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악가-143화

[1 재성]

143화 이원지멸(梨園之滅)-4



단궁우가 아무리 애원해도 단석동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만  당했다면 몰라도 부
친마저 협박해 많은 재산을 강탈한 서해방주를 단석동은 용서할 수 없었다.

"형님... 아버님과 두 형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단 한사람도 남지 않고 모두 죽었습니다. 이제 
단가의 무공을 전승한 자는 오직 형님뿐입니다."
"자네가 남지 않았는가."

단석동의 대답은 매정했다.

"제 어린 자식들과 조카들까지 모두 죽었습니다. 형님이 아는 혈육들은 모두 죽었단 말입니
다."
"업보일세... 업보."

단석동의 음성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어린 조카들의 죽음은 단석동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압니다. 이 모든 게 우리가 저지른 대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마
저 무참하게 죽인 자를 응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그 대가를 받을 걸세. 세상의 이치는 공평하고 인과에 의해 움직이는 법이지."
"아니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게 부탁하지 말고 자네가 직접 하게."
"제게 남은 시간은 없습니다."

단궁우는 상의를 벌려 자기 가슴과 복부를 드러냈다.   가슴과 복부는  상처가 썩어서 악취
를 풍기고 있었고 구더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상처는 아물지 않고 계속 썩어들
어만 가고 있었다.

"이런... 어째서 치료하지 않았는가?"
"치료해도 살 가망이 없습니다. 내장의 대부분이 괴사했습니다. 치료할 시간에  차라리 형님
을 찾는... 커억."

단궁우는 하던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피를 토했다.  풀밭에 쏟아진 피는 검게 죽어있었다.

"하아~."

단석동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검은 피는  단궁우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단궁우의 비참한 모습은 단석동에게  대천성채에서 지낸 모
멸과 수치의 10년 세월을 떠올리게 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단석동은 고통과 아픔을 무공을 익히는 것으로 승화해 예상을 초월하는 빠른 성취를 이룩했
다.  그러나 단석동의 높은 성취는 단씨 삼형제가 질투에 빠지게 했다.  특히 첫째는 단석동
에 대한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금지된 무공인 혈지도를 익히기까지 한 것이다.

"형님. 아버님과 저희 형제가 잘못한  걸 압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제발  단씨 가문을... 
쿨럭. 쿨럭..."

단궁우는 쉴새없이 피를 토했다.

"나는 거지가 된 순간 모든 것을 잊었다. 용서할 것도 미워할 것도 남아 있지 않다."
"형님..."

단석동의 담담한 말투는 단궁우를 절망하게 했다.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증
오가 깊을수록 가슴 깊은 곳에 같은 크기의 사랑이 숨어  있다.  단석동이 증오심을 버리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미련이 사라져버렸다.  서해방주와  단씨 삼형제에 대해 아
무런 관심조차 없어진 것이다.  단궁우는 단석동의 얼굴에서 무관심을  읽어내고 절망한 것
이다.

"이제 그만 가게. 나와 자네 가계는 더 이상 아무런 관련도 없네."

단석동의 말투는 담담하다 못해 일체의 감정도 없어 보였다.  지나가던 타인에게 길을 묻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단궁우는 가죽 주머니에서 혈지도의 비급과 푸른 늑
대조각을 꺼내들었다.

"형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제 아우는 시간이 없습니다. 제발 가문이라도  이어 주십시오. 
제발..."

단궁우는 푸른 늑대조각과 혈지도의 비급을 단석동에게 바치며 애원했다.

"혈지도와 푸른 늑대조각!"

단석동은 깜짝 놀랬다.  예상하지도 못한 물건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형님... 이걸 받으십시오. 단가를 부활시킬 물건들 입니... 쿨럭. 쿨럭..."

비급의 표지와 푸른 늑대조각에  단궁우가 토한 검은  피와 썩은 내장  부스러기가 묻었다.  
단궁우의 목숨을 거둘 염라사자가 눈앞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따위 사악한 무공으로 단가를 부활시키겠다고!"

단궁우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대리국의  부활을 버리지 못하자 단석동은  화가 치밀었다.  
게다가 칠대금지무공의 하나인 혈지도와 피를 부르는 마물 푸른 늑대조각을 넘기며  대리국
의 부활을 기원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단석동은 혈지도의 비급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가락이 갑자기 백색광채에 휩싸이자 혈
지도의 비급이 새하얀 재로 변했다.  단궁우의 손에 들려 있던  잿더미는 바람에 실려 사라
져 버렸다.

"일양지... 3품 단계의 일양지라니..."

