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 앞서..
지난주 지리산행 후 허리가 아프다는 아내 때문에
이번주는 가벼운 섬산행으로 정했다.
통영(한려수도)에는 무수히 많은 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오늘 가려는 섬이 바로 '연꽃으로 불리는 전설의 섬' 연화도이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통영 살면서도 오늘에서야 비로소 가게되는 것..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km 해상에 위치한 이섬은
400여 년전 이순신장군과 연화도사, 사명대사, 자운선사에
얽힌 전설이 역사적 사실로 밝혀져 불교 순례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또한 이곳은 사방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경관이 빼어난 데다가
용이 대양을 향해 헤엄쳐 나아가는 형상의 용머리는 절경중 백미라 한다.
지난 욕지도 산행기를 참조하여 삼덕항으로 갔더니 (10시경)
10시에 출항하는 금룡호는 연화도로 가지않고 욕지도로 논스톱 직행한단다.
연화도가는 카페리호는 11시 10분 (그것도 예약덕분에 운행)이라 하니
꼼짝없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탈걸..)
결론은 작년에 운행했다고 올해도 똑같이 운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대합실에서 TV시청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난데없이 대형버스 몇 대에
산객인지, 불교 순례자인지 대구에서 오신 분들이 내리는데 왁자지껄 일순 소란해 진다.
11시 10분에 출항한다는 카페리호는 11시 20분이 넘어서야 입항을 하고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표검사도 하지 않고 승선하라고 한다.
(왕복 배삯이....) 쩝쩝..
▷ 船上에서 바라본 욕지도 (좌측 구름에 덮힌 산이 욕지도천황산 - 고도 392M) <12:08>
▷ 船上에서 바라본 두미도 (구름에 덮힌 산이 두미도천황봉 - 고도 467M) <12:09>
오전에 비가오고 오후부터는 개인다고 해서 섬산행을 택했건만
비가 오기는 커녕 날씨만 좋으니 슬슬 부아가(기상대에게) 일어난다.
하지만 어차피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않아 큰산(지리산)은 언감생심이라 마음을 비우고..
한 40분 운항을 하니 우현쪽으로 욕지도, 노대도, 두미도 등이 눈에 들어온다.
우측 두미도는 김정길형님과 다녀왔던 곳으로 통영의 섬 중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섬이다.
▷ 산행초입 (162M봉 오름길)에서 바라본 북쪽의 우도(牛島) 파노라마사진 <12:33>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연화도는 난생처음이다.
본촌 여객선터미널에 내리니 맨먼저 네바위횟집이 눈에 들어오는데
네바위횟집 옆 노래방에서는 대낮인데 성업중이다. (여기가 섬 맞나?)
초입은 터미널 부두 오른쪽 끝 민가 왼쪽의 소로가 들목이다. 이 작은 오르막길을 지나
2시 방향으로 보이는 전봇대를 향해 오르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 산행초입 오름길에 천지빼가리로 피어있는 골무꽃 <12:48>
▷ 154M봉에서 바라본 외초도, 초도, 멀리 바다너머 갈도, 삼여도(작은바위섬) 그리고 욕지도 <12:59>
▷ 위 사진의 중앙을 줌으로 당기면..(초도와 삼여도가 보이고 멀리 보이는 섬이 갈도) <13:00>
▷ 조금 더 올라오니 우측으로 두미도까지 보인다. (외초도~초도~욕지도~노대도~두미도 파노라마사진) <13:02>
▷ 구름을 덮어쓴 욕지도와 바다건너 노대도, 그리고 역시 구름을 덮어쓴 두미도 <13:03>
오늘은 산행이라기보다 소풍나온 느낌이다.
아내는 배낭도 메지 않은채 유산객차림이다. 산행 역시 느릿느릿 거북이 산행이고..
삼덕행 마지막 배는 오후 4시지만 통영터미널행 마지막 배는 오후 5시이기 때문이다.
