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에서 보내지 못한 안부.
오래된 가게 진열장에 작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가장자리의 금빛이 조금 벗겨져 있었다. 누군가는 저 잔을 아껴 쓰며 여러 번의 아침을 함께 보냈을 것이다. 루카의 골목에서 나는 한동안 그 찻잔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손잡이가 조금 깨진 컵도 화분으로 쓰겠다며 창가에 두었다. 나는 새것을 사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어느 집 창가에서 오래된 컵을 보아도 잠깐 눈길이 머문다.
함께 살며 알게 되는 사소한 취향들이 있다. 커피에 설탕을 넣는 순서와 빵의 끝부분을 좋아하던 습관. 사진을 찍을 때면 꼭 머리카락부터 정리하던 손길. 오래 지나 흐려진 얼굴도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씩 또렷해진다.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열린 문 너머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그 소리를 들으니 문득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생각났다. 늦는다는 연락을 하면 밥은 먹었느냐고 묻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 조금 더 다정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피곤하다는 말 뒤에 짧은 안부 하나쯤 덧붙일 수도 있었다.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다음 날에도 같은 자리에 있을 사람처럼 대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사이 고맙다는 말을 자주 놓쳤다.
작은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옆자리의 두 사람은 말없이 빵을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이 접시를 밀어 주자 다른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 놓았다. 나는 커피가 조금 식을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게를 나서며 골목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빛이었다. 사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연락처를 열었다가 오래전 이름 앞에서 손을 멈췄다. 안부를 묻기에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았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걸었다. 저녁빛이 건물 위쪽에만 남아 있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작은 가게의 불빛이 하나씩 보였다.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따뜻한 음식을 먹었으면 했다.
루카에서 찍은 사진은 아직 휴대전화에 남아 있다. 가끔 확대해서 보면 진열장 한쪽에 찻잔 두 개가 작게 보인다. 그 앞에 서 있던 오후도 함께 떠오른다. 멀리 여행을 와서 누군가의 저녁을 오래 생각했던 날이었다.
첫댓글 낯선 도시의 아침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처음 걷는 길에는 작은 기대가 따라옵니다.
어디로 이어질지 몰라서 더 즐겁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 여행의 추억이 됩니다.
인생도 때로는 계획 밖에서 아름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