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수 증
- 최 영 미
하느님 아버지
여기 제가 왔습니다
당신이 불러 주지 않아도
이렇게 와 섰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을 빈틈없이 채우고
마지막 셈을 마쳤으니
부디 영수증 하나 끊어 주시죠
제 것이 아닌 시간도 가끔씩 넘보며 훔치며
짐을 쌌다 풀었다
한 세월 놀다 갑니다
지상에서 제가 일용한 양식
일용한 몸, 일용한 이름
날마다의 고독과 욕망과 죄, 한꺼번에 돌려 드리니
부디 거둬 주시죠
당신이 보여 주신 세상이 제 맘에 들지 않아
한번 바꿔 보려 했습니다
그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 위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아
당신이 지어내고 엮으신 하루가 밤과 낮 나뉘듯
취했을 때와 깰 때
세상은
이토록
달라 보일 수 있다니
앞으로 보여 주실 세상은 또 얼마나 놀라울까요
하느님 아버지
여기 제가 왔습니다
숙제 끝낸 어린 애처럼 이렇게 손 들고 섰습니다
부디 영수증 하나 끊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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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입니다. 주기도문을 차용해 '원망'을 하고 있는 '역설'의 시지요!!
이 사람, 죽기로 작정했나요? 워낙 과문한 탓에--- 영수증 받아서 어디다 쓸려고 하는 겐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담담하게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있네요.
ㅎㅎ 아마도 천당가는 티켓을 얘기하는 거 아닐까요?
시 해석에 대하여 - 크게 시를 살펴 해석할 때는 , 처음에는 1)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 다음엔 2) '부분적' 고찰을 하고 -> 그리고 마지막에 3) '다시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단계를 밟으면 좋겠지요. 1)에서는 연,행, 시간,공간을, 2)에서는
연에서 사용된 말의 의미, 정서적인 효과, 심상, 비유, 상징, 파라독스, 아이러니와 같은 문학적 장치를 , 또한 시.공간도 이때 좀 더 세밀히 살펴보고 ,
마지막 3)에서는 1,2 단계를 모아 아우르면서 시 전체적인 정서적인 효과와 주제를 살피지요. '영수증'에서는 시인이 우리 사회가 미리 만들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세상을 고정된 관점으로 보며 살지 않겠다는 강렬한 메세지를 띄운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앞으로 보여 주실 세상은 또 얼마나 놀라울까요- 그 세상에 지금 머물고 있는 비조, 또 주위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