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을 하던 '김남우'가 나비를 쫓아 무심코 등산로를 벗어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발밑이 꺼지는 아찔함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김남우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벽을 오를 수 없는 협곡 아래의 '틈'에서였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는 와중에,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신이 드시오? 꼬박 하루를 기절해 있었소. "
" 크으...으...? "
김남우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중년의 사내 한 명, 한쪽에 따로 모여있는 세 명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초췌한 모습의 중년 사내는 산악인의 느낌을 풍겼는데, 김남우에게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 우리는 모두 이 협곡에 고립당한 상황이요. 보면 알겠지만, 이 협곡을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지. 구조대를 부를 방법도 없고... "
" 무슨...? "
김남우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내의 말대로, 탈출 불가능한 기다란 항아리에 갇힌듯한 모양새였다.
사내는 한숨을 쉬며,
" 아무래도 저번 지진 이후로 이런 지형이 생긴 것 같은데, 하필이면 여기에 떨어져가지고...! "
김남우는 정신이 없었다. 아직 현실감이 없었지만, 사내의 말대로라면 큰 위기상황이었다. 급히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아보는데, 사내가 '아!' 한쪽을 가리키며,
" 댁의 핸드폰은 안타깝지만, 떨어지면서 산산이 부서졌소. 그것만 멀쩡했어도. 휴~ "
" 아...! "
김남우는 바닥에서 부서진 스마트폰을 주워들었다. 사내가 말을 덧붙였다.
" 내 핸드폰은 등산할 당시에 이미 배터리가 모두 나가 있었고... 저 여성분들은 짐을 모두 차에 두고 왔다더군. "
김남우의 시선이,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3명의 여인을 향했다. 중년의 여인과 그 딸로 보이는 고등학생 정도의 여학생 둘이 모여앉아 있었는데, 약간은 이쪽을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김남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다가, 모든 짐이 파헤쳐져 있는 자신의 가방을 발견했다.
" 아..? "
김남우의 시선을 쫓은 사내가, 약간은 민망한 모양새로 말했다.
" 아, 흠흠. 혹시 먹을 게 있나 해서... 미안하오. 사실 말이지, 내가 이곳에 갇힌 지가 벌써 3일째고, 저 여성분들은 2일째요.. 먹은 게 제대로 없어... "
김남우는 그제야 사람들의 초췌하게 지친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 여, 여기에 3일이나 갇혀 계셨다고요? 그럼 구조는... "
사내는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 사람이 지나다니질 않네. 하루종일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어. 마지막 희망은, 우리의 실종을 알고서 누군가가 이 산으로 구조대를 보내서 수색하는 것인데... 과연 글쎄? 어쩌면, 우린 여기서 모두 죽을지도 모르지. "
김남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그, 그런! 말도 안 돼! "
김남우는 빠른 걸음으로 협곡을 돌았다! 벽을 더듬고, 올려다보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사내는 이미 다 해봤다는 듯, 주저앉아 김남우가 하는 양을 내버려 두었다.
"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
김남우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협곡 위를 향해 쉴새 없이 소리쳤다!
다른 넷은 굳이 말리지 않고, 혹시라도 김남우의 목소리가 기적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힘없이 앉아 바라만 보았다.
.
.
.
이틀이 지났다. 더욱 초췌해진 모습의 다섯이 모여앉아 있었다.
중년 사내가, 심각한 얼굴로 운을 띄웠다.
" 이젠...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오. "
" ... "
사내가 꺼낼 말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사내는 잠깐의 침묵 뒤에,
" 살기 위해... '식인'을 해야 할 때가 올 거요. "
" 아...! "
" 으음. "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내 역시 괴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 크음. 최대한 버티겠지만, 내 생각엔 앞으로 일주일이 한계라고 봅니다. 언제까지 고인 빗물만 먹고 살 순 없지 않소? 그마저도 다 말라가는데... 만약 일주일 뒤에도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면... 제비뽑기를 합시다.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말하시오. "
" ...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식인을 하고 싶지도 않고, 식인의 대상이 되고 싶지도 않았지만, 죽고 싶지도 않았다. 솔직히 지금도 배가 너무 고파 흙이라도 퍼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년인은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그럼 모두가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제발 기적이 일어나서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립시다. 제발...! "
" ... "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그날 밤. 김남우와 함께 붙어 자던 중년 사내가 김남우에게 속삭였다.
" 안심하게... "
" 네?? "
" 아마도... 높은 확률로, 희생자는 저 엄마가 되지 않을까... "
" 네? 그게 무슨...? "
사내는, 저 멀리 셋이 모여 붙어 잠을 자는 모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 제비뽑기에 딸들이 걸리더라도, 아마 엄마가 대신 나서지 않겠나 하는 말일세. 그렇다면 저 엄마가 걸릴 확률은 5분의 3으로, 우리 중 가장 높지 않겠나? "
" 아... "
김남우는 수긍했다. 물론 수학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사내의 말대로 왠지 안심이 되었다.
