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마음 한구석엔 허전함이 베어져 있을 것이다.
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 꽃잎들의 향연에 마음은 왠지 허한 감정만 복받쳐 어디론가 막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남편과 둘이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지금은 그냥 홀가분하게 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몇 번 홀로 떠나는 여행을 꿈꿨지만, 언제나 머리로만 가방을 싸기만 했다.
롱코트를 입고 홀로 기다란 생머리를 날리면서 기차에서 내리는 모습...하얀 바닷가를 거닐면서 발자국을 남기며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에 잠겨 보는 자신을 그려보며 그림처럼 멋진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오는 매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젠 인생 후반전에 돌입한 50대 중년 여자이기에...
혼자 여행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려도 조금도 운치가 없고, 어느 바닷가 백사장을 홀로 걸어도 그저 초라하고
청승스럽게 비칠지라도... 힘겨운 일상에서 탈출한 집 나온 여자처럼 보일지라도...
그래도 그냥 혼자서 떠나고 싶은 여행의 충동이 막 생기기도 한다.
최근까지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몇 번 여행을 다녀오곤 했지만....
미리 짜인 일정표에 의해서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낯선 사람들끼리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사진 찍고 물건도
사는 "관광"만 했었다.
이젠...홀로 홀가분하게 단 하루가 됐든, 이틀이 됐든 일상적인 관계의 끄나풀에서 벗어나 내 그림자만을 데리고
훨훨 떠나는 진정한 여행의 참맛을 느끼며,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꿈꾼다.
홀로 남도의 어느 아담한 어촌마을 포구를 돌아 걸으며 비릿한 허름한 선술집 같은 작은 식당에 홀로 앉아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에 주눅 들지 않고 늦은 저녁 한 끼 먹는 홀가분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
시골 마을 장터에서 색다른 음식 맛도 보고, 귀한 산나물이나 약초도 사고, 꾸미지 않은 아기자기한 시골길을
호젓하게 걸어도 보고...
갱년기가 아직 안 끝나서인지 요즘의 일상이 밋밋하고, 의욕도 없고, 외롭다고 느낄 때...
마음 한구석에 베어져 있는 허전함...지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뭔지 혼란스러울 때...
그것을 알고 깨달을 방법 중에 가장 크게 느끼게 하는 게 "홀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의무도 없고, 일정한 계획도, 환영도 없고, 정해진 길도 없는 "자유로운 나그넷길"...여행의 치명적 매력은
"홀가분한 방랑"일 것이다.
혼자만의 여행 기간 만큼은 "내가 나의 진정한 벗"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져 용기가 안 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충동적 발상으로 과감하게 시도해 본다면, 그 결과는 예상외로 치명적 매력으로 느껴질 것이라 확신한다.
홀로 여행에서 맛보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현장에선 그리 울렁일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모이고 쌓일 때...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게 소중한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그런 소소한 즐거운 기억들이 쌓이고 모이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법 무게가 느껴지는 행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한 특정 시기에서 맛보는 큰 행복보단, 인생의 전체 과정에서 소소하지만
"자주 느끼는 안락함과 작은 행복"이 더 값지단 걸 아는 나잇대가 된 것이다.
50대 여자 혼자 1박 2일 혼행을 마치고 "새벽에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는 국도를 달릴 때...
매서운 새벽 공기에 뒤섞인 "피곤함과 쓸쓸함"이 차 안을 가득 메울 때가 있다.
여행을 막 떠날 때나, 여행지에서는 느끼지 못한...
바로 이때가 홀로 여행의 "적막감과 외로움"이 가장 크게 느껴질 것이다.
차창 밖의 어둠은 두려움까지 느끼게 하는데, 그러다 동틀 무렵 들른 "아담한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뭔지 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새벽에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평소 집안 가구같이 목석같은 남편이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잘 다녀왔냐며 반길 때...
순간 좀 전 국도에서 만난 휴게소같이 맘에 안도감이 생기며, 왠지 남편이 튼실하고 믿음직하게 보이며 더
소중한 존재로 느껴져 마음이 짠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50대 여인이 홀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교훈은...
먼 훗날 생을 마감할 시점에...또다른 새로운 삶의 여행을 떠날 때... 그동안 쌓아 놓았던 인연이며, 소유물들을
한꺼번에 버리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지금처럼 미리미리 혼행의 시간을 통해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은 한결 뿌듯하고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무엇이 나를 얽매고 있는지" 충분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여행은 떠나기전의 설레임
도착해서의 허전함과 실망감
돌아와서의 편안함
돌아올수있는 집이 있다는것에 행복감
이 아닐런지요
그러면서 늘 여행을 계획하고요
그림자와 함께 이대목이 좋으네요 ㅎ
먼 훗날 과거의 혼자만의 여행에서 경험한, 고생, 불안, 실망도 있겠지만...
홀로 낯선 곳에 뚝 떨어저 있던 시간과 기억, 설렘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홀로 떠나 그림자와 함께 여행했던 그 바닷가 "외로운 포구...
홀로 울울창창 소리치며 그 깊은 산 우뚝 솟아 있던 한 그루의
"소나무"가 지독하게 보고 싶을 때...
홀로 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싶어요.^*^
상상으로는 멋져보이지만
혼자 백사장 걷기도 잠깐이요
커피숍 넋놓고 있기도 잠시라
거창하게 멀리 일박등을 꿈꾸기전에
혼자 커피마시기
혼자 드라이브라도 잠시 해보기입니다
저는 혼자 어디든 잘갑니다만
원주정도 운전도 혼자는 너무 길게 느껴져요
휴게소서 놀다가 또 나서고 해도
돌아오려니 또 너무 멀어서리
운전이 아득해지더라는 ㅎ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달라 혼자 다니는 걸 즐기지 못하는 분도 계실 거고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는 분도 있지요.
어차피 혼자 왔다가 홀로 돌아가는 삶이기에 지천명 즈음...
그동안 쌓아 왔던 온갖 것들을 조금씩 비우는 연습을 해보는 의미로
긁적여 봤습니다.^^
글차나두 따스한 햇살의 유혹이 ㅋㅋ
유혹을 물리치지 않는 것도 능력입니당 ㅎㅎㅎ
주말 내내 벚꽃의 유혹에 못 이겨 홀로 동해안 7번 국도를 싸돌아 다니고 왔어요...ㅎㅎ
어느 한 순간 무작정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즐기곤 하는데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보다, 훨씬 값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관광이 아닌 여행
참 힘들죠...
참신기한것은 셋이상 이면 관광이 돼버리 더라구요
관광은 사진이 남고
여행은 그곳의 추억을 가슴에 담는거 같네요
그런 것 같아요.
여러 사람과의 여행은 서로 배려하고 교감과 질서, 눈치 등 챙기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아 때론 정신없이 보내다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홀로 여행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어 아주 소중한 시간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아요.
홀로 떠나는 여행 기간 만큼은 "내가 나의 진정한 벗"이 되어 줄 수 있어 설렘이
더한 느낌이 들더군요.
여행의 참맛은 "홀가분한 방랑"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