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수사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다른 수컷의 새끼를 제거하는 것이다.
미래의 경쟁자일 뿐 아니라 새끼가 없어야 암컷에게 새로운 발정이 오기 때문이다.
비단 사자 무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아니다.
동물원에 새로 들어온 암컷 다람쥐원숭이가 새끼를 낳았다.
똘똘이였다.
당시 우두머리이던 다이아몬드는 덩치 크고 난폭한 수컷이었는데
새로 태어난 새끼를 못마땅하게 노려보더니 두 달이 지날 무렵 어미 등에 있던 똘똘이를 잡아채 오른쪽 뒷발을 물었다.
급히 사육사가 달려가 구조했지만 상태가 심각해 허벅지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고, 상처도 서서히 아물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똘똘이가 무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여전히 다이아몬드가 다람쥐원숭이 무리를 지배했고,
헤어진 지 6개월이나 된 엄마가 똘똘이를 기억해 낼 것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야생 동물이 가축처럼 사람들과 살 수는 없어 작은 상자에 똘똘이를 넣은 뒤 무리안에 놓아두었다.
그랬더니 무리에 있던 엄마가 주변을 맴돌며 똘똘이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혹시 기억하는가 싶어 며칠 뒤 상자 문을 조금 열어주었더니 엄마가 냉큼 들어와 똘똘이를 업고 갔다.
며칠이 지나 똘똘이를 등에 업은 엄마는 다른 아줌마 원숭이들과 노닥거리고,
똘똘이도 다른 새끼 원숭이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똘똘이가 엄마로부터 독립할 즈음에는 포악하기 그지없던 대장 다이아몬드와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재활 기간 동안 유일한 친구이던 강아지의 털을 골라 주고 먹이를 나눠 먹을 정도로 영리하고 성격 좋은 똘똘이였으니
포악하다고 해도 같은동족인 다이아몬드의 마음을 얻는 건 훨씬 쉬운 일이 었을 것 이다.
무리에 무난히 적응한 똘똘이는 장애가 있는데도 무리의 대장이 되었다.
보통 대장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싸움을 수십 차례 거쳐야하는데
똘똘이는 신기하게도 싸움 한 번 하지 않았고, 대장 자리에 있는 동안에도 원숭이들 간에 관계가 좋았다.
시련을 이겨 낸 똘똘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무리를 이끌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진선 님| 서울동물원 동물기획팀장
-《좋은생각》2011년 6월호
싸워야만, 투쟁해야만 남을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法治, 德治.
학교에서 너무 법으로만 다스리지 않았는가 반성해 봅니다.
첫댓글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 세상에서 벌써 사라진 건 아니겠지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저는 '카리스마일'이라고 명명하고 싶었었는데.... ㅎㅎ 혼자서 말 장난을 해봅니다. 2급조련사는 채찍을 사용하고, 1급조련사는 채찍과 당근을 사용한답니다. 그러나 특급 조련사는 당근을 사용한다는 S그룹 L회장의 칭찬론을 생각해봅니다.
역시 말장난도 수준급이시네요.
입 다물어의 한자 뜻을 가진 한자어는? 馬, salt는 소금, 그러면 SALT는 굵은 소금. ㅎㅎ, 영서지방은 더워서 난리라는데
영동지방은 잔뜩 흐린날이 춥습니다.
또 한번 기분좋게 웃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