사내는 심각한 얼굴로 우물쭈물하다가,
" 식인이라는 거. 그런 끔찍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만... 만약에 말일세, 만약... 그럴 일이 온다면, 자네가 나서주지 않겠나...? "
" 네?? "
" 나는... 사람을 죽일 자신이 없네. 미안하네. 하지만 용기가 없어 정말로... "
" 아... "
" 그래도 이거 하난 약속하지. 만약, 자네가 걸린다면 내가 자네를 죽여 주겠네. 대신에... 자네가 걸리지 않는다면, 자네가 좀... 죽여 주게나. "
김남우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년 사내가 걸린다면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고, 저 모녀 중 누군가가 걸린다 쳐도 김남우나 사내 둘 중 한 명이 죽여야만 했다. 그것을 사내가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한다면,
" ...알겠습니다. "
" 휴... 고맙네... "
김남우는 씁쓸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기적이 일어나, 내일 당장 구조되는 일을 상상하며.
기적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의 다섯은, 바닥에 쓰러져 산송장과 같은 모습들이었다.
숨 쉬는 소리조차도 희미하던 그때, 사내가 작게 한마디 했다.
" ... 제비뽑기를 합시다. "
아주 작고 미세한 목소리였지만, 모두가 그 말에 반응했다.
사내가 일어나 앉아 자신의 옷을 찢었고, 누워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내는 주먹 쥔 손에 천 조각 5개의 머리를 드러내놓고,
" 이 중에 가장 짧은 천 조각을 뽑은 사람이... 희생하는 것으로. "
" ... "
막상 손을 뻗지 못하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때, 김남우가 입을 열었다.
" 만약 제가 뽑히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은 구차해 보여서 말을 못 하지만.. 혹시라도 제가 뽑히게 된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
" ? "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김남우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다가 사내가,
" 어서 뽑읍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오. 누구도 욕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이지. 우린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인간성을 잃지 않았소. 누구 하나 악쓰지 않고, 민주적으로 제비뽑기까지 하고 있잖소? 만약 우리가 구조되어 사실이 알려진다 해도, 그 누구도 우릴 욕할 수 없을 것이오. "
" ... "
사내의 말은 옳았고, 중년 여인이 먼저 손을 뻗어 천을 하나 빼 들었다. 여인이 손바닥 정도 길이의 천을 뽑아 들고, 눈짓으로 사내를 바라보자-,
" 통과... "
" 아... "
중년 여인이 한숨을 토해냈다. 다음으로 그녀의 첫째 딸이 천을 뽑아 마찬가지로 통과를 받았다. 남은 김남우의 얼굴이 점점 긴장감으로 굳어갔다.
김남우가 한숨을 쉬며 손을 뻗다가, 같은 타이밍에 뻗어오는 둘째 딸과 마주쳐 멈췄다.
잠깐의 침묵으로 서로를 보다 김남우가,
" 먼저 뽑겠습니까? "
둘째 딸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김남우가 뽑으려던 천을 뽑아 들었다. 한데,
" 아!! "
" 아, 안돼...!! "
손가락보다 더 짧은 길이의 천이 뽑혀 나왔다!
둘째 딸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중년 여인과 첫째 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신음이 터져다!
사내는 손을 털어 바닥으로 남은 천을 모두 떨궜고, 김남우는 미안함과 안심이 섞인 복잡한 얼굴로 모녀를 보았다. 아무 말도 꺼낼 순 없었다.
불안한 공기가 흐르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한참 만에 김남우가 할 수 있었던 말은,
" 최대한 고통 없이... "
" ... "
김남우는 사내의 눈치를 살피다가, 굳어있는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이 총대를 매기로 결정했다. 누군가는 저 아이를 죽여야 했지만, 모녀의 손에 맡길 순 없었고, 사내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남은 사람은 김남우뿐이었다.
둘째 딸이 바닥에 엎드려 있고, 김남우가 그 옆에서 바위를 준비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떨어져 등을 돌리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둘째 딸의 모습을 본 김남우가 착잡한 얼굴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위를 집어 든 김남우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 미안합니다... "
눈을 질끈 감고, 바위를 치켜드는 김남우! 남아 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 한 번에 죽이기 위해 이를 악물고-!
퍽-!
" !! "
" 하아...하아... "
김남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고꾸라졌다!
김남우의 등 뒤로, 중년 사내가 피 묻은 돌멩이를 들고 깊은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누워서 떨고 있던 둘째 딸이, 고개를 돌려 중년 사내를 향해 말했다.
" 아, 아빠...! "
" 하아 하아...하아... 빌어먹을 제비뽑기!! "
중년 사내는 죄책감 가득한 괴로운 얼굴로, 쓰러진 김남우를 내려다보았다.
.
.
.
김남우가 협곡의 틈으로 추락한 첫째 날.
세 모녀가, 김남우의 가방을 뒤져 먹을 걸 찾아보고 있었다.
