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연락처를 정리하며
2022.12.22
2022년 12월 21일
한 해 마무리하면서 전화번호부 정리를 했습니다.
전번이 011, 017 등으로 시작되는 것은 삭제를 해갔지요.
그러다 '소피아 문' 전화번호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수녀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는데,
제가 사제인줄로 착각을 하신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소피아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제가 아니라 시골에 사는 평신도라고 말했지요.
그 후 계속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당시 수녀원 게시판에 올리는 방법이 카페와 달리 열악한 상황이라
좋은 그림을 올릴 수가 없어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보내드리겠다고 하며
제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렸는데 정말 답장이 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메일을 주고 받게 되었지요.
댓글 내용이 일반인과 달리 내용이 좋아 글을 쓰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소피아 *께서는 저보다 20세가 많은
당시 73세로 병석에 계신 남편과 살고계셨습니다.
이 후 가족 이야기, 신앙 이야기, 삶 이야기 등을 나누고
여주 우리집에 따님, 사위와 함께 방문하시고 저도 평택을 방문했습니다.
이 분과 주고 받은 이 메일만 수백 통 되리라 생각됩니다.
제 기억으론 2006년 부터 산티아고 다녀온 2017년 11월 까지
연락을 주고 받다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전화도 카톡도 안 받으셔 몹시 궁금합니다.
몸이 편찮으셨었는데....
헐렸당!!! 2016년 1월 3일 오후
나의 살던 옛 집
꽃피고 새 울었지
구름이 파아란 하늘에 그림도 그렸지
붓도 없는데 말야!
안마당 텃밭에서 참새들 흙 목욕하고
땅속 거시미로 영양 보충도 하고
한껏 배부르고 행복했던 참새들보고 싶어라!
전화번호를 삭제하려고 하다 미련이 남아 전화를 했습니다.
5번쯤 벨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소피아 자매님 아니시냐고 물었더니
어디냐고 물으셨는데 목소리가 다른 것 같아 잘못 걸었나 생각하며
여주에 살던 스테파노라고 했더니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세잎크로바 라고 하며 평택에 사시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 때서야 알아 보셨습니다.
순간 돌아가신 분이 다시 부활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몇 번이나 연락을 드렸다는 말씀을 드리자
자녀들이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라고 해서 받지 않았다는 말씀과
지금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시력도 좋지 않아 컴퓨터도 몇 년 전부터 하지 않고
청력도 많이 떨어졌고 기억력도 저하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남편과 사별하시고 자녀 중에서 먼저 하늘나라에 보낸 사람도 있고,
몸이 좋지 않은 자녀도 있어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 당신의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지금 연세가 90세라고 하셨습니다.
간단하게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말씀을 남기고
통화를 끝내고 나서 자매님을 위해 화살기도를 드렸습니다.
생존해 계신 것 만으로도 저는 행복했고
자주 기도중에 만날 것을 기약했습니다.
또한 도전리에 살면서 친하게 알고 지냈던 분들의 전화번호도 발견했습니다.
그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이름을 보는 순간 전화를 걸었지요.
그 중에서 두 분이 전화를 받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이제 설립 20주년을 2년 남겨놓은 현재
북여주성당 20년사 편찬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그동안 포스팅해 놓았던 사진들을 찾아서
본당카페에 올리고 나의 글도 몇 편 올렸습니다.
떠난지 7년이 넘었지만 회원으로 그대로 남아있었고
10년간 함께 했던 교우들 이름도 발견할 수 있어서
친정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회사재직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 한 명과도 통화가 되었습니다.
팀장으로 있을 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지금은 59세가 되었고 얼마전 퇴직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옛 동료들이 만나면 가끔 내 이야기를 한다고도 했고
요즈음도 만나고 있는 구사우들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이 후배도 내가 뭘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나의 삶에 대해 이해가 잘 안가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는 알지요. 그리고 웃지요.
소소한 삶에서 찾는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매년 전화연락처를 정리하면서 내 삶도 조금씩 정리가 됩니다.
머언 먼 인생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누님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내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살아야지요.
제 글을 읽은 회사 후배로부터 방금 전화가 왔습니다.(22일 16시)
평택에 사시는 문 소피아 자매님이 자기가 아는 분 같다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점점 확실한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 정보도 알려주었습니다.
얼마 전 소피아 자매님 둘째 아들의 딸(손녀)이 결혼했다는 사실과
결혼식 사진도 몇 장 보냈는데 그곳에도 소피아님은 안보입니다.
그리고 연세도 90세가 아니라 88세라는 군요.
정말 세상 좁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축일을 지내다
12.26
금년도 축일은 다른 해에 비해 의미가 있었다.
독서단에서 봉사한 후에 맞는 축일이라 축일인사를 많이 받았다.
특히 1년에 1~2번 메시지를 보내준 지인과 친구들 대자들도
금년에는 축일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었다.
