아 반도의 유목민들은 신이 99개의 이름을 가졌다고 믿었는데 98개의 이름은 인간들이 알지만 마지막 99번째 이름만은 낙타만이 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많이 기르지만, 성인식이다 뭐다 하면서 허구한 날 목이 뽁뽁 따이는 불쌍한 동물이다.
성경에 따르면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제자들이 "그럼 누가 천국에 들어갑니까?" 라고 물어보자 예수께선 "하느님이 하신다면 모두 가능하다."라고 하며 훈훈하게 끝냈다.
의외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야생 단봉낙타가 상당히 많이 살고 있다. 19세기에 호주에서 금광 붐이 일었을 때 사막을 건너는 데 쓰려고 수입해 왔다가 내버린 낙타들이 야생화해서 알아서 살고 있는 것. 또 다른 한 과장이 섞인 이야기로는, 호주에서 내륙까지 철로를 놓을때 부려먹다가 기차길을 다 놓은 후에(낙타들을 다시 중동지방으로 돌려보내려면 운만비가 너무 비싸서) 낙타 책임자한테 건물 뒤로 낙타들을 데려가서 총으로 쏴서 죽이라고 시켰는데, 그동안 같이 고생했던 낙타들을 차마 죽일 수는 없어서 총은 그냥 맨땅에 쏴대고 낙타들을 풀어주었고, 이때 도망갔던 낙타들이 야생화가 되어 번식했다고 한다.
좌우지간 호주에서는 이 낙타 숫자가 너무 늘어나서 골치를 앓고 있으며, 생포해서 산 채로 중동지역에 파는 것과 사살해서 고기를 파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을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매년 호주에서 낙타를 수입한다고(...)...
일본에도 낙타가 있다. 유명한 돗토리 사구에서 낙타를 타 볼 수 있다. 당연히 일본 재래종이 아닌 외래종.
이 동물을 이용한 유명한 문제로 낙타 나누기가 있다.
아랍권에서는 낙타 경주대회도 열린다. 다만 이것이 꽤 논란이 되었는데, 기록을 위해 중량을 줄이려다 보니 낙타를 타는 기수들이 15살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어린아이를 태우고 살벌한 경주를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기에, 아랍국가에서는 자신의 아이들을 낙타 기수가 되지 못하도록 하니까,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인신매매되어 팔려나온 아이들을 기수로 키워서 대회를 진행하게 했다. 당연히 연습을 할 때도 많은 아이들이 불구가 되었고 심지어 목숨도 잃었으며, 구타 및 욕설로 가혹하게 기수로 길러졌다.
당연하지만, 유네스코나 세이브 더 칠드런같은 국제아동인권단체 및 알 자지라까지도 이런 사실을 미치도록 비난을 했고, 카타르 왕실은 일찌감치 왕실에서 주최하던 낙타 경주대회를 인공센서를 아이 기수 대신 매달고 달리게 했다. 그리고 강제로 기수가 되어야 하던 아이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고 관련자들의 처벌을 하게 했는데, 이 와중에 기수가 된 아이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학대를 당하면서도 살이 찌면 안되기 때문에, 죽같은 하찮은 음식들만 먹었으며,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낙타를 타야했다는 증언까지 있었다. 마지막까지 아이 기수를 고집하던 아랍에미리트도 2000년대 중반 와서야 사람이 직접 타지 않는 대회, 정 사람이 타야 한다면 합법적인 조건을 갖춘 어른들만 타는 대회로만 허용하는 것으로 법안을 바꿨다.
2015년, 중동권에서 유행하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이 낙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 예방법으로 낙타를 피하라고 내놓아서 트위터에서 빈축을 샀다. 물론 이것은 WHO에서 아라비아 반도로 여행하는 여행자를 위해 내놓은 지침으로 정부는 이것을 그대로 번역했을 뿐이긴 하지만 공지 대상이 아라비아 반도에 굳이 갈 일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라 문제였던 거다. 저 경고문 자체는 메르스가 아라비아 반도에서 한참 유행하던 2014년 초부터 인천공항 출국장에 붙어 있었던 것인데, 이걸 교육부에서 이 경고문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복붙해서 각 학교에 배포했던 거다(...). 학교 뿐만이 아니라, 각종 기관에도 저걸 배포했다. 이는 빼도 박도 못하는 정부의 병크가 맞다. 심지어 서울대공원의 낙타들을 격리시켜놨다. 참고로 이 낙타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중동에 가기는 커녕 중동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동물들이다(...). 도리어 현지에서는 낙타고기에 대하여 거부감이 없다. 낙타고기 식용은 그다지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 오래전부터 먹어오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우디인들이 영화보러 자주 오고가고 술마시러 가고 낙타고기 소비도 되는 바레인같은 경우는 감염자가 1명도 없듯이.... 아랍 쪽에서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인터넷상에서는 낙타가 본의 아니게 죽음의 상징으로 칭해진다(...). 낙타 불쌍해요
베두인족은 사막을 일주할 때 낙타를 이용해 비상용 식수를 저장해 두기도 하는데, 일단 낙타에게 물을 잔뜩 먹여뒀다가 식수가 급한 비상시가 되면 배를 째버리는 것(...). 물론 낙타도 물을 소화하기에 장기간 저장은 불가능하다.
상술한 대로 낙타의 냄새는 매우 지독하니(...) 여행을 가서 낙타를 탈 기회가 생긴다면 버려도 상관없는 옷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빨아도 밴 냄새가 잘 지워지지 않으니 괜히 어딘가에 넣어둬서 다른 곳에까지 냄새 옮기지 말고 옷은 벗어서 버리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