만약 삼덕행을 놓치면 오후 5시 배를 타면 되니까.. ^^
▷ 154M봉지나 정자(삼거리 갈림길)부근에 피어있는 쇠별꽃 <13:08>
▷ 정자(삼거리 갈림길)지나 오름길 등로에서 바라본 연화도 선착장. (멀리 바다건너 통영 미륵산이 보인다.) <13:10>
삼덕항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날씨가 일보예보와는 달리
너무 화창해 억울했는데 이곳에 오니 완전히 마음이 달라진다.
야생화 천국에다가 쪽빛바다, 아름다운 섬들, 거기에다가 찔레꽃까지 만발하니
"이곳에 참 잘왔다." 는 소리가 절로 나오니
아내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내가 한심한지
"당신은 참 빨리도 결정하네요." 한다. 에쿠..
▷ 연화봉오름길에 뒤돌아본 욕지도(반토막)와 두미도쪽 풍경 <13:23>
연화봉오름길에는 찔레꽃도 만발하지만 등로에는 쑥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대구에서 오신 여성산님들은 쑥캐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그림 캐느라 정신이 없다. ^^
▷ 위 사진을 줌으로 당기면 (노대도, 두미도, 봉도 등이 보이고 두미도너머 흐리게 보이는 섬이 남해도다.) <13:24>
▷ 점심을 자시는 먼저오신 산님들 (연화봉 정상에서.. 멀리 바다너머 보이는 섬은 국도) <13:27>
정자를 지나 조금 올라오니 연화봉 정상이다.
많은 산님들이 올기종기 모여 점심을 자시고 있는
연화봉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에 [욕지 24] 라고 새긴 삼각점이 보인다.
갑자기 아내가 빨리 이리와 보란다. 여기 경치 너무 좋다며..
잠시 후 아내가 서있는 곳에 도착하니
바로 통영 8경의 하나의 용머리가 나타나는데..
저! 저기머꼬!!!!!!!!!!!!!!!!!!!!
▷ 연화봉(낙가산)에서 바라본 용머리 풍경 (저기머꼬!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13:27>
연화도 제일의 절경인 섬 동쪽 끄트머리 용머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두 마을 부근의 4개 바위섬인 네바위를 포함한 이 해안절벽 지대는 통영8경에 꼽히는 비경지대다.
뾰족한 바위섬들의 배열이 마치 대양을 헤엄쳐나가는 용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는 듯하다. (월간산에서 발췌)
▷ 줌으로 살짝 당긴 모습 (멀리 소지도, 소매물도, 매물도, 어유도 등이 보인다.) <13:28>
▷ 줌으로 확 당긴 모습 (네 바위가 더욱 자세하게 보인다. -맨 우측 바위가 천년송이 있는 외돌괴) <13:28>
네바위에는 벼랑 위 바위틈에서 자라는 천년송과,
바다로 뛰어드는 형상의 거북바위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용머리와 연결된 남쪽 해안에는 금강산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바위군상이 펼쳐진다.
일몰 직전 황금빛으로 물드는 용머리와 연화도 해안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한다. (월간산에서 발췌)
▷ 연화봉(낙가산)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西~北~東) <13:30>
파노라마사진을 찍은 후
연화봉 정상에서 우리도 가져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보통 충무김밥 2인분 사면 늘 마지막 한 두개는 억지로 먹는데 오늘은 전혀 아니다.
충무김밥(뚱보할매)이 이렇게 맛이 좋은지 미처 몰랐다. 역시 즐산이 좋긴 좋구나. ^^
정상이래야 고도 212m, 높은 언덕 같은 곳이다. 점심을 먹고 언덕을 내려가는데
아카시아꽃과 야생화가 만발하여 자꾸만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
▷ 연화봉 아래에 있는 '사명대사 토굴터' <13:59>
▷ 능선상에 있는 5층석탑 <14:10>
언덕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서면
조선시대 연산군의 억불정책을 피해 이 섬에 은신한 연화도사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가 수행하던 장소인
연화도사 토굴터와 사명대사 토굴터가 연이어 나온다. (별 볼것은 없음.)
