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숨을 나눈 삶
밝고 맑고 순결한 5월이 가는 길,
양동이로 쏟아붓는다는 일기 예보에 멈칫거렸다.
1박 2일 호남노회 목회자 부부 수련회 가는 날, 우산과 여벌 옷을 담았다.
작지만 네 가정 선물을 챙겼다.
삶은 완두콩으로 공복을 깼다.
녹동 농어촌 복합 체육관까지 두 시간,
점심과 저녁 메뉴를 고려하여 가뿐하게 나섰다.
늘 함께 간 두 목사님이 탈퇴하는 바람에 펭귄처럼 다리가 짧았다.
뒤뚱거림에 완도 양 목사님을 불렀다.
‘막내 나주역에 내려 주고 가면 늦겠네요.’
‘빗길 조심하세요.’
조도 윤 목사님과 도중에 만날 의도였다.
‘목포 딸 아파트 들려 가려고요.
시간 맞으면 벌교 톨게이트 지나 휴게소에서 보게요.’
‘그래요?’
정 목사님이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식사 안 하셨지요. 커피, 윌, 사평 기정떡 드세요.’
몸에 밴 정성은 남다른 섬김이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개발한 전통 발효 기법 사용하여 만든 떡이어요.
오미당 맛과 달라요.
동명교회 수양관 근처 어머니 성묘하고 오는 길에 샀어요.
옛날에는 밤새 손으로 저어 반죽했어요.
특별한 날만 먹었어도 그 집은 가마니로 돈을 벌었어요.
요즘은 주문한 양만 만들더라고요.’
쫀득하고 입에 착 달라붙어 찰기 가득한 맛,
먹을수록 단맛이 올라와 식감이 좋았다.
촉촉하고 부드러워 단숨에 삼켰다.
가랑비에 옷 젖을 정도의 구름 낀 날,
산야의 푸르름이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었다.
피천득 시인의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는
신록이 무성한 5월 끝자락이었다.
차창을 스쳐 가는 풍경에 오월의 꽃들이 춤을 췄다.
세월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먼저 도착한 분들 환대 속에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찬양하라 내 영혼아, 찬양하라 내 영혼아
온 맘과 정성 다하여 주 찬양하라.’
가슴 뭉클한 자리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말씀을 들었다.
‘주안에서 진짜 사랑하네요.
전주에서 세 시간 오는 길에 두 목사님 찬양을 들었네요.
만물을 누리며 소풍 가는 기분이었어요.
하늘과 산과 바다가 지친 마음을 달랬고요.
자연은 그냥 치유했어요.
쉼을 통한 충전과 회복이 하나님의 손길이라 감사하네요.
하나님의 영광을 자연이 드러냈지요.(시 19:1)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도 깨닫게 하고요.(롬 1:20)
우리 하나님은 정말 섬세하시고 신실하신 분이세요.
4년 전 양의 문 교회를 산자락 근처로 옮기고 사계절 작품을 누리네요.
화가이신 하나님, 조각가이신 하나님, 시인이신 하나님이세요.
하나님의 손끝에서 빚 여진 만물을 통한 회복과 치유가 신기하네요.
우리 인생의 계절, 비바람 만나지만 그 속에 하나님께서 일하시지요.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마음껏 감사하길 바랄게요.
모두가 힘든 사역 중 쉼을 얻는 기회,
천하보다 귀한 영혼 구원하는 일 기쁨으로 감당하시게요.’
있는 곳에서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짐하였다.
점심은 소나무집 가든의 생오리 버섯구이였다.
푸짐한 야채 위에 고기 맛이 일품이라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었다.
양이 많아 포장할 정도였다.
체육관에서 일정대로 흩어질 시간, 장대비가 길을 막아 주춤거렸다.
면려부 주관이라 배구 경기 전 사모님들 피구 팀을 꾸렸다.
부족한 수는 목사님들로 채워 왼손으로 던졌다.
각본 없는 연출에 상금이 걸려 죽기 살기로 공수가 이루어졌다.
숨 가쁜 세 게임에 자지러지게 웃었다.
흡족함에 노회 공식 행사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사모님들은 소록도와 수상 공원으로 떠났다.
남은 자들은 배구 편을 나눴다.
막상막하였지만 1승이 쉽지 않아 3연패로 끌려갔다.
단체 경기는 분위기라 사기를 진작시켰다.
공은 둥글기에 기회가 왔다.
상대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서 역전승을 거뒀다.
아홉 게임 마쳤지만 컨디션이 좋았다.
목욕탕에서 S 목사님이 ‘그 나이에 중원 장악력이 대단하데요.
응급구조사 아들이 목사님과 뛰는 게 소원이래요.’
‘큰일 났네. 몸을 만들어야겠네.’
저녁은 녹동항 소담 한정식집이었다.
8인이 기본인데 생선구이에 열무김치가 시원하고 개운하였다.
노회장 배 볼링 경기는 함성의 연속이었다.
3등 상금으로 이튿날 모닝커피 대접할 기회를 잡았다.
숙소 창을 열었다.
바닷바람이 일었다.
거금대교가 손에 닿을 거리였다.
녹동항 초록빛 등대가 반짝거렸다.
새소리 날아들고 개구리 합창이 밤새 올랐다.
까무룩 한 잠결에 행복의 꿈을 엮었다.
이슬처럼 숙소에 온 목사님, 양말 두 켤레로 사모님 안부를 물었다.
‘보라매 병원에서 자궁내막암 수술 후 처형 집에 있어요.
암! 세 번째여요.
결혼 전 대장암 수술받은 건 몰랐어요.
아이 셋 낳고 목회하면서 갑상선암 수술했어요.
이번에도 산정 특례 혜택으로 비용은 들지 않았네요.
모든 것 하나님의 은혜네요.’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체험에 나섰다.
인적이 드문 깨끗한 숲길,
쭉쭉 빵빵한 나무들의 마중 나왔다.
자욱한 안개는 그들이 뿜어낸 숨결이었다.
보슬비 내리는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싶었다.
바람 타고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하얗게 웃었다.
새들의 지저귐을 속마음에 새겼다.
비탈길 초록한 그늘에서 머리를 식혔다.
유쾌한 몸으로 신록을 즐겼다.
산책길은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행복한 언덕의 쉼터였다.
연소화평교회의 윤 권사님 톡이 울렸다.
‘목사님, 빵 잘 받았습니다.
지혜 챙겨주심도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저희까지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목사님 칼럼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몽글몽글한 사랑의 성품이 느껴지는 삶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향기 조금이라도 닮고 싶습니다.’
2026. 5. 30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