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의 가을에 두고 온 안부.
가을비가 그친 요크의 골목으로 들어선다. 젖은 돌바닥 위에 가게 불빛이 길게 번져 있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좁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래된 집들이 길 위로 조금씩 몸을 내밀고 있다. 건너편 창문에 안부라도 물으려는 모양이다.
샴블스 골목에서는 자꾸 걸음이 늦어진다. 쇼윈도 앞에서 멈추고 비켜서는 사람을 기다린다. 누군가와 나란히 걷다가 어깨가 닿을 만한 길이다. 혼자 걷는 나는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두 사람이 내 곁을 지나간다.
문득 오래전 함께 걷던 사람이 생각난다.
여행만 떠나면 작은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사람이다. 나는 몇 걸음 앞서가다가 돌아보곤 했다. 무엇을 그렇게 오래 보느냐고 재촉한 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이 보고 있던 것을 나도 옆에 서서 한번 들여다볼 수 있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다음 장소에 도착하는 일에 마음이 바빴다. 좋은 곳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지도를 펼쳤고 해가 지기 전에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계산했다. 마주 앉은 사람이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던 모습은 뒤늦게 이렇게 선명하다.
골목의 찻집에 들어가 창가에 앉는다. 외투를 벗어 옆 의자에 걸어놓고 차를 주문한다. 김이 오르는 잔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우산을 접는 사람과 상대의 옷깃을 여며주는 사람이 보인다. 휴대전화를 꺼냈다가 사진은 찍지 않고 다시 내려놓는다.
오래 연락하지 않은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오후다. 여전히 차를 천천히 마시는지. 여행지에서 사 온 작은 물건들을 창가에 놓아두는지. 추워지면 손끝부터 차가워지던 버릇은 그대로인지.
물어볼 수 없는 것들이 잔을 비우는 동안 하나씩 떠오른다.
밖으로 나오니 골목에 저녁빛이 내려앉아 있다. 조금 전 지나온 가게 앞을 다시 걷는다. 이번에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작은 진열장 안에 놓인 찻잔 하나를 오래 들여다본다. 그 사람이라면 어느 것을 골랐을지 생각하다가 혼자 웃는다.
다음에 요크에 온다면 이 골목을 다시 걷고 싶다. 가을 외투를 챙기고 오후 한나절을 비워두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 오게 된다면 그 사람이 멈추는 곳에서 나도 걸음을 멈추려 한다.
오늘은 그 연습을 하듯 천천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