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程子, 정명도와 정이천)가 말씀하셨다. '편벽되지 않음을 中(중)이라 하고, 변치 않음을 庸(용)이라 이르니, 中은 천하의 정도(正道)요 庸은 천하의 정리(定理)이다.' 이 책은 바로 공문(孔門)에서 전수해 온 심법(心法)이니, 자사(子思, 공자의 손자)께서 (이 이치가 전해져 온 것이) 오래됨에 잘못됨이 있을까 두려워하셨다. 그래서 이것을 책에 써서 맹자에게 주신 것이다. 이 책은 처음에는 한 이치(一理)를 말하고, 중간에는 흩어져 만사(萬事)가 되고, 끝에는 다시 합하여 한 이치(一理)가 되어서 이것을 풀어놓으면 육합(우주)에 가득하고, 거두어들이면 물러가 은밀한 데 감추어져서 그 맛이 무궁하니 모두 진실한 학문이다. 잘 읽는 자가 완색(玩索, 뜻을 깊이 생각하여 찾음)하여 얻음이 있으면 종신토록 쓰더라도 다하지 않음이 있을 것이다." (성백효 교수 번역본)
주희(주자)는 그의 중용집주에서 정자(程子)의 말을 빌어 중용이 어떤 뜻이며, 중용이란 글귀가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이며, 또 누가, 무슨 목적으로 지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희는 중용집주에서 정자가 정의하고 있는 중용의 의미를 조금 더 부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不偏不倚之謂中, 不易之謂庸"
(불편불기지위중, 불역지위용)
(위에서 인용한 번역문에선 '편벽되지 않음'이라 퉁쳐서 말했지만 디테일하게는) '치우치지 않고(不偏), 기이하지 않음(不倚)'을 中이라 하고, '변치 않음(不易)'을 庸이라 한다는 게 정자(程子, 정명도와 정이천)가 내리고 있는 中庸(중용)의 정의입니다. 정자의 학문을 계승한 주희는 정자의 중용 정의에 혹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하여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덧붙여 중용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中者 不偏不倚無過不及之名, 庸 平常也"
(중자 불편불기무과불급지명, 용, 평상야)
不易(불역)이 곧 平常(평상)의 의미라고 본다면 주희는 정자의 中 정의에 '無過不及(무과불급)'이란 문구를 더하고 있습니다.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는 상태'란 곧 '시의적절함(時中)'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주희는 中庸(중용)의 中에 '치우치지 않음(不偏)과 시의적절함(時中)'의 뜻이 같이 들어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걸 시쳇말로 좀 더 쉽게 말하자면 中庸할 때의 中은 '가운데'란 의미와 '타당함, 또는 적절함'이란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고 봤다는 소립니다.
여기선 庸(용) 不易(불역)과 平常(평상)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쓰임(用)'이라 읽는 학자도 많습니다. 이렇듯 중용의 의미를 팔라고만 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중용집주를 보면서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온 부분만 참고하기 위해 기록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