단석동이 펼친 일양지는 3품 단계로 서해방주보다 한 단계 위의 경지였다.

"으흐흐... 형님을 내친 것이 본가 최대의 잘못이었구려... 이렇게 안목이 없으니 멸망을 당하
고 싸지... 정녕 우리는 너무도 어리석어..."

단궁우는 하던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힘이 없는지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소용
없었고, 감각이 사라져 고통을 느끼지 못해 편안하기도 했다.  세상이 점차 어둠에 휩싸이더
니 얼마 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어두워...'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이자 단궁우는 시선을 집중했다.  빛속에 부인과 아이들이 손을 흔들
며 웃고 있었다. 

'애들아... 아빠를 데리러 왔니. 그래 가자꾸나...'

단궁우는 빛을 향해 달려갔다.

"고이 잠들거라."

두 눈을 부릅뜨고 영원한 잠에  빠진 단궁우를 단석동은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단석동은 
두 눈을 직접 감겨주고 깊은 탄식을 했다.

"하아~."

단궁우의 시신 옆에 앉은 단석동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두 시진이 넘어  세 시진이 될 때
까지 단석동은 움직이지 않았다.  황혼으로 인해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동쪽 하늘이 어
둠에 휩싸여도...




황혼으로 붉게 타오르고 안양하의 둑을 송철방과 송채린이 손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송자
영은 남편과 딸의 다정한 모습에 미소지으며  품안에 잠든 아기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
다.  단란하고 행복한 일가의 모습이었다.
동해방주 장무염과 장소군은 송철방 일가의 행복한 정경에 할말을 읽은 듯 멍하니 바라보고
만 있었다.  특히 장소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손잡고 걸어가는 송철방과 송채린을 바라보았
다.

"할아버지... 아버지예요. 아버지라고요..."
"그렇구나..."

장소군은 동해방주의 담담한 말투에 숨어 있는 진실을 단번에 눈치챘다.

"알고 계셨군요. 아버지가 살아 계신 것을!"
"네 외조부인 희 공께서 알려주셨다. 희 공께서 네 부친을 찾아 내셨단다."
"외조부님이요?"

동해방주는 장소군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조부님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없었겠군요.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계
시면서 이 딸을 잊어버린 무정한 아버지를요."

부친인 장천익이 생존해 있으면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장소군의 가슴에 피멍들게  했
다.

"나는 버림받았군요. 아버지는 나를 잊어버린 거예요."

장소군의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잊어버린 것은 맞다. 나도 너도 그리고  모든 것을 말이다. 네 부친이 기억하는  건 실종된 
그 날 이후부터란다."
"무슨 말씀이세요?"
"네 부친은 그 날 팔과 함께 기억을 잃어버렸단다."

부친이 외팔이가 된 것을 장소군은 그제야 인식했다.  장소군은 점차 다가오는 아버지를 넋
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버지..."

장소군은 부친이 눈앞에까지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장천
익은 장소군과 동해방주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동해방주의  역량이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던 무인의 본능을 자극했지만 장천익은 일체  무시하고 지나갔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소중했던 것이다.

"욱... 흑흑..."

장소군은 타인을 보는 듯 스쳐 지나간 아버지가 원망스러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게다
가 부친과 손잡고 걸어가면서 행복한 얼굴로 밝게 웃고 있는  송채린이 너무도 미웠다.  장
소군은 부친과 손잡고 행복한 웃음을 터트리며 걷던 추억을 떠올렸다.  눈물이 끝없이 흘러
나오고 서러움이 복받쳐 장소군은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아가씨 이름이 소군인가요?"

갑자기 들려온 다정한 음성에 장소군은 고개를 들었다.  장소군은 눈물이 젖은 얼굴이 볼품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고개를 들었다.

"누구세요?"
"송자영이라고 해요. 아가씨의 부친이 제 부군이세요."

장소군은 아무 말도 못하고 송자영을 바라만 보았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무슨 말을 해
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  송자영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장
소군이 귀엽게 느껴져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가 내 손자인가?"

말없이 바라만 보고있던 송자영과 장소군 사이를 동해방주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렇습니다... 아버님."

동해방주의 시선은 송자영의 품속에서 잠든 아기에게 향해 있었다.

"아버님이라... 허허허."

송자영의 한 마디는 동해방주가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모두 날려버렸다.

"아가씨. 이 아이는 제 아들이지만 아가씨의 동생이기도 해요. 동생을 잠깐 봐주실  수 있겠
죠."
"네! 아, 알았어요."

