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좀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카본-파이버 싫어하는 사람 못 봤습니다. 카본-파이버는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대표적인 소재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고성능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카본 룩 트림만 붙여도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진짜 카본으로 보디 킷을 단장하면 가벼워지는 건 둘째 치고 인상이 사뭇 달라지죠.

BMW M6에 적용된 카본 루프입니다. 철판과 포스가 다르져
자동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경량과 강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건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가볍다는 것 자체가 친환경을 의미합니다. 무게는 가볍게 하면서 강성은 더 높일 수 없을까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죠. 하지만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죠. 경량 소재를 적용하면 됩니다. 단지 비싸서 탈이죠. 그 대표 소재가 카본-파이버입니다.

SLR 맥라렌의 섀시입니다
비싸기 때문에 카본-파이버가 쓰이는 자동차는 비싼 수퍼카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저렴한(?) 프리미엄 브랜드도 맛보기로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파가니 존다 같은 모델은 아주 카본-파이버로 떡칠을 하고 수퍼카의 섀시에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값비싼 자동차는 마진이 좋기 때문에 이런 비싼 소재를 맘껏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차는 얘기가 확 달라지죠. 그놈의 원가 절감이 원수죠.
카본-파이버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카본-파이버의 시작은 1958년 로저 베이컨이라는 박사가 개발하면서부터입니다. 초기의 카본-파이버는 인조견사를 가열해 탄소와 화합 시키는 방식으로 제조했고 효율도 매우 떨어졌으며 실제 카본의 함유 비율도 20%에 불과했다고 하는군요. 강성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습니다.
그러다 60년대 초에 들어서면서 카본의 비율을 55%까지 높인 공법이 개발됐고 디자인의 자유유도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1969년에는 카 리인포스먼트(Carr Reinforcements)가 세계 최초로 카본-파이버 섬유를 개발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큰 카본-파이버 제조사는 일본의 토레이, 유럽에서는 SGL 카본 그룹입니다. SGL 카본 그룹은 포르쉐 카레라 GT에 카본을 납품했고 한국에도 사무소가 있더군요(푸조 수입하는 한불 모터스 건물에)

갓 구워져 나온 카본 세라믹 디스크입니다. 오토클레이브는 이것보다 훨씬 커요
잘 알다시피 카본-파이버의 장점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무게 대비 높은 강도와 탄성 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높은 고열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열 변형성을 갖고 있으며 피로 강도도 우수합니다. 단점으로는 소재의 특성상 생산 단가가 높고 초기의 시설비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국내는 수요도 별로 없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이죠.
카본-파이버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탄소 섬유이며 함유된 탄소 원자들의 배합 여부에 따라 성격이 결정됩니다. 현대적인 카본-파이버는 PAN(Polyacrylonitrile) 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제작 공정도 다양합니다. PAN 계열의 카본-파이버는 탄화하기 바로 전의 소재를 뜻하는 프리커서를 섬유로 만든 담에, 약 220도의 온도에서 안정화 시킵니다. 그리고 3천도라는 고열에서 흑연화 과정을 거칩니다. 카본-파이버가 엄청나게 높은 열에 강한 이유가 대충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카본-파이버의 제조 공법 중에서는 오토클레이브(Autoclave)가 가장 비싸고 가장 질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F1 머신에 쓰이는 카본-파이버도 바로 오토클레이브로 만들어집니다. 오토클레이브는 아주 큰 압력솥과 같아서 그 안에서 카본-파이버를 굽는다고 하죠.
비싼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재료의 가격입니다. 기본 원단의 가격은 FRP 보다 10배 정도 비쌉니다. 따라서 이 가격을 떨어트리는 것이 업계의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본-파이버의 무게는 스틸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종합적인 생산 비용은 스틸의 10배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왜 양산차에 적용이 힘든지 얼추 이해가 갑니다. 글로벌 카본-파이버 생산량 중에서 자동차에 쓰이는 비율은 1%에 불과합니다. 레이싱카를 포함해도 1%라는 얘기지요.

벤츠 자전거는 1천만 원도 넘는다던데…
그래서 토레이 인더스트리와 테이진, 미쓰비시 레이온은 새 공정을 도입해 카본-파이버의 단가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세 회사는 전 세계 카본-파이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죠. 세 회사가 추진하는 것은 소위 저가형 카본-파이버인데, 이를 위해 NEDO(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같은 단체도 설립됐습니다. 이 계획은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죠. 앞으로 5년 안에 카본-파이버로 차 중량을 20% 덜어내고 연비는 15%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가볍다는 것 자체가 친환경으로 통하는 시대입니다. 가벼우면 각종 규제를 맞추기 쉽기 때문이고 특히 소비자에게는 연비가 좋아진다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차도 빨라지고 핸들링 성능은 두말하면 숨차요. 언제쯤 저도 카본-파이버로 범벅된 차를 타볼 수 있을까요. 갖고 있는 카본-파이버라곤 스바루 열쇠고리 뿐-/-;;(이거 진짜인가?)

열쇠고리 이쁘져 흐흐;ㅋㅋ 도쿄 오토살롱 갔을 떄 스바루 부스에서 샀어요
출처 http://blog.naver.com/autocstory

첫댓글 carbon = 탄소 fiber= 섬유;;;;
섬유의 특성을 지닌 성질때문에 레이스에서 사용하게되는 또 다른 이유는 사고났을때 찢어져서 조각이 서킷위에 떨어져서 2차 3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규정이라고도 하더군요. 아 지피나 SBK등 메이저 바이크 대회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