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壁賦(적벽부)
소식(蘇軾:1036~1101)
중국 북송의 시인이며 서예가이다.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東坡).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3소’(三蘇)라고 불리어지며 모두
당송 팔대가에 속한다. 미주 미산 출신이다.
시문뿐만 아니라, 사(詞)와 글씨와 그림, 음악에 이르기까지
대문호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서로는 『동파집(東坡集)』 40권과 『동파후집(東坡後集)』 20권이 전한다.
임술년 가을 음력 칠월 열엿샛날
壬戌之秋七月旣望 임술지추칠월기망
* 송(宋)의 신종(神宗) 원풍(元豐) 5년(1082)
소식(蘇軾)은 손님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蘇子與客泛舟 소자여객범주
적벽아래서 노니는데
遊於赤壁之下 유어적벽지하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고
淸風徐來 청풍서래
물결은 일지 않으니
水波不興 수파불흥
술을 들고서 손님에게 재촉하며
擧酒屬客 거주촉객
밝은 달에 관해 시를 낭송하니
誦明月之詩 송명월지시
노래 또한 그윽하고 고요한 문장이로세
歌窈窕之章 가요죠지장
얼마 지나지 않아 달이 동산 위로 떠 오르고
少焉月出於東山之上 소언월출어동산지상
북두칠성과 견우성 사이를 노니네
徘徊於斗牛之間 배회어두우지간
하얀 이슬은 강을 비껴있고
白露橫江 백로횡간
물빛은 하늘에 닿을 듯이 아득하네
水光接天 수광접천
한줄기 갈대처럼 길게 늘어진 것처럼
縱一葦之所如 종일위지소여
* 一葦: 작은 배
드 넓은 강물 위를 아득히 헤치고 가네
凌萬頃之茫然 능만경지망연
넓고 넓어서 허공에 기대어 바람을 타며
浩浩(飄飄)乎如憑虛御風 호호(표표)호여빙허어풍
*3종의 책마다 약간의 어순과 이자(異字)가 있음.
멈추는 곳을 알지 못하겠네
而不知其所止 이불지기소지
바람에 나부끼며 세상을 잊은 채 홀로 서서
飄飄乎如遺世獨立 표표호여유세립
날개가 돋아 마치 신선이 하늘로 오르는 것 같네
羽化而登仙 우화이등선
이에 술을 마시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니
於是飮酒樂甚 어시음주락심
배머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扣舷而歌之 구현이가지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 돛대는
歌曰桂櫂(棹)兮蘭槳(檣) 가왈계도(도)혜난장(장)
*책마다 글자가 다름.
밝은 허공을 치며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가네
擊空明兮泝(溯)流光 격공명혜소(소)류광
아득하고 아득한 나는 생각에 잠기어
渺渺兮余懷 묘묘혜여회
미인을 생각하며 하늘 한 곳을 바라보네
望美人兮天一方 망미인혜천일방
손님 가운데 퉁소를 부는 사람이 있어서
客有吹洞簫者 객유자통소자
노래 따라 가락에 맞춰 화답하네
倚歌而和之 의가이화지
그 소리는 탄식한 듯이 슬프고
其聲嗚嗚然 기성오오연
원망인 듯 그리움인 듯
如怨如慕 여원연모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하소연하는 것 같기도 하고
如泣如訴 여읍여소
여음은 가냘프면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餘音嫋嫋 여음뇨뇨
가는 실처럼 끊이지 않네
不絶如縷 부절여루
그윽한 골짜기 잠겨있는 교룡을 춤추게 하고
舞幽壑之潛蛟 무유학지잠교
외로이 떠 있는 배에서 과부를 울게 하였네
泣孤舟之嫠婦 읍고주지리부
소식이 애처로운 마음이 들어서 옷깃을 바로 하고
蘇子愀然正襟 소자초연정금
황급히 자리에 앉아 손님에게 묻기를
危坐而問客曰 위좌이문객왈
“무엇이 그리도 그런 한가?”
何爲其然也 하위기연야
손님이 말하기를
客曰 객왈
달이 밝으니 별이 드물고
月明星稀 월명성희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
烏鵲南飛 오작남비
이것은 조맹덕의 시가 아닌가?
此非曹孟德之詩乎 차비조맹덕지시호
*조조(曹操)의 자는 맹덕(孟德)이다.
