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2주 전 드라마 <빈센조>가 종영했다. 영화 <승리호>에 이어서 <빈센조>로 돌아온 송중기의 활약이 돋보였다. 사실 나는 송중기가 <태양의 후예>로 유명했을 때 필리핀에 있어서 송중기를 잘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빈센조>로 송중기의 매력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마피아 고문 변호사, ‘빈센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빈센조는 한국에 숨겨둔 금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 쉴려고 했으나 한국의 악덕 대기업 중 하나인 바벨과 충돌하게 된다.
<빈센조>의 이야기를 쓴 작가의 기발함이 눈에 뛰었다. 빈센조가 재판을 연기하기 위해 재판장에 말벌을 풀어놓거나 증인으로 채택되기 위해 바벨 그룹 직원들을 폭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숨은 고수들이었다는 반전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진행도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분위기를 확 띄어주는 코미디와 살벌하고 진지한 누아르, 따뜻한 로맨스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흡입력도 대단해서 하루 종일 <빈센조>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이 드라마에게 실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회 초반에 빈센조가 러브라인 때문에 눈앞에 빤히 있는 적을 놓치고 조력자를 죽게 만들은 것이다. 심지어 빈센조는 그에 대한 언급은커녕 병실에서 애절한 로맨스를 찍는다. 지금까지 진심으로 그 조력자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거기다가 빈센조는 마피아에다가 금 때문에 바벨과 싸운 것이다. 납치와 협박을 수시로 사용하여 거부감을 주었다. 그런 빈센조가 행복하게 웃으며 드라마가 마치자 굉장히 찝찝했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햄릿>의 엔딩이 생각이 났다. <햄릿>은 거의 모두에 등장인믈들이 다 죽임을 당한다. 비극적이지만 <빈센조>와 달리 깔끔하게 끝난다. 차라리 <빈센조>가 비극이었으면 나았을지도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드라마의 모토,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빈센조는 악덕 기업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빈센조 자신도 악인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차피 악을 처단해봤자 그것을 처단한게 악인데 악은 계속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어차피 악을 없앨 수는 없으니 악인이 되라”라는 말처럼 느껴진다. 이 드라마는 악인을 참교육하는 드라마인지 찬양하는 드라마인지 혼란스럽다.
또한 빈센조가 어떻게 삶을 마쳤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빈센조가 몰타에서 행복하게 삶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빈센조의 권력이 영원할까? 지금은 빈센조가 젊으니까 자신의 지능과 체력으로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늙으면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것인가? 빈센조가 한국에서 이룬 공동체가 있긴 하다. 하지만 빈센조는 그들에게 금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이 밝혀지면 금방 무너질 공동체이다. 빈센조도 다른 악인들과 같은 비참한 결말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빈센조는 마지막 대사에서 ‘정의는 나약하고 공허하다’고 이야기한다. 정의가 실제로 그런가? 정의가 나약하고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나 3.1 운동 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내가 드라마 <빈센조>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OST 때문이다. 마피아 분위기가 물씬 나는 Adrenaline, 팝송 같은 I’m always by your side, 특유의 끊기는 bgm으로 묘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For the Justice,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The Last Of Babel, 비장하고 웅장한 Un diavolo scaccia l'altro……노래 제목도 하나 같이 재미있다. 드라마에서 나온 유행어 Lawyer Nem(변호사넴)을 제목으로 한다던가 Bungeoppang With My Mom(엄마와 먹는 붕어빵)을 제목으로 한다든지…4화 초반에 홍유찬 변호사가 죽는 굉장히 슬픈 장면이 나오는데 배경음악으로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Ombra ma fu가 깔렸는데 너무 잘 어울리고 신선해서 놀랐던 적도 있었다. 내가 적은 곡들 중 몇 곡은 드라마에서 나온 BGM이다. 이 드라마는 특히 BGM이 너무 중독적이여서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고 거기서 나온 BGM을 찾아 들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