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신앙, 경계 흐려져선 안 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종단별 대선 정책 제안서 지적
“특정 종교의 교리가 법과 제도로 관철되는 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이 5월 29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종교계 정책 제안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3대 종단이 낸 대통령 후보자 정책 질의서에 대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 종교의 공공성, 시민의 기본권 보장 관점에서 비판적 검토를 했다.
종자연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종교계의 사회 참여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그 내용이 특정 신앙의 가치를 국민 모두에게 강요하거나, 법과 제도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라면 이는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특혜 요구”라고 지적했다.
천주교, “생명과 가정” 강조... 낙태·차별금지법 반대는 쟁점
천주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7개 위원회가 작성한 정책 질의서에서, 남북 화해와 평화, 정의평화 쟁점, 장애인 정책과 기후 위기와 관련된 사안을 비롯, 낙태 반대 입장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 질의서 내용 중에 종자연은 “생명 존중, 청소년 보호 등 긍정적 지향이 있으나,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표현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회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자유나, 그 입장을 국가 법제화의 기준으로 삼도록 요구하는 건 공공성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특히 차별금지법 관련해서 천주교는 “가톨릭 교육기관에서 생명·혼인·가정에 대한 교육이 제한될 수 있다”고 문제 제기했고, 종자연은 “국가의 교육기관은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종교적 신념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불교, ‘선(禪) 명상’ 대중화와 협의체 요구… “정교분리 위반” 지적
대한불교조계종은 정책 제안서에서 국민 마음 평안을 위한 선 명상을 대중화 하고, 전통 사찰 지원, ‘불교계 정책공약 이행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종자연은 이에 대해 “정신건강 증진이라느 명분 아래 특정 종교 수행법인 선 명상을 국고로 지원하려는 시도는 특정 종교의 포교 활동에 국가가 개입하게 되는 것이며, 협의체 구성은 행정부에 불교계 고유의 이익을 반영하라는 요구로, 헌법에 반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가운데 Flickr)
개신교, 종립학교 종교교육 자율성 요구… “학생 권리 침해 우려”
개신교 한국기독교공공쟁책협의회 등은 종립학교의 종교 교육 자율 보장, 생명존중 기념일 제정, 기독교문화유산보호법 제정을 언급했다.
종자연은 개신교의 정책 제안 중 일부는 사회 전체의 복리 증진과 관련된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상당수 제안에서 특정 종교의 가치관이나 이익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고 보았다. 특히 "공적 지원을 받는 종립학교에서 종교 교육 자율성을 강조할 경우, 다른 신념을 가진 학생들의 교육권과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교계 정책 제안, 공익과 인권의 기준에서 다시 점검돼야”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종교계의 정책 제안이 공익과 보편 인권 기준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점이다. 종자연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특정 신앙의 기준을 국가 정책으로 만드는 자유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신념들이 공존하는 사회적 조건을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정교분리 원칙은 신앙을 정치에 반영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특정 종교가 우월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교회 내부에서조차 낙태나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식 입장이 사회 전체의 기준처럼 작동할 경우, 교회는 더욱 고립될 수 있다”며, “종교계의 공공 발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계속 묻고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와 신앙 사이의 건강한 경계 복원 필요”
이번 분석은 종교계가 사회에 목소리를 낼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종교의 이름으로’ 국가의 중립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를 드러낸다. 2025년 대선을 목전에 둔 지금, 각 후보와 정당이 종교계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그 기준은 헌법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원칙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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