장소군은 곤히 잠들은 아기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송자영은 북해방주에게 절을 했다.

"아버님. 며느리가 인사드립니다."
"고맙구나..."

동해방주는 아들을 구해준 송자영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과 장소
군을 진심으로 받아드리는 모습은 동해방주를 더욱 기쁘게 했다.   한편 동해방주의 무력을 
파악한 장천익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동해방
주와 장소군을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송자영이 오지 앉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섰다.  
송자영이 동해방주 조손과 대화를 나누고 있자 장천익은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송자영
이 아들을 장소군에게 넘기고 동해방주에게 절을 하자 장천익은 물론 송채린도 당황하고 말
았다.

"아빠. 엄마가 왜 저 할아버지한테 절을 하지요?"

송채린의 질문은 장천익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동해방주 조손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다.

"아빠~."
"그건 아빠도 모르겠구나. 엄마한테 물어보자꾸나."

송자영이 동해방주와 장소군과 함께 다가오자 송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왜 그러니 채린아."
"저... 저 할아버지는 누군데 엄마가 절을 했어요?"

송자영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채린이의 할아버지란다."
"할아버지?"
"그래. 채린이한테 할아버지가 한 분 더 생겼단다."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 송채린은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어머니가 할아버지라고 말한 이상 
인사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송채린은 쪼르르 달려가 동해방주의 면전에 서서 절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송채린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는 인사를 하려다가 어머니가 절을 했던 것을 기억해 동해방주
에게 절을 했다.  동해방주는 오늘에서야 처음 보는 손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해 눈가에 
기쁨이 넘쳐났다.

"오~, 그래. 어서 일어나거라. 옷에 먼지가 묻었구나."

동해방주는 송채린을 일어 세우더니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동해방주가 다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이자 장소군은 당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한 번
도 본적이 없는 모습이라 익숙하지 않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그런데 
잠자던 아기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울기 시작하자 장소군의 뇌리를 어지럽게 만들던 질투와 
슬픔, 당혹함 등 온갖 감정들이 일시에 날아가 버렸다. 

"아, 아가야. 우, 울지마..."

장소군은 아기를 어르고 달랬지만 소용없었다.  그런데 송자영은 당황해서  땀을 뻘뻘 흘리
는 장소군을 도와주려 갈 생각이 없는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부인. 어떻게 된 일이오?"
"아버님과 희 어른께서 설명해 주실 거예요."

송자영은 송자헌과 희 노인에게 화살을 돌렸다.

"알겠소. 그럼 어서 돌아갑시다."

그들은 객잔을 향했다.  객잔에는 송자헌과 희 노인이 대작을 하고 있었다.  희 노인은 동해
방주와 장소군 두 조손이 송철방 일가와 함께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돈."
"그렇군요.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동해방주와 희 노인이 인사를 나눴다.  장소군은 동해방주와 인사를 나눈 희 노인이 외조부
라는 것을 직감했다. 두 노인이 담소를 나누는 동안 장소군은  어느새 다시 잠든 아기를 꼭 
안고서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기묘한 동질감, 혈육에게서만 느끼는 따스한 감정이 장소군의 가슴에 가득 찼다.  장소군은 
어느새 따뜻한 시선으로 부친과 조부, 외조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해방주와 희 노인의 담
소가 끝난 듯 보이자 장소군은 아기를 송자영에게 넘겼다.  

"외조부님께 인사드립니다."

장소군이 절을 하자 희 노인은 흡족한 듯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어서 일어나거라. 아가야."
"네 외할아버지."
"허허허. 외손녀를 오늘 처음 보는구나. 하지만 네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처음 본 것 같지 
않구나. "

장소군의 외모는 모친인 희 상아를 많이 닮아 희 노인이 딸을 연상하게 했다.

"외손녀를 만난 것을 축하하오."
"고맙소이다."

송자헌이 축하해주자 희 노인은 답례인사를 했다.  장소군은 외조부의  친구로 보이는 송자
헌의 누구인지 궁금했다.  특별한 인연이 없는 한 초대받을 수  없는 자리였기에 의문은 깊
었다. 

"외할아버지. 옆에 계신 어른은 누구 신가요?"
"오~, 그렇구나. 내가 그만 깜빡했구나. 송 형은 네게 조부이자 외조부인 분이다."
"네?"

장소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부는 무엇이고 외조부는 무엇인가.   희 노인의 설
명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았다.

