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둑어둑 해지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출렁인다.
간간이 산들바람이 입술을 스치니 그린향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달빛이 남아있던 그날(6.4) 새벽, 나는 이월에서 별도의 행사가 있었고,
그것은 의도적으로 정한 날이다.
12시쯤 학성초등학교의 함성소리가 가까이 들릴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교문을 들어서며, 5분을 멈추어서, 그 옛날의 추억을 토해냈다.
이곳이 나의 어릴 적 놀이터였는데.
하교 후나, 휴일이나 연못 주변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그 연못가 주변에 오직 한 그루.
우뚝 솟은 자작나무는 내가 안을 수 없을 만큼.
그것이 그렇게 컸다.
내가 그리도 보고 싶어 하던 나무였는데.
참, 아름답구나!
이제는 늙어서 줄기가 은색의 달빛을 반사하지 못하지만,
밝은 초록색과 환한 파랑은 늘 그대로였다.
달 밝은 밤에 요정이 새겨 놓은 그 옛날의 동화 같은 비밀을 간직한 채.
교무실에서 잠시 종각이와 이야기를 하고, 지각생 정자와 초평저수지를 달렸다.
강 건너 빨간 기와집이 내 머리를 강타하면서
연애하던 시절에 낚시하던 하룻밤이 물에 비쳤다.
호수의 님프와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를 떠올리며.
‘여기야! ’ 정자의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노상 툇마루에 앉아있던 편안한 사람들(복성이는 행복하게 뒹굴 거리고), 지쳤는지 눈이 모두 풀려있었다.
밤새 에너지를. 그도 그럴 나이가 되었겠지!
암벌과 수벌의 비율이 1:1.618 이라는 자연의 황금분할을 무색하게 하리만큼 남자들은 많았다.
처음 보는 여자 친구, 영재와 주희도 있었다.
사진을 찍는데 짧은 반바지를 입어서 여간 샤이하지 않았다.
그날은 마음먹고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운동회를 하는 줄 알았다.
진천 노래방에서 김광태를 만났다.
카페에서 이름만 보고 그것도 남자 이름이라서 모습이 궁금했는데 편안하고 포근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친구보다 학성초등학교를 더 그리워한다.
내 집처럼 놀고 자란, 우리 집과 같은 곳이다.
이제 이별의 왈츠가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다.
만남과 이별은 너무 같아서 만남이 정점에 이루는 순간, 이별은 상승곡선이고 만남은 하향곡선을 이룬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동방신기의 노래 중에서 ‘1분을 보기 위에 하루를 아낌없이 버렸다’ 는 그런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