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혼인의 참된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7~9)
서로 모르는 남녀가 부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놀라운 신비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높은 이혼율로 인해 혼인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혼인을 개인적인 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성사적 지위까지 올려놓은 혼인을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녀의 혼인에 하느님의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혼인을 새롭게 이해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혼인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혼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주셨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가정을 이루어주신 분은 바로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
배우자를 선물로 주셨고,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가정 안에 함께 하시어, 모든 가정이 성가정이 될 수 있도록 이끌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가정에 하느님의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그 자리는 어떤 물리적인 공간은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리는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있습니다.
부부간의 다툼으로 인해 가정에 불화가 생길 때, 우리가 만들어 놓은 하느님의 자리를 찾아 기도해야
합니다. 자식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을 아프게 할 때, 우리가 만들어 놓은 하느님의 자리를 찾아 기도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도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일의
주도권이 바로 하느님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할 때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거룩한 가정을 인간의 힘으로
파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누구보다 남녀 간의 혼인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예수님께서는 신랑에 비유되고, 교회는 신부로 비유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부부의
혼인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부의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단일한 사랑에 참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을 바치시어
신부인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는 자신의 신랑인 그리스도를 끝까지 사랑하고 증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으로 이렇게 기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주 하느님, 그리스도를 두려워하며 서로 순종하게 하소서. 주님께 순종하듯이 아내는 남편을 대하고
교회를 사랑하여 당신을 넘겨주신 그리스도처럼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게 하소서.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시어 교회가 화려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나아오도록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거룩하고 나무랄 데 없는 교회를 만드셨습니다.
이처럼 남편도 자기 몸과 같은 아내를 사랑하고 당신의 지체를 돌보는 그리스도처럼 아내를 돌보고 보살피게
하소서. 그리스도와 교회가 둘이 아니라 한 몸인 것처럼 남편과 아내가 둘이 아니라 한 몸, 한 영이 되게 하소서."
(에페 5,21 이하; 서인석) [연중 제 27주일]
봉화 본당 주임
사공균 알로이시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