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이 한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원래는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가 맞습니다만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견마는 잘못된 말이고 경마가 옳은 말로 정착되었습니다. 견마란 끌 견(牽), 말 마(馬)입니다. 즉, 그냥 걸을 때는 힘이 들어 말만 타도 감지덕지하지만, 말을 타고 나면 누가 말을 끌어주어 더 편안히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이 속담을 배웠는데, 시험 문제에 나왔기에 저는 한자인 ‘견마’로 답을 썼는데 선생님께서 경마만 정답으로 처리하셨기에 항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말은 생물과 같아 변하기 마련입니다. 네이버 사전에는 표준어를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로 풀어 놓았습니다.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 총론 제2항에는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표준어도 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성은 있어야 할진대, 요즘은 잘못 쓰는 단어나 문장, 어법을 고칠 노력은 않고 그냥 수용만 하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적지 않습니다. ‘너무’ 다음에는 부정적 문장이 따라붙어야 함에도 워낙 많은 이들이 무시하고 사용하다 보니 긍정의 문장이 따라붙는 것도 인정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너무 좋아’는 예전에는 잘못된 문장이었지만 ‘참 좋아’, ‘정말 좋아’와 같은, 문법에 맞는 문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신조어를 매년 등록하는데, 오래전 존잘남, 존예, 뇌섹남, 개공감 따위도 등록되어 몇 년 뒤 표준어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그 중 ‘뇌섹남’은 등록되었네요. 참.... 뭐가 맞는지, 뭐가 잘못된 건지, 아는데 아는 게 아닌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내의 요가센터인 ‘설리의몸공작소’를 준비하면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옷 갈아입는 곳을 저는 경의실로 해야 한다 하고, 아내와 광고물 제작자는 탈의실이 맞다 했습니다. 제가 배웠고, 한자 의미로도 명확한 건 경의실이었습니다. 경의실은 고칠 更, 옷 衣, 집 室, 즉, ‘옷을 갈아입는 방’을 의미합니다. 한자인 更 자가 고칠 경, 다시 갱으로 읽히다보니 경의실이 아닌 갱의실로 통용되기도 했습니다만 이건 분명 잘못된 게 맞습니다. 탈의실은 벗을 脫, 옷 衣, 집 室로, 한자어로만 보면 옷을 벗는 곳입니다.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는 맞지만, 헬스장 같은 곳에서는 맞지 않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옷을 벗거나 갈아입는 방’으로 정의되어 있더군요. ‘21년 법제처의 어려운 법령 용어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그리 정리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보면, 한국어도 모국어라 방심할 게 아니라, 꾸준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이 무식하다 속으로 흉봤는데 제가 무식한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 꾸준한 공부로 변화를 수용해야지요. 따라가긴 하지만,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래 그러할 것 같기도 합니다.
몇 주, 아내 센터일로 바쁘단 핑계로 자연 친화를 못하다가, 어제 저를 정점으로 한 가족들과 김천 산내들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6월말 어머니를 정점으로 2박3일 한 가족 나들이도 있었습니다...) 가족여행 기록은 다음으로 미루고, 그날 압권 중 하나였던, 며느리가 준비한 케이크 사진만 일단 공유합니다. 며느리 멘트, ‘들숨에 재력, 날숨에 명예’의 센스에, 타이밍에, 아내가 피곤함을 잠시 잊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주변 모든 이들께, 가족들에게...
나를 키우는 말(모셔온 글)=======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