"송 형은 네 아비를 구해주고 양자로 삼았단다. 게다가  딸을 네 아비에게 시집보냈으니 장
인도 되지. 그러니 네게 조부이자 외조부가 아니겠느냐."
"그런가요..."
"진룡거사 송자헌의 손녀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게다. 어서 절을 하거라."
"아~." 

장소군은 탄성을 지르고는 급히 송자헌에게 다가가 무릎을 끓고 절했다.

"할아버님께 손녀가 인사드립니다."

아버지를 살려준 분에게 할아버지라고 못 부를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천하가 공인하는 강
호제일고수인 송자헌을 조손 관계로 묶는 일이라면 몇백번이라도 절을 할 여자가  장소군이
었다.  객잔 안은 봄날 아지랑이 같은 따뜻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러나 송철방은 기억에 
없는 아버지와 딸의 등장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백혼이 철수하고 살해당한 시신들로 가득한 이원은 통곡의 밤을  지새고 있었다.  부모형제
와 친구, 이웃들의 시신을 안고 이원의 주민들은 슬피 울고 있었다.

"저기가 목표로군."

갑옷으로 무장한 장군이 이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장군."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저 마을을 지우라고 했던가..."
"도독의 명령은 흔적조차 남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시작하게."
"알겠습니다. 장군."

갑옷으로 무장한 젊은 장군 20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은 각자의 부대를 이끌고 이원을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이원은 피바다로 변해버렸다.  병사들이 집집마다 불을 질러 이원
은 화염 속에 휩싸였다. 게다가 기마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육을 자행했다.

"멋지게 타오르는군... 안 그런가? 부관."
"네. 마치 지옥에 있다는 화염산 같습니다."
"자네 마음 아픈 게 아니야. 나도 똑같아. 하지만 우리는 명령대로 실행할 수밖에 없는 군인
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에게 약을 먹여 이성을 잃게 한 뒤에 양민을 학살한다는..."
"저들은 양민이 아니네."

장군은 부관의 말을 중간에 막았다.

"저 마을사람들은 나라를 농락한 세력이야. 그리고 도독께서 미리 보낸 선발대가 저들의 전
투력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사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네."
"그렇다면 저 마을에 어린 아이와 힘없는 부녀자들만 남아 있다는 것이 아닙니까?"
"풀을 뽑을 땐 뿌리까지 제거하는  법이네. 저들을 그대로 나두면  또다시 나라를 농락하겠
지."
"장군..."

부관은 장군이 불타는 이원을 바라보며 안색을 찌푸리자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지옥
으로 변한 이원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불타오르는 집들과 아련히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부
관은 외면했다.  부관은 군인이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청도에 도착한 악삼은 숙모와 갈씨 자매,  악소미에게 줄 선물을 구입한 뒤 집으로  향했다.  
반 시진이 지난 뒤 악삼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악삼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만 나오시지."

악삼이 차갑게 말하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나를 미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행?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시장에서부터 나를 쫓아온 것을 부인하는 건가."
"나는 내 갈 길을 걸었을 뿐이오."

남자가 부인하자 악삼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차가운 냉소가  악삼의 얼굴에 떠오르는 
순간 강력한 기세가 폭풍처럼 일었다.  남자는 기세에 밀려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악삼은 
남자를 향해 한 걸음 내밀었다.  기세가 폭풍처럼 일어나 남자를 압박했다.

"누구... 어머 악 가가."

갈운지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왔다.  집밖에서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자 무슨 일이 생
겼나 싶어 나온 것이다.

"운지야!"

남자는 갈운지를 보고 깜짝 놀라며 이름을 불렀다.

"오라버니."

갈운지는 남자를 보고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남자의 정체는 갈씨 자매의 친오빠인 갈운정
이었다.   악삼은 갑자기 돌변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몰라 당혹한 표정을 지었
다.  그런데 갈씨 남매는 당혹해 하는 악삼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랜만의 해후를 기뻐하고만 
있었다.

[청운]

감사합니다.

[지어농조]

감사합니다

[현담]

잘보았습니다.

[민성]

감사합니다.

[행복한인생]

즐독입니다

[무혈]

즐~~~감!

[기상조건]

즐독입니다

[요랑대로]

감사합니다

[그랜빠]

즐감합니다.

[다락방]

감사합니다

[쥴리강]

감사합니다

[티타임]

즐독 입니다

[지키미]

즐감하고 감니다

[솔개]

잘 보고 갑니다.

[보길도]

잘읽었습니다

[명 소]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거여]

잘 보고 갑니다.

[머루와들꽃]

감사합니다

[서울의달밤1]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계왕민]

감사합니다

[십분만]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오가피]

즐독이랍니다

[유정한]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