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시대》를 처음 보는 독자라면, 부디 즐겁게 읽었으면 좋겠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장소, 혹은 존재하는 줄 잊고 있었던 장소로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두세 번째 읽는 독자라면, 제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코리의 삶과 그 아이의 세상으로. 영원한 여름날로, 위대한 비밀로, 감춰진 장소로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마법에게로. 그 마법은 지금도 몸을 웅크리고 곯아떨어진 채 가장 친한 친구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1권 본문 P.14~15 <작가 서문> 중에서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세상은 내 마법의 등불이었고 그 반짝이는 초록색 정령은 과거, 현재, 미래를 내다보았다. 당신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기억이 안 날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 모두가 처음에는 마법을 알고 있다. 회오리바람, 산불, 혜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새들에게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구름을 읽을 수 있고, 모래 낱알로 우리의 운명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을 받으면서부터 마법은 영혼에서 바로 빠져나간다. 교회에 나가 털어내고, 매를 맞아 떨어져 나가고, 씻다가 지워지고, 빗다가 흩어진다. 바른 생활을 하라는 말, 책임감을 가지라는 말을 듣는다. 나잇값 좀 해라. 제발 철 좀 들어라. 그런데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는가? 우리의 야생성과 젊음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품은 마법을 보면 자기들이 그 마법을 말라 죽게 해버린 것이 부끄럽고 슬퍼지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하지만 아주 잠깐 스칠 수는 있다. 어느 순간 깨닫거나 어느 순간 기억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까닭은 그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마법의 금빛 연못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그 눈물은 나왔다가도 이내 이성과 논리라는 뜨거운 햇볕에 말라버리고, 왜인지는 모른 채 가슴에 알싸한 아픔만 남는 것이다. 어떤 노래를 듣고 옛 추억이 떠오를 때, 빛줄기 속을 떠다니는 먼지들에 마음이 사로잡혀 세상일을 잊을 때, 밤중에 멀리서 철길을 지나가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저 기차가 어디로 갈까 생각할 때, 우리는 내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 하는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눈 깜짝할 사이, 우리는 마법의 나라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1권 본문 P.17~19
“아이들은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그러다가 정말로 어른이 되면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 해. 하지만 코리, 선생님이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듣고 싶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 거란다.”
선생님이 속삭였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비밀이라니 무슨 뜻이지? 우리 엄마 아빠는 어른이잖아. 달러 할아버지, 마셰트 대장님, 패리시 의사 선생님, 로보이 목사님, 귀부인, 그 외에도 열여덟 살이 넘은 사람은 다 어른인데?
“어른처럼 보이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건 가면이야. 그냥 시간의 흙이 덧씌워진 것뿐이야. 그 사람들도 아직 마음 깊은 데서는 아직 어린아이란다. 뛰고 구르고 놀고 싶어 하지만, 덮어쓴 흙이 너무 무거워서 그러지 못하는 거야. 세상이 몸에 감아놓은 모든 사슬을 떨쳐버리고 싶어 하지. 시계며 목걸이며 구두를 벗어던지고, 단 하루라도 벌거벗은 채 강물에서 멱 감고 놀아봤으면 하지. 마음 편하게 있고 싶어 해. 집에 가면 이것저것 다 챙겨주시고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세상에서 가장 못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얼굴 뒤에는 겁에 질린 작은 아이가 있게 마련이란다. 다치지 않으려고 한없이 구석에 틀어박히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가.”
- 1권 본문 P.361~362
“그건 ‘삶’에 대한 이야기였어. 흐름, 목소리. 우리의 삶의 기억을 이루는 자잘한 일상들. 마치 강물처럼 두서없이 굽이치는, 도착지가 어디일지 전혀 모르는 채로 흘러 흘러가는 이야기. 하지만 그 여정은 깊고도 달콤하고 좀 더 여행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이야기였어. 소년의 삶이 살아 있지 못했던 만큼 그 소설은 살아 있었어.”
- 2권 본문 P.83
첫댓글 로버트 매캐먼 지음 / 역자 김지현 옮김 / 출판사 검은숲 | 201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