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ㆍ마을숲으로의 학교숲 만들기 운동 우리의 삶터는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택지 및 산업단지 등이 확대되면서 녹지비율이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막막한 현실에 그나마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해주는 공간이 학교 숲이다. 앞뒤 재지 못하는 흉폭한 도시화로 인해 끊어진 도심 생태축 회복의 키워드로 학교 공간을 주시해야 한다. 회색 도시에 숨통이 될 학교 공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학교에 푸르른 숲을 조성하여 도시 공간의 녹지축의 역할을 극대화 한다면, 메마른 회색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숨통 역할과 아울러 더 크게는 생명문화 향유의 장이라는 선물을 우리에게 전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의숲에서 펼쳐오고 있는 학교숲 운동은 결과 보다는 과정중심의 운동,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운동, 학교구성원과 지역 구성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운동, 지속가능한 활용과 운영을 토대로 하는 운동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인성교육의 장, 자연환경 교육의 장, 지역사회와의 교류의 장, 전인적 교육의 장, 공동체 의식 함양의 장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에 숲이 만들어지면서 학생들과 지역민들은 자연과 접촉하는 횟수가 빈번해지고 이런 접촉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겠다.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 우리 삶의 근간을 지켜주던 마을숲의 역할을 다시 학교숲이라는 공간을 통해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에 숲이 만들어지면 학교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크게는 지역환경의 개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기술문명 중심의 사회에서 생태학적 상상력을 복원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생관계를 이해하게 하고 생태맹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연의 회복을 통한 자연의 신비와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시에 안전하고 쾌적한 숲조성을 통하여 도시경관 속에 녹색의 풍치를 되살리고 도심의 녹지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할 도시비오톱의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생생한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급격한 서구문명의 유입으로 우리들은 삶 속에 면면히 이어져오던 마을 공동체의 아름다운 전통을 잃어버리거나 스스로 버리고 말았다. 앞뒤 재지 못하게 달려들어 우리 자존의 뒤통수를 세게 내려친 서구문명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는 마을 공동체가 우리의 영혼과 몸을 살찌워주었던 자연이라는 큰 공동체의 틀거리와 함께 잇대어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잊게 했다.
우리의 삶은 자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결코 뗄 수 없는 몸통과 팔다리의 관계처럼 많은 연관성을 이루고 살아왔던 인간들이 스스로 몸통을 버림으로 하여 얻게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커다란 상실감이요, 상처임에 틀림없다.
도시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단절되고 훼손된 녹지 생태로 인한 상실감과 자괴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인간들이 모두 숲에서 나온 사람들이어서 숲을 그들의 삶으로 이끌어 와야 하는 절대절명의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 도시의 삶에서 숲을 되살리고 가꾸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생명문화를 살려내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휴먼(Human)이라는 어원이 숲의 비옥한 땅이라는 의미인 휴머스(Humus)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이리라.
우리의 삶이 이런 흙처럼 수많은 생명시스템을 끌어안고 사는 통합 생명시스템인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이해들이 새롭게 바뀔 것이다. 자연과 연결된 한생명이라는 각성 속에서만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된다. 그 속에서만이 다양하고 촉촉한 생명문화의 움이 터오를 수 있는 것이다.
