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경남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과 악양들판, 지리산 산골마을 다랭이논으로
천하장군 201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요즘 꽤 쌀쌀해졌지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날은 낮엔 적당히 따뜻하면서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둥 뜬 꽤적하고 화창한 전형적인 가을날이었습니다.
맑은 날씨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하동으로 출발합니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지리산 자락 국도로 접어들자 길가에 화사하게 핀 코스모스가
우릴 반깁니다. 청초한 분홍빛, 열정적인 진보라빛, 순결한 흰빛 이렇게 3색으로 핀
코스모스가 어찌 그리 예쁜지요.
가을이 채 오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철을 잃은 외래종 코스모스가 아니라 제철에 피는
우리땅 토종 코스모스라 더 자연스럽고 예쁜게 아닐까요. 회원들은 이번여행에서 가을
코스모스를 원없이 봤다며 다들 좋아하십니다.
경남 하동 최참판댁 앞에 도착, 먼저 청국장과 도토리묵, 김치전으로 점심을 먹고
최참판댁으로 오릅니다. 최참판댁은 동학혁명에서 근대사까지 우리 한민족의 대서사시인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현실로 만든 공간입니다. 매년 가을이면 전국문인들의
문학축제인 토지문학제가 개최되는 이 곳은 문학체험의 감동과 함께 소설 속 공간이
자아내는 여유로움에 흠뻑 빠져봄직한 매력적인 곳입니다.
최참판댁 대문을 열고 내다보이는 넓디 넓은 악약들판의 모습은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회원들은 만석꾼이라도 된 기분으로 누렇게 익은 가을들판의 풍요로움을 맘껏 느껴봅니다.
하동은 담양 창평, 장흥 유치, 완도 청산도, 신안 증도에 이어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곳입니다. 슬로시티는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사회(Fast City)에서
벗어나 자연과 환경,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있게 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이며 이 취지에 적합한 도시가 공식 슬로시티로 지정이 됩니다. 하동의 경우
야생차, 대봉감이 슬로푸드로 잘 보존되고, 섬진강과 광활한 평사리 들판을 배경으로
이어온 하동사람들의 슬로라이프가 인정을 받은 셈이지요.
최참판댁을 올라가는 중에도 집마다 굵은 대봉감이 슬슬 익어가고 있더군요.
11월이 수확철이라 이번 여행에서는 그 맛을 볼 수 없어 아쉬워들 하셨지요.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악양들판으로 내려서니, 누렇게 익은 들판에 허수아비들의 군무가
알록달록 코스모스들과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가을분위기를 한껏 자랑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끝난 허수아비 콘테스트에 출품한 작품인데 운동회 등 아이디어도 다양한
허수아비 작품들이 들판 산책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몇몇 회원들은 파란하늘에 누런 황금들판, 재미있는 허수아비 작품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으시고, 가을 들녁에서 모처럼 가을 분위기를 즐기는
회원들의 모습이 참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악양들판을 떠나 지리산 산골마을로 향합니다. 지름길로 간다고
선택한 길이 바로 지리산 노고단을 지나는 길이라 꼬불꼬불한 지리산국립공원 산길을
해발 1000미터 이상까지 차로 돌고 돌아 다랭이논이 즐비한 함양 마천에 당도합니다.
우리가 오늘 방문한 지리산 산골마을은 창원마을입니다. 지리산둘레길 3코스에 속한
곳이기도 한 이 마을에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있는 윗 당산나무 쉼터에 올라
다랭이논을 구경합니다.
그런데 웬걸 아쉽게도 당산나무쉼터 옆 다랭이논은 거의 수확을 마쳤더군요.
벼를 좀 일찍 심었었나봅니다. 그래도 지리산 정기가 한껏 느껴지는 지리산자락
고즈넉한 마을길 산책은 도심의 빌딩 숲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넘치게 채워주는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창원마을을 나와 서울로 가기 위해 생초나들목으로 향하는 60번 국도변 산자락
마을에는 누런 다랭이논이 지천으로 있어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사실 다랭이논은 척박한 산간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고된 삶의 모습이련만.
잠시나마 잊고 있던 지리산 자락 다랭이논 주민들의 삶과 애환도 떠올려보며
오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이제는 집으로 출발! 서울까지 꽤 먼 거리인데 베스트드라이버인 운전기사 덕에
안전하고도 너무 늦지 않게 잘 도착했습니다.
이번 하동과 지리산 산골마을 답사는 화창한 가을날씨에 평사리 황금들판과
정겨운 다랭이논, 원없이 봤던 화사한 코스모스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회원님들도 다들 즐거우셨지요.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시작하는 일상에 활력이 되길 바랍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잘 쉬시고, 10월 27일 무주 덕유산, 적상산으로 떠나는
가을 단풍여행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2010년 10월 7일
천하장군 문화유적 답사회 정지인 드림
첫댓글 아네스의 답사기도 일품이지만,사진도 눈부신 발전을 한것같습니다.
창원 마을에서 다랭이논을 보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그런데로 멋진 경치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창원마을 윗당산쉼터의 조망은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정도인데, 시간이 넘 늦어진데다 다랭이논까지 수확을 마쳐 저도 내심 아쉬었어요. 그래도 하동 최참판댁과 악양들판이 쾌청한 가을하늘과 어우러져 기대이상으로 좋아 아쉬움을 달래준 것 같습니다. 다랭이논의 아쉬움은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다음에 남해 가을 다랭이논 답사 잘 기획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