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여운 애기 민에게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겨울이 온 것을 이 눈이 내게 알려주고 있어.
네가 없어도 시간은 흘러 벌써 12월이네.
눈이 오면 즐거워하면서 뛰어다니던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거기는 춥지 않겠지?
네가 가고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엄마는 매일 잠을 자기가 힘들어 아직도 약을 먹고 있어.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왜 그리 보이지 않는지.... 엄마가 그렇게도 미웠는지.... 액자 속에 있는 네 모습을 매일 쳐다보고 만지고... 그래도 너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구나.
아직도 엄마는 우리 애기 올 때가 됐는데 하며 현관문을 쳐다본단다.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하던데 그거 거짓말인가 봐.
시간이 지나도 더욱더 또렷하게 세겨 지고 있거든.... 우리 집은 여전히 네가 쓰던 침대며 책상이며 그대로 있고, 너의 자리는 그대로인데 너의 얼굴만을 볼 수가 없다. 다시 깔깔대며 웃는 니 모습이 보고 싶다. 무한도전에서 달력을 주문하라는 선전을 보면서 엄마는 또 너를 위해 주문해야지 하다 멈짓했다.
엄마가 미안해. 너를 그렇게 보낸 엄마가 미안해. 너를 더 잘 보살피고, 너의 아픔과 슬픔을 내가 다 알았어야 하는데. 내가 엄마니까. 엄마인 내가 너를 도와주지 못해 지금도 죄인으로 지내고 있다. 엄마가 너를 좀 나쁜 아이로 키웠어야 하는데 너무 착하게만 키운 모양이다. 엄마가 미안해 너를 그렇게 키운 것도 너를 지켜주지 못한 것도...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 보낸 네가 아깝고 외로울까봐, 애처로와 같이 가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단다. 너를 괴롭힌 아이들은 책임지고 반성하도록 엄마가 지켜볼게.
네가 떠나고 나서 세상은 조금씩 변화들이 보이고 있단다. 사람들이 ‘권승민법’이라고 하더라.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 정책들이 나오고 있어. 아직은 미진하지만 점차 좋아질 거라 엄마는 믿어.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엄마가 자신있게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고 말해주고 싶어.
민아, 네가 세상을 떠나려는 아이들을 만류해줬으면 좋겠어. 엄마처럼 슬퍼하고 아픈 가족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죽음은 끝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슬픈 세상인가보다......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있어. 우리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아. 경찰아저씨들도, 법조계분들도, 정치하시는 분들도 너의 죽음을 슬퍼하고 아까워하고 있단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이를 기억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애써 주셨으면 해.
애기 민! 거기는 아픔이 없었으면 해. 엄마가 보듬어주지 못한 거 거기서 다 위로받고 있었으면 해. 엄마는 항상 널 생각하며 널 그리워하면 지낼게. 보고 싶은 애기 민. 사랑한다. 사랑해. 언제나 너를 사랑해. 니가 옆에 없어도 엄마는 너를 사랑해. 알고 있지? 거기서 보고 있지?
사랑한다............
너에게 한없이 미안한 엄마가.
첫댓글 눈물이 나네요^^
정말 슬픕니다~~~
대구 권승민군이 우리 어른들에게 학교폭력예방 소중함을 일깨운 사회운동의 증인으로 잊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 정말 아이들이 아파하고 어른들은 무책임한 방관, 내일만 아니면 된다는....저도 엄마의 마음처럼 이런 아이들이 생기지 않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