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2)
늘푸른언덕
능
2020년 미국 오스카 아카데미상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석권하다시피하며 한국 영화계의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은 자랑스러운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명대사 하나를 인용하며 지난주에 이어 숨은그림찾기의 영적 비밀을 찾아봅니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마치 복선처럼 던져진 이 대사는 영화가 끝난 후 세인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행처럼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가족 전원이 만년 백수로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주인공인 기택(송강호 분)이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 될 고액과외 자리에 나서는 아들을 향해 던지는 대사입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연출의 특성 중의 하나는 영화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마치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던져진 듯한 이 한 마디 말이 영화 전체의 복선을 깔면서 영화의 서막이 시작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즉 이 대사는 영화 전체의 중요한 메시지를 암시하는 숨은 그림처럼 관객들에게 던져지며 관객들은 그 대사가 암시하는 의미를 찾는 게임을 즐기며 서서히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숨은그림찾기에 담긴 삶의 메타포와 영적 의미를 묵상하며 한 주 더 생각의 외연을 넓혀 보고자 합니다.
숨은그림찾기의 속성 중 하나로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절묘하게 숨어있는 그림이나 글씨 등을 찾는 묘미에 대하여 지난주에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숨은그림찾기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작은 조각들이 마치 점묘화의 모자이크처럼 적재적소에 조합됨으로 마침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숨은 그림의 실체가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일명 퍼즐 맞추기 게임이라고 불립니다.
숨은그림찾기로서 퍼즐 맞추기가 가진 매력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작은 조각들을 나열하고 서로 관련이 있을 법한 조각들을 하나둘씩 맞추어 가는 과정에서 신기할 정도로 서서히 드러나는 완성된 그림을 발견하는 묘미가 그 특징입니다.
이러한 퍼즐 게임이 갖는 특성 중 하나는 주어진 조건으로 제시된 조각들의 면면이 어느 것 하나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과 한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다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만일 어느 것 하나라도 버리게 되면 절대로 완성된 그림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이러한 퍼즐 게임은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그 퍼즐을 기획한 출제자의 의도를 서서히 파악해 내는 흥미진진한 놀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퍼즐 게임을 통하여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는 물론 관찰력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 역시 여러 형태의 학습교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런 퍼즐게임의 속성을 응용한 대표적인 영화 장르가 있는데 바로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릴이 가미된 ‘추리 영화’입니다.
퍼즐게임을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 멋모르고 참가했던 매스게임(Mass Game)의 한 종류인 '카드 섹션'이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카드 섹션은 바로 이러한 퍼즐게임의 원리를 응용하여 디스플레이한 예술작품입니다.
언젠가 이러한 카드 섹션의 의미와 세상에서의 나의 존재를 연결시켜 묵상한 적이 있습니다.
카드섹션 연출가의 기획과 그의 손길에 따라 내가 가진 카드가 적재적소에 사용될 때 멋진 예술 작품이 되는 것처럼, 미약하지만 나의 존재가 세상을 주관하는 어느 거장의 큰 계획과 그분의 손길에 따라 어떻게 배치되고 어떤 목적으로 쓰이냐에 따라 졸작이 되기도 하고 때론 걸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어찌 보면 이러한 퍼즐게임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지난주에 제가 언급한 인생은 숨은그림찾기라는 명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 명제를 오늘의 퍼즐 게임으로 응용하여 정리해 보면…
살아가면서 경험하거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하여 얻게 되는 귀한 삶의 조각들을 부단히 조합해가면서 어떤 그림을 완성하느냐가 우리 삶의 또 다른 목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제 삶의 절반은 철저히 나 자신을 믿고 나의 생각대로 살아왔던 시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나의 생각을 하나님의 생각으로 전환하여 그분이 주신 생각대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지혜와 진리가 담긴 성경은 단 일점 일획의 오차도 없이 하나님의 그림이 놀라운 퍼즐처럼 숨겨진 가장 완벽한 책으로 불립니다.
이 성경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그 속에 하나님의 빅 픽처(Big Picture, 큰 그림), 즉 하나님의 우리 인간들을 위한 큰 계획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성경을 읽으며 그 속에서 나 자신을 향해 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소명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사모합니다.
하나님의 빅 픽처(큰 그림)는 사람이 기획하여 만든 퍼즐과는 차원이 다른 영적인 섭리입니다.
따라서 다른 퍼즐게임과 달리 그분의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퍼즐의 조각들이 쓸모가 없으면 과감히 버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큰 그림에 참여하는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조각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성경 속에는 하나님의 큰 그림에 대한 예화가 수없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한 가지를 든다면 우선적으로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를 꼽게 됩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성경 속 요셉은 일찍이 어머니를 잃고, 형들의 미움을 받아 낯선 이국(애굽, 지금의 이집트) 땅에 노예로 팔려갑니다. 설상가상으로 모함을 받아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수많은 고초를 겪는 어떤 순간에도 요셉은 어느 누구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가 전적으로 의지하는 하나님도 절대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울수록 더욱 그분을 의지하고 신뢰하며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러한 요셉을 하나님께서 장차 애굽의 총리로 세우시고 어렵게 된 형제들과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역사를 이루게 하십니다. 이 모든 것이 요셉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요, 큰 그림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 제가 해석했던 인생은 알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백지 위에 내가 살아가면서 찾은 삶의 진리의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씩 퍼즐 맞추듯 맞춰가며 숨어 있는 큰 그림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라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제 인생의 나이 40이 되던 해, 뒤늦게 하나님을 만나면서 바라보는 삶의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부족한 나를 온전히 주님께 맡겨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처음에 나를 지배하던 나의 생각에서 점차 하나님의 생각으로 바꾸며 그분이 주시는 지혜와 능력을 사모하며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나 스스로를 지배하던 삶의 모습에서 나를 온전히 그분께 맡기며 그가 그리시는 큰 그림에 순종하듯이 맡겨나가는 것이라 확신한 것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큰 그림을 사모하고 순종하며 살아가다 보면 시간이 지난 후에 나를 향한 하나님의 그 계획을 온전히 알게 될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바로 믿음의 영적 퍼즐입니다.
이 믿음의 영적 퍼즐에서 ‘믿음이란 나를 온전히 주께 맡기는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중요한 복선으로 쓰인 명대사는 영화의 말미에 내레이션처럼 관객들의 귓전에 외치듯이 다시 이렇게 전달됩니다. 마치 영화가 끝난 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중요한 삶의 복선을 숨은 그림처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바로 무계획이야!'
'왜냐하면 무계획은 실패할 일이 전혀 없으니까...'
온전히 나를 주님께 드림으로 전지전능하신 당신께서 계획하시는 큰 그림에 온전히 쓰이도록 나 자신을 맡기는 자세, 겸손과 순종의 미덕을 사모하며 나아가기 원합니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니이다
아사야 64장 8절
첫댓글 지난 주에 이어 숨은그림찾기의 또 다른 속성을 생각해보고
그것이 가진 삶의 의미와 영적 비밀에 대하여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퍼즐맞추기 게임을 하면서
발견한 빅픽처(큰그림)에 대한 영적 시그널입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