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깍정이/깍쟁이]
어제는 날씨가 끄물끄물 하고 춥기도 해서, 오랜만에 도토리묵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옛 생각이 날 것 같아서... 막상 식당에 가서는 도토리묵을 먹지 않고 다른 것을 먹었지만...
오늘은 도토리 이야기 좀 해 볼게요. ‘도토리’가 뭔지는 다 아시죠? 어떻게 생긴지도 아실 것이고. 그럼 도토리는 어떤 나무에서 열리는지 아세요?
상수리는 상수리 나무에서 열리고, 뽕은 뽕나무에서 열리니까, 도토리는 도토리 나무의 열매?
아닙니다. 도토리는 떡갈나무에서 열립니다.
참나무 아시죠? 참나무가 어떻게 생겼죠? 실은, 참나무는 어느 특정한 한 종의 식물을 가리키는 식물이름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딸린 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나무 열매도, 떡갈나무의 열매를 도토리, 상수리 나무는 상수리, 졸참나무는 굴밤이라고 부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참나무의 열매를 보통 도토리라고 하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참나무’를 “상수리나무”라고 풀어놨습니다. 좀 생뚱맞죠?
오늘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그게 아니라, 도토리를 보면 열매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어떻게 보면 술잔처럼 생겼고, 또 어떻게 보면 모자처럼 생긴 꼭지를 볼 수 있는데 그걸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그게 바로 ‘깍정이’입니다.
흔히,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 또는 자기 것만 챙기려 드는 사람을 ‘깍쟁이’라고 하는데, 이 깍쟁이가 바로 도토리 ‘깍정이’에서 온 말입니다.
도토리 깍정이가 열매를 움켜쥐고 있는 모양을 보고, 자기 것을 놓칠세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깍쟁이’라는 낱말을 만든 겁니다.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게 사회생활인데, 깍쟁이처럼 자기 것만 챙기면 재미없겠죠?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주는 하루로 만들어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