토굴터를 지나 5층석탑이다.
5층석탑은 건립한지 얼마되지 않아 보여 다소 품격이 떨어진다.
다시 발아래에 보덕암이 보인다. 그냥 여기서 줌으로 당겨야지...
하며 디카를 꺼내는데
뜻밖에도 아내가 내려가 보자고 한다.
▷ 5층석탑 부근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뽀리뱅이 <14:09>
▷ 5층석탑 부근에 피어있는 지칭개 <14:10>
▷ 가파른 바위 절벽아래 용머리가 보이는 명당에 위치한 보덕암 (普德庵) <14:17>
석탑 옆으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서면
절벽 속에 자리 잡은 사찰 보덕암이 나온다. 연화봉 남쪽 가파른 사면의 이 사찰은
네바위의 절경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보덕암은 빼어난 조망의 관음도량으로
연화사와 함께 많은 불자들이 찾고 있다. (월간산에서 발췌)
▷ 바다에서 바라본 보덕암 (입체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퍼온 사진임.)
▷ 해수관음보살과 수선당 그리고 용머리 풍경 <14:27>
▷ 공동묘지 부근에 피어있는 엉겅퀴 <14:51>
해수관음보살을 구경하고 다시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가
계속해 능선을 따라 용머리로 향한다. 이제 길은 산길로 바뀌고
잠시 후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공동묘지 주변에는 야생화가 만발해
또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데 이 벌건 대낮에 아내는 무섭다고 허덜을 뜬다. ㅋㅋ
▷ 공동묘지 부근에 피어있는 인동 <14:56>
공동묘지를 지나니 시멘트도로가 나타난다.
시멘트도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우측 바닷가 쪽으로
외딴집이 (돌탑도 보임.)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저리로 내려가면
4시배는 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발길은 이미 바닷가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내려가면서 커다란 메뚜기 한마리 찍으려다가 실패하고..^^;
막상 내려가서 보니 위에서 보던것과는 달리 그리 아름다운 그림이 없어
앵오리(잠자리) 정귀(부엌)가듯 별무소득으로 다시 시멘트도로로 올라온다.
비록 수확은 없으나 그래도 운동한번 잘했지 뭐.. ^^
▷ 용머리 가는길 풍경 (뻐꾸기가 "뻐꾹" "뻐꾹"하고 울었다.) <15:16>
시멘트도로를 걸어가면 잠시 후
동두가는 시멘트길(직진)과 용머리가는 산길(오른쪽)이 나타난다.
염소방목용 그물울타리 사이로 출입문이 있어 살며시 열면 열리는데
아내는 지레짐작으로 그물울타리를 넘어 왔다고 한다. ㅋㅋ
임도처럼 넓은 산길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뻐꾹" "뻐꾹"
사진이나 한장 찍을 요량으로 아무리 둘러봐도 놈은 보이지 않는다...
▷ 깎아지른 절벽의 해안선 풍경 (보시다시피 저 아래 해안선으로는 보행 불가능) <15:20>
해안 절벽을 크게 돌아 다시 고도가 뚝 떨어진 뒤 도로와 다시 만난다.
하지만 산길은 곧바로 건너편 봉우리로 올라선다.
산길로 올라가는 길엔 며느리밑씻개가 많이 피어있어 눈길을 끈다.
뻐꾸기는 여기까지 따라와 "뻐꾹" "뻐꾹" 하며 울어댄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내 소용해진다.
▷ 용머리오름길에서 본 며느리밑씻개 <15:26>
며느리밑씻개는 볼때마다 그 독특한 이름 때문에
웃슴 짓게 만든다. 대체 무엇으로 밑을 씻으라는 얘긴가?
아무리 봐도 꽃은 아닐성 싶고 잎으로 씻어야 되겠는데..
