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늠 한창 뉴스를 타고 있는 광화문 현판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무슨 현판 하나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일 줄 몰랐습니다.
그냥 거기 가면 현판이 있다. 뭐 그런 정도였는데.....
서예를 전공한 사람으로 어찌보면 고맙기 까지 합니다
그런데 지금 회자되고 있는 얘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궁궐은 대목장(도편수)이 짓지 임금이 짓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석축은 누가 쌓습니까? 석공이 쌓습니다
단청은 누가 합니까 단청공이 합니다.
기와는 누가 언집니까 瓦工이 전문가이니 그에게 맡길 것입니다.
그럼 현판은 누가 써야 됩니까
당연히 당대의 명필이 쓰는 것입니다.
그 당연한 귀결을 왈가왈부 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우스울 뿐 입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오랜 유교적 관습에 또는 인간의 작은 욕망 (무엇을 오래 남길려는
虎死遺皮 人死遺名이란 말도 있지않습니까)에다
더구나 글씨는 도편수나 와공이나 석공처럼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모필들고 한 두 번 써보았다고 붓을 들고 휘두르면 되는 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일 입니까? 물론 오자는 안나오겠지만......
"서예는 획의 예술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서예를 가장 정확하게 정의내린 말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또 동양예술 정신의 진수라고 여깁니다.
서예는 획의 예술입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체득하지 못하면
백년을 써도 허사입니다.
우리 서예인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좋고 나쁜 글씨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니 너무나 상식입니다. 전문가인 우리들이 볼
때는 .....
예를 들어 강릉 선교장에 있는 선교유거라고 쓴 현판이 있는데
참으로 멋들어진 글씨입니다. 그러나 글씨를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 조차
그 참 맛을 모릅니다.
光化門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고종 때 복원돼었는데
그것을 누가 썼습니까?
당대의 명필 정학교가 쓴 것 아닙니까 (제가 보기는 정학교란 사람이 명필이라는 것도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6.25 때 불탄 것을 다시 박정희 정권 때 복원하면서 박정희대통령이 쓴 것 아닙니까
이 문제의 발단은 박대통령이 직접 씀으로써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이것도 당시 복원한 후 당대 명필에게 쓰게 했으면 지금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 아닙니까
당시 문화재를 재보수 많이 했는데
박대통령은 광화문 말고도
곳곳에 본인이 직접 쓴 글씨들이 많다고 합니다.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고미술계의 대부 정양모 선생은 어제 저녁 TV 인터뷰에서 참으로 의미 심장한 말씀을 던졌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건설과 산림녹화 뭐 이런 것에 열심히 하셨으니까 그런 것으로 남으면 되는 것이고 , 글씨는 당연히 명필이 쓰면 되는 것이었는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에는 다 전문가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서예를 흔히 "우리할아버지가 명필이셨다." 뭐 이런 말이 심심찮게 듣는
문화에서는 지금과 같은 사태가 앞으로도 일으날 소지는 많다고 봅니다.
그 할아버지가 서예전문가 였습니까.
거의 백에 구십구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돈 걸까요 서예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도 글을 가르쳐 보지만 좋고 그렇지 못한 글씨를 구분하는 데 5년 붓을 잡아도
잘 모르는 이가 많은 것을 보면 글씨를 직접 써보지 않은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구분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친가지 입니다.
그저 똑바르고 일정하게 쓰여져 있으면 잘 쓴 글씨이고 그렇지 못하면 아닌 것으로 뭐 이렇게들....
알고 있는 것이 일반인들의 수준인 것입니다.
서예는 판소리와 클래식과 같아서 그 맛을 감상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물론 본인이 직접 오랜시간 붓을 들고 써봐야 체득될 수 있는 예술입니다
이 엄연한 진리를 서예인들은 다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유홍준 청장님께서도 어제 인터뷰를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술사학이나 미학에 조예가 있는 분이지만, 글씨에 대한 얘기는 참으로
제가 위에서 언급한 수준을 넘지 못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물론 板展이라고 쓴 추사의 작품에 갖은 미학적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서예를 이해한 듯한 마씀을 하시는데, 답답할 뿐 입니다.
유홍준청장님은 서예를 모르는 분 같습니다. 붓글씨 한 번 (조금은 했을 지 모르지만....)
지음이라는 것이 꼭 그 분야를 직접해보아야 아는 것은 아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서예는 본인이 오랜 시간 써보지 않으면
좋고 나쁨을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녕 진실입니다.