**조조의 「短歌行(단가행) 시에
「달이 밝으니 별이 드물고
月明星稀 월명성희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가네
烏鵲南飛 오작남비
나무를 세 번을 돌아도
繞樹三匝 요수삼잡
가히 의지할 나뭇가지 하나 없네
無枝可依 무지가의」
서쪽 하구를 바라보고
西望夏口 서망하구
동쪽 무창을 바라보네
東望武昌 동망무창
산천은 서로 이어져
山川相繆 산천상무
울창하게 푸르고 푸르네
鬱乎蒼蒼 울호창창
이곳은 맹덕이 주유에게 곤욕을 당한 곳이 아닌가?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주유(周瑜)는 삼만의 군사를 이끌고 적벽에서 조조의 백만 군사를 무찔렀다.
바야흐로 형주를 쳐부수고
方其破荊州 방기파형주
강릉 아래로
下江陵 하강릉
순조롭게 동쪽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順流而東也 순류이동야
배는 끝없이 천리를 이어졌고
舳艫千里 축로천리
천자의 깃발은 하늘을 덮었네
旌旗蔽空 정기폐공
술을 잔질 하며 장강을 내려다보며
釃酒臨江 시주림강
긴 창을 눕혀놓고 시를 지으니
橫槊賦詩 횡삭부시
진실로 일세의 영웅이로다
固一世之雄也 고일세지웅야
그러나 지금은 어디 계시는가?
而今安在哉 이금안재재
하물며 그대와 나
況吾與子 황오여자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땔나무 하면서
漁樵於江渚之上 어초어강저지상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큰 사슴을 벗하여
侶魚鰕(蝦)而友麋(蘪)鹿 여어하(하)이우미(미)록
작은 나뭇잎 같은 배를 타고
駕一葉扁(輕)舟 가일엽지편(경)주
술단지 표주박을 들어서 서로 권하네
擧匏樽以相屬 거포준이상촉
천지에 빌붙어 사는 하루살이 같이
寄(奇)蜉蝣於天地 기(기)부유어천지
아득한 푸른 바다에 좁쌀 한 알이네
渺蒼海之一粟 묘창해지일속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나의 삶을 슬퍼하며
哀吾生之須臾 애오생지수유
끝없이 다함이 없는 장강을 부러워하네
羨長江之無窮 선장강지무궁
하늘을 나는 신선과 어울려 자유로이 노닐며
挾飛仙以遨遊 협비선이오유
명월을 품고 오래 살다 가리라
抱明月而長終 포명월이장종
갑자기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것을 알지만
知不可乎驟得 지불가호취득
퉁소의 슬픈 여운을 가을바람에 부쳐 보내노라
託遺響於悲風 탁유향어비풍
소식이 말하기를
蘇子曰 소자왈
자네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는가?
客亦知夫水與月乎 객역지부여월호
가는 것은 이와 같지만
逝者如斯 서자여사
옛날부터 가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을
而未嘗往也 이미상왕야
차고 비우고 저와 같으나
盈虛者如彼 영허자여피
자라거나 소멸하는 것도 없으니
而卒莫消長也 이졸막소장야
대개 변하는 것을 스스로가 보아도
蓋將自其變者而觀之 개장자기변자이관지
천지 또한 곧바로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則天地曾不能以一瞬 즉천지증불능이일순
그 변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보아도
自其不變者而觀之 자기불변자이관지
곧 만물과 나 모두 다함이 없는 것을
則物與我皆無盡也 즉물여아개무진야
또 무엇이 부러워할 것이 있는가?
而又何羨乎 이우하선호
또한 저 하늘과 땅 사이에
且夫天地之間 차부천지지간
물건에는 각각 주인이 있으니
物各有主 물각유주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苟非吾之所有 구비오지소유
한가닥 털일지라도 취하지 않는다
雖(難)一毫而莫取 수(난)일호이막취
오직 강 위에 부는 맑은 바람과 산 사이에 떠 있는 밝은 달과 더불어
惟江上之淸風與山間之明月 유강상지청풍여산간지명월
귀로 얻어서 소리로 삼고
耳得之而爲聲 이득지이위성
눈으로 맞이하여 빛깔을 이루니
目寓之而成色 목우지이성색
취해도 무방하니
取之無禁 취지무금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네
用之不竭 용지불갈
이는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끝없는 많음이다
是造物者之無盡藏也 시조물자지무진장
이는 나와 그대가 작게나마 함께 즐기는 것이다
而吾與子之小共樂(適) 이오여자지소공락(적)
객이 즐겁게 웃으며
客喜而笑 객희이소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니
洗盞更酌 세잔갱작
고기와 과일 안주는 벌써 다 떨어지고
肴核旣盡 효핵기진
잔과 쟁반은 어지럽게 흩트려져 뒤 썩여 있네
盃盤狼藉 배반랑자
서로 같이 취하여 배 바닥에 베개를 베고 잠이 들어
相與枕藉乎舟中 상여침자호주중
동방에 날이 새는 줄 도 모르고 있었네
不知東方之旣白 부지동방지기일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