중년 사내는 김남우의 고장 난 스마트폰을 살려보려 애를 쓰다가 한숨을 쉬었다. 곧, 시선을 기절한 김남우에게 옮긴 채로 생각에 잠기는 사내.
[ 여보. 애들아. ]
[ ? ]
[ 만약을 대비해서... 나는 너희와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만약 저자가 깨어났을 때,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넷이 모두 한 가족이란 걸 알게 된다고 생각해봐라.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저자가 궁지에 몰렸다 생각하고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 저자가 깨어난 뒤부턴, 난 너희와 모르는 남으로 행동하며 저자와 함께해야 해. 그게 안전하다. ]
[ ... ]
[ 그리고 혹시 최악의 경우에... 여기서 오랜 시간 고립되어, 우리가 제비뽑기를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몰라. 운이 좋아 저자가 걸린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
중년 사내의 얼굴이 냉정하게 결의에 찼다.
처음부터, 김남우의 미래는 정해져 있었다.
.
.
.
" 살았어! 살았다 얘들아! 여보! 살았어!! "
네 가족은 기어코 살아남았다. 김남우의 희생이 있고 나서 일주일 뒤에 구조되어 살아남았다.
한 달을 협곡의 틈에서 고립되다 구출된 가족의 이야기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특히, 식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가족들을 매스컴 앞으로 불러왔다.
사내는 인터뷰에서 항상 말했다.
[ 그 청년이 제비뽑기에 걸렸고, 스스로를 희생했습니다. 그 청년 덕분에 우리 가족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청년에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평생 그 청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
물론 사람들은 김남우가 정말로 제비뽑기에 걸렸을까를 의심했다. 밝혀낼 방법은 없었다. 그들 가족 넷의 일관된 주장을 믿을 수밖에.
.
.
.
.
.
.
.
.
.
" ... "
" ... "
" ... "
" ... "
네 가족이, 멍한 얼굴로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 내가 희생했어야 해... 제비뽑기 결과대로 내가 희생했어야 했어...! "
" ...... "
둘째 딸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오열했다.
가족 중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 앞에 놓인 4장의 '검진표'가 그들 가족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 에이즈 양성 판정 '
[ 만약 제가 뽑히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은 구차해 보여서 말을 못 하지만.. 혹시라도 제가 뽑히게 된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
출처 : 오늘의 유머 글쓴이 : 복날은간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91461&s_no=12756516&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185680

첫댓글 전에 읽었던건데도 또 읽으러 들어왔다 또읽어도 존잼..
이사람 책도 냈던데 똑똑한거같아 진쨔잼써
@아ol맥스 ㅈㄴㄱㄷ 아마 김동식 작가일거야! 책은 정확히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쓴 글들에 주인공 이름 김남우인게 많아서 생각남 ㅋㅋ 오유에서 필명 복날은간다로 글쓰다가 작가로 데뷔하셨댕 재밌는거 많더라 홍콩방에 복날은간다 검색하면 몇개 더 나올겨!
@아ol맥스 ㄷㅆ ㅋㅋㅋㅋ아나 저 대댓 받았을째 일하는 중이라 나중에 달려고했었는데 그대로 까묵었었네... 그때 내가 읽을책 성공한인생 이었으!
공항가는 라디오에서 읽어주는데 뒷얘기 너무 궁금해서 이북으로 사서읽었었으ㅋㅋㅋ
책도 재밌기는한테 근데 참신함만으로보면 복날은간다 닉으로 인터넷에 썼던것들이 더 재밌는거같기도하고..? ㅋㅋㅋㅋ다른 책들 더 낸것들은 안읽어봐서 어떤지 잘은 모르겠어ㅋㅋㅋ
복날은간다 닉으로 쓴것들 작가가 책내면서 많이 글 지운거같은데 홍콩방 연어해보면 예전에 퍼온것들 많이남아있으ㅋㅋㅋㅋ
훈훈한 결말
반전의 반전..
김남우 창놈새끼
ㅋㅋㅋㅋㅋ존웃 개터짐
ㅋㅋㅋㅋㅋㅋㅋ김남우 창놈새낔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ㄷㄷ
남냐;
남우 형냐엿네..
근데 에이즈 걸린 사람을 먹는다고 에이즈가 걸리는 건 아니지 않나? 소설적 구라지?
아 진짜 창놈새끼 개 싫다 마지막 까지 간보는거
뭔놈의 아!만 찾다가 가
김남냐?
챙넘이 등산도 하네 ㅡㅡ
이래서 남자들은 항상 신체를 깨끗히 해야돼,,,언제 먹힐지 모르니까,,,
성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요
우리가족 불가능... 딸들이 아빠랑 똑같이생겨서 오히려 엄마가 연기해야함
그래도 죽는 것보단 사는게 낫지 요즘 에이즈 보존치료 잘 하면 된다는데
어휴 이래서 형냐는 안돼
남우 창놈
남냐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