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8월18일
선비 꼬마김밥 싸서 소풍 가자
김밥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소풍날의 설레는 추억과 엄마의 손맛은 어른이 되어서도 따스한 시간으로 살아있다. 나의 김밥은 분홍 소시지에 시금치 단무지가 들어있다. 소풍날이나 운동회 때면 엄마가 4단짜리 찬합에 단정하게 김밥을 썰어서 가져왔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 맛이 새록새록 살아나서 가끔 김밥을 싸곤 한다.
요즘은 다양한 김밥이 나온다. 김밥집에 가면 종류가 열 가지 넘는 것 같다. 몇 가지는 호기심에 먹어 봤는데 결국에는 기본 김밥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김밥을 많이 쌌다. 소풍 가는 날에는 김밥을 많이 만들어 이웃을 초대해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 방을 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해보는 엄마 노릇을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아이를 키웠던 것 같다. 생각하면 눈물겹도록 고마운 이웃이다.
요즘 선비 꼬마 김밥에 홀딱 반해서 주말이면 열 개짜리 두 개를 사서 시골집에 갈 때 사서 간다. 아들 입맛에 맞게 김밥을 싸다 보니 아이들이 아주 혐오한다는 당근과 오이 시금치를 빼고 햄과 맛살 단무지 연근 달걀을 넣고 김밥을 싼다. 남편의 입맛과는 조금 다른 김밥이다.
우연히 선비 김밥을 먹어보았는데 어른 입맛에 맞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 꼬마 김밥이었다. 오늘도 선비 꼬마김밥을 사서 시골집으로 여행을 떠났다. 점심은 집에서 먹고 시골집에서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요즘은 시골집에 가는 길에 가볼 만한 곳을 정해서 둘러본다. 남편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니까 의미도 있고 덕분에 나도 추억여행에 동참하니 새로운 여행이다. 오늘은 상주에 있는 황룡사를 다녀왔다. 중학교 때 남편이 소풍을 갔던 곳이란다. 이렇게 먼 길을 걸어서 소풍을 왔나보다, 그때는 그래도 신나고 행복했을 것이다. 반짝이는 추억 하나를 엿보는 기분이 8월의 햇살만큼 반짝반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