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이 결혼기념일이라고 킹크랩 먹을라고 벼르고 벼뤘는데.
세상에 이남자..몇시에 온줄 압니까.
밤 9시에 왔더만요..
요 앞에 다와간다가 언제인데
자기 말은 오는길에 결혼기념일인데 그냥 오기 뭐해서
까르푸 들려서 케잌사고, 오는길에 꽃집서 꽃다발 사고 왔다는데..
전 그런맘에 안드는 케잌/꽃다발 보담(돈으로 주믄 얼마나 좋습니까..)
일찍 와서 얼렁 먹으러 가는게 좋은데 밤 9시 와서 어디를 간다는 말입니까..
입이 대빨이 나와서
이시간에 어딜 가냐..안간다...하고
킹크랩 묵으러 간다고 점심도 시원찮게 먹었건만..
배는 고프고..
그냥 맨밥에 콩나물국 말아서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일부러 보라고..)
꽃다발 케잌 쳐다보지도 않고 씩씩거리며 잤습니다.
남자들은 왜 그리 시간 개념이 없는지..
저녁 9시에 와놓곤 지금이라두 가면 되잖아..
하면서 시간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더라구요
제가 애가 셋입니다 생각해보세요..이것 저것 챙기면서 아무리 친정에 맡겨두 3명 다 맡기는건 미안하잖아요.. 머슴아 둘만 데려간다쳐두 옷입히고 챙기면..
준비하고 나가면 밤 10시인데..
가는시간 먹는시간 언제 온다는 말입니까..킹크랩 집은 24시간 영업이랍니까?
요즘 10시믄 거의 파장분위기인데..
왜 시키지도 않는 케잌이랑 꽃다발 사느라 시간을 낭비했는지 신경질이 나 죽겠더라구요..
우리 신랑은 미안하다미안하다 몇번씩 말했지만.
세상에아들 둘에 딸하나까지..정말 입맛대루 만들어준..
정말 멋지게 맞아야 할 결혼기념일이 콩나물국밥이라니 말이 됩니까..
거의 울 신랑 쇼파에 쫓겨나 잤습니다..(정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어찌나 크던지..)
다가오는 토욜에 킹크랩 묵으러 가자고..이야기하던데.
전 지키지 못할 약속 하지마라며 앞으로 우리 사이에 평생 결혼기념일은 없다고..
씩씩거리며 목욜 금욜 한마디도 안하고 지냈습니다
출근 퇴근 신랑 얼굴 한번 안쳐다봤습니다.
드뎌 어제 갔긴 갔네요
어찌나 나가자고 성화인지 못이기는척 따라 나섰습니다.
그냥 멀리 갈 기분이 아니라서..괴정에 가서 바닷가재를 먹고 왔습니다.
뭐 먹을래 회 먹을까..피자 먹을까..분위기 좋은 까페서 스테이크 먹을까..
자꾸 이사람 딴데서 해매고 있더라구요..난 바닷가재 먹을건데..
목욜부터 빗나가더니 토욜까지..정말.............우씨..
그래서 먹고싶은거 없으니 그냥 가지 말고 치우자라고 이야기 했죠..
그제서야 아참 우리 바닷가재 먹기로 했지.
하면서 은근슬쩍 나가자고 하더라구요.
마침 아들한놈 딸래미 한놈 자기에..
친정 아버님이 봐주신다기에..
우리끼리 아들 한놈(둘쨰..)데리고 나갔습니다.
불경기라드만 돈 많은 사람은 돈 처지 곤란인가 보더이다..
사람들 억수로 많더라구요 주말이라서 그런지..
근데 젠장..일년에 한번이니.. 작년에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나는게 아니겠어요?
바닷가재가 종류도 많거든요 요리법에 따라..
그래서 이런 말 하믄 안되는데..
우씨..
작년에 우리 뭘 먹었더라?
작년에 이것 먹었지?
이거였나..
하믄서 메뉴 받으러 온 직원에게 저희도 모르게 자꾸 작년 작년 하믄서..
진짜 1년에 한번 먹는 불쌍한 부부인거 표가 팍팍 나는거있죠..
진짜..요놈의 입이 방정이지..
끝까지 저희도 모르게.
작년에 후식으로 이거 나오던데..
작년에 과일이 이거 나오던데..
말해놓곤 후회하고 쪽팔려 죽을뻔 했소이당..
말을 맞추고 지난달에 뭐 먹었지?라고 이야기 하자고 해놓곤..
작년에 오고 이번해에 첨인 본능은 속일수 없나봅니다.
그 직원이 정말 1년에 한번 먹는 부부구나..하고..뇌리에 박힐만큼 작년에 작년에를 연발하면서 메뉴시키고 먹었는데 역시 맛나더이다..
근데 막 본 메뉴가 나올쯤..
울 친정 아버지 전화 셋째 이 딸래미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고 해서..얼렁 오라는거 아닙니까.
차마 바닷가재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 할수 없어서 밥 먹고 온다 했더니 주변 작은 식당서 밥 먹는지 알았나 봅니다
그때부터 우린 정말 바닷가재를 짜장면 먹듯이 후딱 헤치우고..
집으로 왔습니다(담엔 귀찮아두 3놈 다 데리고 나와야 겠습니다그래야 맘 편하게 먹지요..)
하여튼 우여곡절끝에 결혼기념일이 지났습니다.
12월엔 저희 부부 생일이 들어있씁니다.
12일은 내 생일 울 신랑 생일이 12월 25일이거든요..
내생일 신랑 생일 합쳐서 크리스마죠 그러니까..
샤브샤브 먹으러 갈라고요..
이번일로 울 신랑 정신차렸겠죠?
계획 안한 선물보단 정확한 시간 약속이 중요함을요..
하여튼 주인손에 잡히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장미 꽃다발이 불쌍하기만 합니당.
난 아직도 꽃다발 5만원짜리보다 돈이 훨 좋은데..
아까봐죽겠네요..
그러니까 내 성질을 왜 건드리냐고요..............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느집이나 있을법한 이런 일.....아이셋 힘들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다 예쁘겠네요. 그리구 착한 신랑과 살고있군요. 꽃과 케익 사온건 꽤 신경쓴거같은데.....다가오는 24일은 6번째맞는우리 결혼기념일이네요. 꼭 우리 부부의 모습을 미리본거 같아요. 아이 하나만 빼고. 행복만땅하세용
축하해요.....좋겠당...ㅎㅎㅎ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