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의 레지오로서는 2007년 한 해가 특별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시련의 한 해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승리를 만끽하는 한 해였다고 회고해 봅니다. 한국 레지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월간 「레지오 마리애」의 근간이 흔들리고 통째로 뽑혀나갈 위기를 맞아 3개 세나뚜스 간부님들과 신부님들, 각 교구의 단장님·간부님들이 여러 차례 연석회의와 1박2일의 피정을 해가며 많은 노력과 기도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인가 취소로 인해 새로이 교회인가를 받고, 인쇄소를 바꾸고, 발행인도 바뀌고, 임원진을 개선하며 사무실이 명동에서 장충동으로 이사하는 등의 드라마 같은 현실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특별히 이에 관계된 간부님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각 교구의 대주교님들, 주교님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월간지가 안정을 되찾아 한국 레지오의 구심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한 가지 더 보태어 단원들에게 희소식을 전하자면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2008년부터는 월간지를 배로 받게 되는 기대도 가져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사령관이신 성모님의 승리이고, 한국의 모든 단원들의 승리인 것이라 자평하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일은 누구를 탓할 수만은 없는 아픈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 치프리아노의 “태양의 광선은 많지만 그 빛은 하나이다. 나무의 가지는 많지만 줄기는 하나이다. 이 줄기는 확고부동한 뿌리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라는 말씀을 되새기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레지오 마리애는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막강한 군대로서 어떤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훌륭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아주 견고하고 튼튼한 거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어제의 교훈을 잊고 살아간다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또다시 태풍을 만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이하게 받아들인다면 올해와 같은 일이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어 해답을 찾아야 하고, 찾았다면 즉시 시정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레지오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여 레지오의 정신 회복과 신뢰 회복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야 할 때이고, 초심으로 돌아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모든 단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3개 세나뚜스와 각 교구 평의회가 함께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는 의지를 통해서만이 한국의 레지오가 한 덩이가 되는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단합된 모습과 노력을 주문합니다.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은 가장 훌륭한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각 지역의 평의회에서는 이 훌륭한 레지오 조직, 레지오의 근본을, 즉 뿌리를 보존해야 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지오를 꼭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갖고 수호자적인 방어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수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취하여 레지오의 발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모범이야말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최고의 학교이다.”(에드먼드 버크)라고 했습니다. 모든 평의원들은 높은 이상과 진취적인 모습으로 솔선수범하며 훌륭한 모범을 실천해야 합니다. 성실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레지오 단원은 수비대가 되어 레지오에 만연되어 있는 고질적인 무사안일주의, 무사태평주의를 경계하여야 하겠습니다. 즉 평의회 발전과는 관계없는 단원이 평의회 간부를 맡아서 월례회의나 간신히 해나가는 안이한 자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평의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고, 월례회의만을 순서에 의해 한다고 하면 어느 행동단원이라도 얼마든지 진행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레지오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해를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의원으로서 정체성의 개념 없이 세월만 보내는 평의원들이 있다는 데에 너무나 큰 슬픔을 느낍니다. 또 안타까운 점은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상급평의회의 소식이나 지시사항을 파악도 못하는 평의원, 자기 위주의 평의회 운영, 도를 넘어 행사 때마다 단원들에게 많은 선물공세를 해서 환심을 이끌어내려는 물질만능의 친목회를 만들어가는 한심한 평의원…. 뉴만 추기경은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물질적 진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위험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모님의 군자금을 자기 개인의 자금보다 더 쉽게 사용하는 평의원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선물을 받은 똑똑한 단원이 상급평의회에 이의 제기를 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다른 평의원은 안중에도 없이 독선적으로 일하는 평의원, 레지오적이지 않은 사적인 개념을 갖고 ‘인간 사는 세상’ 운운 하며 밀어붙이는 고집쟁이 평의원, 의논을 할라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우유부단한 평의원 등 여러 가지 몹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 봅니다. “나쁜 장교가 있을 뿐, 나쁜 사병은 없다”(나폴레옹)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쁜 모습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평의원이라면 적어도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내가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이 아님을 절실히 느껴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만 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루가1,38)라고 하신 성모님을 본받아 순명이 익숙해지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더 높고 큰 목표를 위하여 자기를 버리고 화합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 헌신 봉사함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세상을 가장 사랑하고 그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이 세상을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성모님의 덕목 중에 으뜸가는 덕목이 겸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이 있는 곳에 은혜를 베푸시고 겸손이 사라지면 은혜를 거두어 가신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다 함께 생각해야 하는 말씀 “야훼께서 베푸신 그 크신 은혜 무엇으로 보답할까”(시편116,12)를 생각하며 2007년을 자성하며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2008년)와 앞으로 50년, 100년을 생각하며 온전히 성령과 성모님께 의탁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삶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싶습니다.
첫댓글 음~~먼가 뽁짭하군요....그저 받아 들이면 좋을텐데...그것이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