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여행기(준비)
나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섬진강을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토지를 읽으면서였으니 족히 십년은
넘었을 것이다. 섬진강 발원지로부터 섬진강의 끝까지는 여행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적
어도 곡성에서부터 하동까지는 여행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그냥 여행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하루에 50리 정도씩을 걷고 그 남은 시간에
곡성. 구례. 화개. 쌍계사. 평사리. 하동 등을 돌아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음만 늘 섬진강을 그리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진척은 없었던 것이다. 아니, 게으른 내 탓이기도 할 것이고 다른 여건이 그리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 한 주간을 그렇게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이러다가는 평생에 섬진강을 걷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는데 마침 이번 기회에 일주일간은 아니지만 며칠을 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미룰 수 없다는 급한 마음은 계획을 세우게 하였고 그 계획은 이랬다. 첫 날,
오산 출발. 저녁에 곡성 도착. 곡성에서 1박 후 둘째 날 오전에 곡성에서 구례까지 도보.
구례에서 1박. 셋째 날 오전 구례 출발하여 화개장터와 쌍계사를 지나 평사리까지 그리고
버스로 하동까지 이동하여 1박. 그리고 넷째 날 오전 하동의 송림공원과 섬진강을 돌아 본
후 오산으로 오는 일정을 잡은 것이다.
지도를 보니 곡성에서 구례까지가 27키로 정도, 구례에서 하동 까지가 23키로 정도였고 그만
하면 이번 여행으로는 적당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다음과 같은 준비물과 예산을 잡아 보았다.
준비물 : 세면도구(칫솔, 치약, 면도기, 수건, 스킨, 로션) 갈아입을 속 옷 1벌. 긴 팔 옷. 바지.
반팔 티. 조끼. 책1권(이번 여행을 위하여 한 권을 샀는데 ‘길에서 행복해져라’ 신정일 저)
필기구. 카메라. 등과 예산 : 교통비 30,000원(나는 무궁화호 열차 비용이 50%밖에 안 든다)
식대 50,000원(아침을 먹지 않는 나로서 약 6끼를 계산하였고 남은 돈은 간식과 커피 정도를 쓸
계산이었음)과 사우나 비용으로 20,000을 잡았다. 그리고 약간의 비상금과 현금카드는 준비했
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비상시에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계획은 여러 가지로 변경되고 만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는 있겠으나 여행
당시의 형편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계획 변경이었다는 사실은 다음 전개되는 글을 통해서
소개해 드릴 것이다.
여행의 결과를 미리 쓰고자 하는 것은 어쨌든 처음 돌아보려고 했던 곳들은 다 돌아볼 수 있었
으므로 이 부분은 내게 더없이 행복했던 시간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경비의 추
가 지출과 도보여행이라는 처음 계획이 변경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 스스로에게 씁쓸함이
고 아쉬움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제부터 그 핑계를 쓰고자한다.
*섬진강 여행을 다녀온 것은 오산에 거주할 때 였음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