실례로 우리 서예가들은 이름을 막고 좋은 글씨와 그렇지 못한 글씨는 다 공감하는데 (여기서 좋고 나쁨은 변화와 통일 비례와 균형 율동 기운생동 질박의 문제 등등 제반의 아름다움을 포함하는 것임)
글을 조금 본다는 사람도 제대로 아닌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이것은 바둑 9 단이 8급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9단이 사활 정도는 금방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일단 사활도 모르는 데 어찌 韻과 예술을 논하겠습니까.
너무나 명약관하한 사실입니다.
"대영제국 박물관은 거대한 도적 문화재의 무덤"이라고 까지 혹평을 가하면서
(저도 이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만)
모든 문화재는 제자리를 지켜야 의미가 있다고 역설하신 분입니다.
주장대로 제자리에( 문화재 출토된, 있었던 자리)있어야 된다는 것은
모든 분야의 일들은 각기 자기 전문분야의 소임에 맡겨야 된다는
사상적 바탕을 누구보다도 갖고 있는 분이 분명한하신데,
이번 이 광화문 문제에서 보여준 것은
안타까울 뿐 입니다.
그것이 다 오바(over)에서 기인되거나 무지에서(체험되지 못한) 나온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지금 현판을 두고 정치권에 묘한 기류가 흐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다 무엇입니까.
다 박정희식 발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정조대왕의 글씨를 집자하는 것으로 방침이 문화재청에서는 굳어진 것 같은데
정조대왕 당시는 광화문이 소실돼서 없었다는데 왜 하필 정조 인지....
하기야 조선일보에서는 여권이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을 정조에 비교하고 있어서
정조 글씨를 집자하느니 뭐 이런 얘기들이 오가는 데 무슨 노무현대통령이 정조 어쩌고 하는 것도 웃기는 얘기이고....
또 한글학회 등에서는 지금의 광화문 현판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집회를 하고 그러는 모양인데
한심한 일입니다.
물론 저도 우리한글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이 광화문 현판은 문화재 전문가들의 대부분 견해가 그렇듯 원형(원래 본 뜻과 모양까지도)
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광화문은 한자로 써야 하며 정조대왕 글씨 집자는 더더욱 안되는 소리이며
그렇다고 정학교가 살아올 수도 없는 것이고 따라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전문가를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 전문가가 누구입니까.
전문가는 많이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도 서예 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는 조선시대
사람보다 정확하게 말씀드려
지금의 서예가들이 100배는 더 잘씁니다.
직접 조선시대 사람들과 시합을 해도 자신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보면 수준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청장님께서 미학에 대해 논하다가 논쟁하는 사람의 말 한 마디만
들어보셔도 그 수준을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의 전문 서예가의 글을 받으십시요
문화예술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흔적이 가장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제발 전문 서예가에게 맡기십시요
그것이 가장 광화문 다운 현판이 될 것입니다.
저도 예술작품을 하는 사람입니다만, 제가 제 작품을 해서 남을 줄 때
다른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비록 서예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왜 최선을 다하는 줄
압니까 적당히 써도 어차피 서예를 잘 모르기 때문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전문서가가 봤을 때 그 때 덜 부끄러울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광화문도 이와같습니다.
저희같은 전문서가들이 보면 잘되고 멋진 글을 100에 99는 의견이 같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좋은 조건을 왜 이용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문화재청이 모를 뿐입니다.
정치권이나 한글학회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 그냥 전문가들 한 테 맡기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역사가 웅변으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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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제가 오늘 유홍준 문화재청장 대화방에 올린 글입니다. (광화문현판에대한 제안)
람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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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3 01:3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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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시원한 글을 보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맞습니다. 무엇이든지 전문가에게 하면 그만큼 확실하지 않을까요 물론 얼마나 전문가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요. 여하튼 공감가는 글에 찬사를 보냅니다.
속시원하다 람취당님 홧팅...소녀도 이미 바뀌도록 결정이 되었으면 서예가의 한글로된 현판을 붙였으면 합니다.
공감가는 글 ..... 잘 올리셨습니다.^^ 그렇지요 사회적 직위로 전문분야를 농락하는것은 있을 수 없지요 모든것은 제자리에 있을때 편안하고 아름다운것을....."...北辰이 居其所이든 而衆星이 共之니라"
좋으신 말씀이신데........마이동풍이 안되었으면 합니다...
후련한 글 잘 보았습니다.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좋은 결과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당하신 말씁이십니다 아무쪼록 선생님 말씀대로 되었으면 합니다
정말 공감이 갑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정치적 접근이 아니었나 싶군요.
공감 합니다. 이 글을 유홍준 문화제 청장이 꼭 보고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할탠데. 또라이들이 하 많은 세상에 청장 한 사람 결심으로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