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강릉씨(氏) / 정익기
#1=20여년 전 입사 후 출신 고교가 있는 강릉으로 첫 발령이 나 한 출입처에서 고교 선배를 만나게 됐다.
선배=“어느 중학교 출신인가?”기자 =“(강릉에 소재하지 않은)ㅇㅇ중학굔데요.”
선배=“음. 성골이 아니구먼.”
기자=“…….”(요즘으로 치면 의문의 1패)
그 선배의 기준으로는 강릉지역 중학교를 졸업해야 `성골'이었던 것이다.
#2=“`3대를 살아야 강릉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더라”고 강릉 토박이인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당연하다는듯) 맞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 에피소드 모두 직접 겪은 이야기다.
강릉선 KTX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지고 `올림픽 효과'로 도시 브랜드가 향상되며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앙시장 닭강정 골목과 시내 곳곳의 유명 맛집, 안목커피거리, 주문진해변의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등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인파로 북적인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2020년까지 무려 1만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신축됐거나 완공될 예정인데도 인구는 해마다 1,000여명씩 줄어들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외지에서 유입되는 인구보다 외지로 유출되는 인구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1995년 도농 통합 당시만 하더라도 강릉과 인구가 엇비슷했던 원주, 춘천과는 이제 더 이상 비교가 안 될 지경이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상주인구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우선 유동인구를 늘려야 한다. 한 번 온 관광객이 다시 오고, 다음에 올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폐쇄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친절은 기본이고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기절'이란 우스갯소리처럼 관광객들을 맞이해야 한다.
#3=서울에서 출장으로 강릉역에 도착, 택시를 탄 젊은이. 위치를 알려줬으나 기사가 어딘지 모른다고 해 주소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너 폰에 찍으라”고 하는 등 말끝마다 반말을 해 “왜 반말하냐”고 하자 “반말 좀 하면 안 되냐”고 했다. 강릉시의 확인 결과 해당 택시기사는 “내가 나이가 많고 승객이 많이 어려 보여 내비게이션 작동에 대해 편하게 반말투로 얘기하며 대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4=강릉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월화거리 공영주차장에서 주차관리인과의 대화. 주차관리인 “500원만 내고 가세요~”, 기자 “선불인가요?”, 주차관리인 “그건 아니지만…”, 기자 “갈 때 낼게요.”, 주차관리인 “…” ※해당 주차장은 초반 15분까지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두 사례는 최근 강릉시 홈페이지의 신고센터 `강릉시에 바란다' 코너에 올라오거나 기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택시의 경우 승객이 타서 내릴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는 기사를 접했다는 경험담도 종종 듣게 된다. KTX로 인해 접근성이 개선된 만큼 시민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제일강릉'의 명성을 회복하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