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
이 책은 홍콩과 대만이라는 경계지역의 역사적 존립과 현실적 전개를 그곳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홍콩인과 대만인의 입지에서 접근해보고자 하였다. 아울러 역사적 아시아와 동시대의 아시아를 살아가는 지역민의 입지에서도 위 문제에 접속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식민과 냉전, 전지구화에 규정받아온 아시아적 살이의 부침 속에 역상과 공통궤적을 그려온 홍콩과 대만 사회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 음영을 우리의 문제와 전치해봄으로써 난공불락같은 분단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다른 참조체계를 얻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타이완과 홍콩 문제는 다음 세기의 세계질서를 주도할 강국으로서 중국이 인류에 어떤 미래적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느냐 하는 물음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현재로서 중국이 양안관계와 대외관계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평화발전'은 영혼 없는 앙상한 구호에 불과하다. 두터운 사회정의의 이념과 문화 다양성의 비전으로 내용으로 채울 때, 그래서 중국몽이 과거의 '아메리칸 드림'처럼 전 인류에 보편적으로 환영받는 비전을 스스로의 실천 속에서 제시할 때, 비로소 중국은 타이완과 홍콩의 민중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떨쳐내고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내걸 수 있는 새로운 보편가치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서구의 근대가 만들어낸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가치를 무조건 부정하거나 폐기하기보다는, 오늘날 모순과 한계에 직면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적 틀과 도덕 규범의 창조적 모색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