숲이 있는 학교, 마을의 생명문화 공감의 장으로 지난해 여름 일본의 도시 비오톱 답사 중 들른 동경 치바현의 시립 요코도소학교(横戸小學校)의 학교 숲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먼저 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을 주도한 선생님이 주민들과 학생들, 동료교사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들을 모아 요코도소학교 비오톱 조성위원회를 꾸렸다. 학생들에게는 이 연못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공모하여 연못의 모양을 결정했다. 연못은 아기 돌고래가 어미 돌고래를 뒤따라가는 모양을 앙증맞게 표현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 곳 숲 속에서 잠자리를 비롯해 개구리, 우렁이, 소금쟁이 등 생생한 자연을 만나는 살아있는 체험을 한다. 매년 소박한 음악회도 이루어져 지역주민들의 아늑한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98년 이루어진 이러한 조성 작업이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에게 얼마나한 기쁨을 주는 장소였는지는 그 선생님의 환한 얼굴을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늘 친근하게 만나는 자연을 통해 이곳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노라고 하였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져간 헤아려볼 수 없는 재보는 고스란히 일본 사회를 이루는 건강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그이의 말에 우리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렇게 숲이 잘 가꾸어진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숲이 없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여름이면 푸른 숲처럼 생각이 자라나고, 가을이면 잘 익은 밤처럼 생각이 여무는 아이들은 바로 숲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학습과 문화 활동을 통해서 더욱 더 삶의 깊이와 폭의 확대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구성원들에게 골고루 전인적인 교육과 문화 공감의 장 마련도 이루어진다. 먼저 학교숲은 녹색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도심학교의 학생들의 떨어진 감성지수를 회복하게 하고 자연과의 거리감을 좁혀 인성을 순화시킨다.
자연관찰을 통하여 각 식물의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은 다양한 생명에 대한 이해와 자연의 이해를 가능하게 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획득하는데 기초적인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학교숲이 개방되어 지역사회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며, 숲을 매개로 단절된 이웃 간의 벽을 허물어 지역공동체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또한 사회 환경교육 문화 이벤트의 장으로 지역주민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숲으로부터 식량과 땔감, 각종 생활도구, 의약품 등을 얻으며 숲과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이런 교감을 통해 숲은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공동의 자산이며, 영감을 얻는 성스런 장소가 되었다.
또한 숲은 삶의 터전이자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였다. 숲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모든 동식물의 생명을 존중했기에, 삶의 한 자락을 자연과 잇대어 놓고 비보풍수를 실현하며 살았다. 이렇게 행복을 적극적으로 가꾸고 지키려는 선조들의 삶은 이제야 깨어나는 우리 영혼들이 애타게 갈망하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삶이었다.
우리들이 더욱 더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건강한 숲을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그와 곁들여 자연과 인간의 상생구조로서의 숲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숲의 역사에서 본다면 인간들은 어쩌면 풀 한포기 보다 못한 미미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연과 숲으로부터 생명의 그물코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것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숲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관찰, 조사, 실험 활동과 같이 직접 체험적 학습을 통해 생태맹 현상을 극복 할 수 있어 현실적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상의 근간 위에서 이루어지는 학교숲 운동은 어쩌면 학생들과 지역구성원들에게 생명문화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소통의 앞마당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나누고 놀자 숲을 통한 조화로운 생명문화 발현의 장 광주 도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숲을 가꾸면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살펴보자. 우선 이 학교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공동체임을 인정하고 이 교육공동체를 통한 숲가꾸기를 시도하였다.
학교 홈페이지나, 가정통신문 발송 등으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학교숲을 함께 가꾸자는 취지를 널리 알리고, 학교 행사나 식목 행사에 학부모 및 지역사회 관계자를 초청하여 동참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내 나무 갖기, 나무 기증, 나무기금마련 알뜰바자회, 나무심기 숲가꾸기를 실시하였다.
마치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세운 산티니케탄에서 매년 우기 전에 열리는 식목축제처럼 이곳의 지역민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인 나무를 지역에 심는 행사를 통하여 새로운 희망들을 함께 나눈 것이다. 이외에도 교과관련 프로그램으로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문화적인 것들이 함께하는 학습활동을 년중 펼쳤다.