요놈을 볼때마다 꽃으로 그 부드러운 속살을 씻으라고
엄명을 내리는 못된 시어미가 생각나는건 무신 까닭인지.. ㅋㅋ
▷ 이 바위가 아들바위인가? (남근석 위에 있는 바위가 아들바위인가? 아니면?) <15:29>
▷ 줌으로 당긴 남근석 <15:29>
▷ 망부석이 서 있는 연화만물상 <15:43>
연화 만물상의 비경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런 표식이 없다는 것..
어느것이 대바위며, 아들바위며 망부석이며 하는 설명이 없으니..
남근석 지점을 지나 로프가 매달린 암릉을 오르면 아찔할 정도로 양옆이 절벽이다.
암릉지대를 지나 산길 오른쪽으로 멋진 조망처가 연달아 나타난 뒤 118m봉에 오른다.
이후 산길은 서서히 아래를 향하더니 이내 급경사로 변한다.
동두 마을 직전의 도로까지 100m 고도를 지그재그 길로 내려선다.
▷ 동두마을 풍경 (전방에 보이는 산을 올라야 외돌괴와 천년송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16:07>
동두마을로 내려가기 전 용머리로 올라가는 산길이 보여 (로프가 보임.)
올라가려고 하니 도로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가 이곳은 길이 험하고 등산로가 아니라고 한다.
로프가 보여 저 로프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낚시꾼들이 매달아 놓은 것이니 괜한 고생을 하지 마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이것보다 더한 [탐방로아님]도 가는 사람들인데...ㅋㅋ
그러나 마지막 배를 타려면 아무래도 포기해야 될 것 같아 도로 올라가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 다시 동두마을로 내려와 마을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동두마을에서 바닷가로 도는 코스는 없고 (배를 타고 관람을 해야 하며..)
외돌괴와 천년송을 보려면 앞에 보이는 산(진등)으로 올라야 한단다.
그런데 태풍 매미 때문에 지금은 천년송이 말라 죽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이쯤에서 본촌 선착장으로 되돌아 가야한다. 벌써 4시가 넘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목에 있는 연화사도 둘러봐야 하기에 부지런히 시멘트길을 걸어야 한다.
히치 한번 시도했다가 실패하고는 그냥 걷기로 한다. (연화사까지 40분정도 소요.)
▷ 연화사 가는 시멘트도로가에 피어있는 실거리나무 <16:34>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한무리의 산님들이 올라오는데
지금 올라 갔다가 언제 마지막 배를 탈런지 내가 오히려 걱정인데
정작 그들은 태평스러워 보인다. "연화봉이 어딥니까?" 하고 묻는 그들.. ㅋㅋ
연화봉은 이길로 올라서는 안된다. 내 생각에 이들은 곧 하산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시멘트도로로 올라와 시멘트도로로 도로 내려가야할 불쌍한 그들
산행대장의 미숙으로 이렇게 이상한 산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화도 산행은 선착장 오른쪽 끝 민가 왼쪽의 소로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우리처럼.. ㅋㅋ
▷ 연화도(본촌)의 중심에 자리한 연화사 <16:36>
1988년 쌍계사 조실인 고산스님께서 창건한 사찰로
역사는 짧지만 운치는 뛰어나다. 이 작은 섬에 적지 않은 규모의
시찰이 두곳이나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연화도는 불교의 향기가 짙은 곳이다. (월간산에서..)
▷ 연화사 고무물통에 피어있는 수련(垂蓮) <16:44>
▷ 귀향하는 船上에서 바라본 연화도 <17:39>
연화사 한바퀴 휘 둘러보고
선착장까지 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마지막 배가 5시인줄 알았더니 5시 20분이란다.
출항까지는 아직 30분 정도 여유시간이 남은 셈이다.
결국 얼음과자 한 개씩 입에 물고 술취한 유산객들의
천태만상을 귀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불교의 섬, 연꽃이라 불리는 섬, 연화도는
무척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그 순결함이 자꾸만 잃어 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간직하며 돌아왔다.
<끝>
산행지도1
산행지도2
[2006.05.28. 13:23]
[연화봉오름길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