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 때 한양 남산골에 백광산 이라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책만 읽을 줄 알았지 도무지 생업에는
취미가 없어 너무 가난했습니다.
공부를 그만 두고 생업을 유지하라고 부인이
성화라도 하면 “선비가 책을 놓으면 무장이
칼을 놓은 것과 같으니 더 이상 나를 어렵게
하지 말라“신신당부를 하고 책에 매달립니다.
민씨 부인은 일찍부터 불교를 믿었으나 살림이
곤궁하여 절에는 못가지만 절에 가는 것 이상으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염불과 참선으로 남편의
과거 급제를 기도하며 이렇게 서원을 세웁니다.
“부처님 참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남편이
벼슬을 하게 되면 꼭 잊지 않고 부처님전 공양도
올리고 많은 불사를 하여 절에 필요한 것을
성심껏 보시하겠습니다“.
부인의 정성에 과거에 급제하여 강원도 울진
부사로 부임하게 되니 두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기쁜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어찌 된 일인지
부사는 부임한지 3일 되는 날 밤에 자다가
갑자기 죽고 말았습니다.
부인의 애통함은 말로 다 할 수 없고 하도
원통한 생각에 사는 것이 죽는 것만 같지 못해
7일 기도를 지내고 따라 죽기로 하고 울진 불영사로
부사의 상여를 옮기고 7일을 작정으로 기도를
시작합니다.
"자비로우신 부처님. 백 부사를 다시 살아나게
해 주소서.
그렇게 가난하게 살던 것을 부처님의 가피로
부사를 만드셨으니, 이제 부처님은 그를 살려
주시는 것도 어렵지 않을 줄로 생각합니다.
옛날에 이산용은 지옥까지 갔다가 살아왔고,
유시는 7일 만에 되살아 났으니, 부처님의
가피력이면 어찌 못 할일이 있겠습니까?"
스님들도 그만 감동이 되어 불철주야 부인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하는데 깊은 밤이 되었을
때에 홀연히 머리를 푼 여자 귀신이 나타나는데
"나는 전생에 백광산의 원수로서 그를 데려갔는데,
부인의 간절한 기도와 독경소리에 내 한이 다
풀렸으니 남편을 다시 살려주리라“하고 하늘로
연기처럼 사라져갑니다.
그 때 부사의 누워있는 관이 흔들립니다.
부인이 달려들어 줄을 풀고 관을 열게 되니,
부사가 잠시 자다 깬 사람처럼 후 -하고 크게
한숨을 내 쉬고 살아납니다.
관속들이 업어 절 방으로 안치하고 부사는
7일 만에 미음을 먹고 힘을 얻어 일어납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강원 감사가 장계를 올리니,
중종 임금이 그것을 듣고, "참으로 부처님의
위신력은 불가사의 한 일이로다."하고서
어필로 불영사의 탑전 현판을 환생전(還生殿)
이라 쓰고, 큰 방의 현판을 환희요(歡喜寮)라
고쳐 써서 내려 줍니다.
지금도 불영사에는 그 현판이 전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