다양한 생물분류, 학교주변 풍경그리기, 나무 심기 및 화분 가꾸기, 상추재배, 나무 묘사하기, 학교의 나무 조사하기, 채소 가구기, 꽃 관찰하기, 잎 관찰하기, 나무와 잎 세밀화 그리기, 숲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 생각하고 표현해 보기, 숲을 거닐며 아름다움 노래로 불러보기, 자연의 색 느끼고 표현해보기, 단풍잎에 시 쓰기, 책갈피 만들어 선물하기,
숲에서 찾아보는 선과 모양 표현하기, 비슷한 색과 반대색 찾기, 나무의 중요성 이야기 해보기, 숲의 아름다움 표현하기, 숲 자연 역할활동, 재배작물을 활용한 바가지 만들기, 치자염색, 고구마 삶아먹기, 밀서리, 옥수수 구워먹기, 꽃잎으로 향수 및 천연화장품 만들기, 봉숭아물들이기,
호박죽 만들기, 나무에 대한 시 쓰기, 본대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말해보기, 열매 맺는 식물 맞혀보기, 우리 지역 하천정화 활동 및 수질 모니터링, 동네 생태지도 그려보기, 우리 마을 나무와 공원 나무 알아보기, 마을과 학교숲 꾸미기, 학교주변의 산과 들 강 관찰해보기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록새록 숲과 정이 들어갔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여 지역의 자연에까지 확대된 생태문화 활동들이 확대되고 심화 되어 이루어졌다. 이렇게 직접 품을 들여 가꾸고 살피고, 기록한 것들은 그들의 일생에서 잘 잊혀지지 않을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학교숲에 직접 나무와 식물 이름표 달기, 잡초뽑고 거름주기, 잘 자란 나무와 훼손된 나무 기록하고 스크랩 하기, 감상문 쓰기, 감상화 그리기 등은 삭막한 도시에서 자연과 소통하는 빌미가 될 것이다. 이런 활동들의 효과는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모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숲을 가꾸기 전후의 변화를 기록한 것을 보면 더욱 선명하게 그 정황이 다가온다.
먼저 다양한 수종의 식재로 인하여 많은 종류의 새와 나비 곤충들이 발견되고, 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기다리고 조금 더 가까이서 보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학교숲을 통한 생태 자연 교육이나 문화 활동의 장이 된 것도 그 변화 중 하나다.
가족 단위로 학교를 방문하여 야생화와 연못 주면의 식생을 관찰하고 숲을 즐기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학교숲을 통해 이웃들이 모종 나누어 가기, 꽃 나누어 심기, 농작물 종자 나누기 등 지역 주민과 함께 아름다운 지역만들기의 확산도 이루어졌다.
삭막한 학교 환경 개선을 통하여 자연을 도심에 재현해 놓음으로 하여 생명의 존엄성과 생태 환경에 대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의 안정에 기여하였다. 또한 직접 숲을 가꾸는데 동참하여 참여활동을 통한 공동체 의식의 증진을 도모하고, 학교 사랑과 지역사랑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학교숲을 통한 생태적인 이런 여러 활동들이 마치 자연생태계의 순환고리처럼 지역민들의 삶을 차근차근 변화 시킨 것이다. 숲이 조화로운 생명문화의 발현을 돕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생태계는 상호 의존 및 상호 연관적이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광범위한 지역까지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숲과 자연은 훌륭한 교육적 자원이 될 수 있다. 한 지역의 문화는 그 지역의 자연 생태계에 의해 형성되고 가꾸어진다.
이 도시 안에서 촉촉하고 생명력이 있는 문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 윤활유로 작용하는 살아 숨 쉬는 문화가 넘쳐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이런 학교숲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숲은 모든 존재가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학교숲이라는 공간이 바로 그렇게 자기 존재를 이해하고 영혼의 의미를 각성하게 해주는 생명의 탯자리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살아있는 생명력이 충일한 공간 속에서 태어나는 모든 문화활동들은 답답한 도시문화의 숨통을 열어줄 새로운 생태문화의 단초가 될 것이다. 여기에 뜻있는 문화 활동가들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함께 한다면 그 어디에도 비길데 없는 도심 속 생태문화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 위 글은<생명의 숲www.gjforest.org >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게재 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