사실 제가 아는 분들 중에도 축일과 생일이 같은 교우들을 여러명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1번의 축하를 받는다고 불평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아내는 축일과 생일이 달라 1년에 2번 축하를 받는다)
금년에는 특별한 축하를 받았다.
손녀가 태어난지 2년이 다가오고 있고 코로나가 아직도 끝나지않아
우리 부부가 딸 집으로 축하받으러 간 것이다.
아침 미사에 아내가 생미사를 봉헌하여 미사참례를 하고
9시 비행기를 타러 급히 공항으로 출발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선 딸과 사위가 하라는 대로 따라만 했다.
목동 아이스 링크가 일반에게는 2시가 넘어야 개방한다고 하여
11시부터 1시 반까지는 김포 현대아울렛 매장에 들러 커피를 마시도
바지2개와 모자 양말 등을 딸에게서 선물받았다.
1차 행사
개장시간에 맞춰 목동 아이스링크에 도착해서 스케이트를 대여했다.
내가 원했던 롱(스피드스케이트 용)은 없었고 피겨와 아이스하키용만 있었다.
원하는 것이 없어 서운했지만 아이스하키용으로 빌렸다.
사위도 잘 탄다고 하여 같이 링크에서 얼음을 지쳤다.
마음은 잘 탈것 같았는데 막상 얼음판에 서서 밀어보니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도 않았고 자꾸 넘어지려고 하여 몸을 구부렸다.
짧은 트랙을 한 바퀴돌고 나니 발목, 복숭아뼈도 아프고 다리도 후둘거렸다.
그래서 롱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핑게를 대고 사위도 거들었다.
그러자 딸이 오늘 특별한 이벤트인데 스케이트가 맘에 안들면
링크매장에서 파는 롱스케이트를 사서 타라고 권유했다.
사실 스케이트 문제가 아니고 체중이 너무 무거운 것이 원인인 것을 알기에
제주도에는 아이스링크가 없어 스케이트를 사도 무용지물이라고 거절했다.
그래도 아쉬움에 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1시간 가량탔다.
얼음판에서 서너번 넘어지기도 했다.
5년 전 제주도 신화월드에서는 곧잘 타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하고 칭찬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역시 나이는 못속여' 하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쉽지만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스케이트를 타고 나오면서
신나게 달리지 못한 아쉬움에 차를 타기 전
포즈를 잡고 사진 한 장을 더 찍었다.
2차 행사
5시에 저녁약속을 해 놓은 '경복궁' 한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우세트 메뉴로 예약을 해 놓았다.
종업원이 내가 오늘 생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놋쇠그릇으로 밥, 미역국, 그리고 반찬을 차려주었다.
분위기는 임금님 수라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좋아서 아내와 내가 소액이지만 팁을 주며 사례했다.
3차 행사
미리 주문한 케잌을 찾아서 딸 집으로 향했다.
내일(27)이 우리부부 결혼 기념일이라 생일과 기념일을 함께 했다.
매년 쓰는 왕관이지만 금년에는 불이 번쩍이는 왕관이었다.
손녀가 무척좋아해서 벗지를 못하고 행사내내 쓰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라 케익을 조금씩 먹고
운전때문에 음식점에서 술을 먹지 못한 사위를 위해
함께 술을 마시며 12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위가 준비한 선물과 축하금도 받았고 아내도 역시 금일봉을 받았다.
사위는 롱스케이트를 내가 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대신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입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제주에서도 인라인스케이트는 탈 수 있으니
운동겸 취미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고맙지만 사위는 뱉은 말은 꼭 실천하기에
조만간 제주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것 같다.
회사에 월차를 내며 우리부부의 행사를 치러준 사위와 딸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잠자리에 들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아들 안 부럽다'는 말을 실감했다.
좀더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일(28일)이 아내 종합검진을 예약한 날이라 아쉽지만 27일 제주로 돌아왔다.
얼마 있으면 설이기에 그 때 만날 것을 기대하며~
짧은 일정이었지만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해인 수녀님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시는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건강히 오래동안 우리곁에 머무시기를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12.31
송구영신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가네요
한 해동안 사랑으로 베풀어 주신 성원과
함께 나눔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알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희망찬 새해(계묘년) 맞이 하시길 바래 봅니다
지학남 스테파노 올림
한 해를 보내면서ㅡ석양(일몰)
(부산 다대포에서-체칠리아 카페)
올 한 해도
친구가 제 곁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잘 있지?
별일 없지?
평범하지만 진심 어린
안부를 물어오는
오래된 친구
그의 웃음과 눈물 속에
늘 함께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
그의 우정은 기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음악입니다
친구의 건강을 지켜 주십시오
친구의 가족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친구를 위하여 / 이해인
첫댓글
오늘도 마음의 힐링의 공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마중을 드립니다
세잎 클로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