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赤壁賦(후적벽부)
소식(蘇軾:1036~1101)
중국 북송의 시인이며 서예가이다.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東坡).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3소’(三蘇)라고 불리어지며 모두
당송 팔대가에 속한다. 미주 미산 출신이다.
시문뿐만 아니라, 사(詞)와 글씨와 그림, 음악에 이르기까지
대문호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서로는 『동파집(東坡集)』 40권과 『동파후집(東坡後集)』 20권이 전한다.
이 해 시월 보름에
是歲十月之望 시세십월지망
설당에서 걸어서
步自雪堂 보자설당
*雪堂:소동파가 元豐(원풍) 5년 겨울에 집을 짓고, 사면에 설경(雪景)을 그려서 집을 설당이라 함.
장차 임고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將歸于臨皐 장귀우림고
*臨皐: 동파가 황주(黃州)에 처음에 왔을 때는 정혜원(定惠院)에 있다가 후에 임고정으로 옮겨 살았다.
이때 두 손님이 나를 따라서 황니재를 넘어가는데
二客從予過黃泥坂 이객종여과황니판
*판(坂):비탈, 둑, 제방.
두 손님 중에 한 사람은 당시 도사로 불리는 양세창(梁世昌)이고 한 사람은 미상.
벌써 서리와 이슬이 내려서
霜露旣降 상로기강
나뭇잎은 다 저버리고
木葉盡脫 목엽진탈
사람의 그림자는 땅 위에 비치고
人影在地 인영재지
우러러 밝은 달을 바라보았네
仰見明月 앙견명월
사방을 둘러보며 그것을 즐기며
顧而樂之 고이락지
걸으면서 노래하면 따라서 부르고
行歌相答 행가상답
노래를 멈추고 말하기를
(이에 탄식하며 말하기를)
已而歎曰 이이탄왈
*嘆(탄): 탄식하다, 한숨 쉬다.
歎(탄): 읊다, 노래하다, 탄식하다, 한숨 쉬다.
객은 있으나 술이 없고
有客無酒 유객무주
술은 있으나 안주가 없네
有酒無肴 유주무효
*肴(효): 고기 안주를 말함. 核(핵): 과일 안주.
달도 밝고 바람도 맑은데
月白風淸 월백풍청
이 좋은 밤을 어찌하면 좋으랴?
如此良夜何 여차량야하
객이 말하기를
客曰 객왈
오늘 땅거미(저녁) 질 무렵
今者薄暮 금자박모
그물을 올려 물고기를 잡았는데
擧網得魚 거망득어
큰 입에 자잘한 비늘이
巨口細鱗 거구세린
그 생김새가 마치 송강의 농어 같았다
狀如松江之鱸 상여송강지로
*송강(松江): 강소성에 있는 강이름
사방을 둘러보며 술은 어찌 구한다 말인가?
顧安所得酒乎 고안소득주호
*安(안): ‘어찌‘라는 뜻임.
돌아와서 이것을 아내에게 말을 하니
歸而謨諸婦 귀이모제부
*諸(제): 모든, 여러, -은,-는, 간수다.
여기서는 대명사’之‘와 같은 의미.
집 사람이 말하기를
婦曰 부왈
저에게 술 한 말이 있으니
我有斗酒 아유두주
간직한 지가 오래요
藏之久矣
당신이 갑자기 필요할 때를 기다렸지요!
以待子不時之需 이대자불시지수
이에 술과 물고기를 가지고
於是携酒與魚 어시휴주여어
다시 적벽 아래서 놀았다
復遊於赤壁之下 부유어적벽지하
흐르는 강물은 소리를 내고
江流有聲 강류유성
깎아지른 절벽은 천 길이나 되네
斷岸千尺 단안천척
산은 높고 달은 작으며
山高月小 산고월소
물이 떨어지는 곳에 돌이 드러나네
水落石出 수락석출
거듭 해와 달이 얼마나 지났는가?
曾日月之幾何증일월기하
*曾(증): 일찍이, 거듭, 곧, 이에.
이 강산을 다시 알아볼 수가 없구나!
而江山不可復識矣 이강산불가부식의
나는 옷자락을 잡아당겨 쥐고서 위로 올라가
予乃攝衣而上 여내섭의이상
*予(여): 인칭 대명사로 문어법에 자주 쓰이는 글자.
높고 험준한 바위를 밟고 무성한 풀들을 헤쳐나가면서
履巉巖披蒙茸 이참암피몽용
호랑이와 표범 모양의 바위에 걸터앉거나
踞虎豹 거호표
몸빛이 붉고 뿔 같은 가지가 있는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登虯龍등규룡
*虯龍(규룡): 몸빛이 붉고, 뿔이 돋쳤다는 용의 새끼.
송골매의 위태로운 둥지에 기어올라
攀棲鶻之危巢 반서골지위소
수신(水神)이 사는 그윽한 궁전을 굽어보며
俯馮夷之幽宮 부풍이지궁
*馮夷(풍이): 황하에 사는 수신의 이름.
두 객은 여기까지 미처 좇아오지 못하였다
蓋二客之不能從焉
*焉(언): 어조사 지만, 여기서는 어찌, 이에, 여기라는 뜻임.
가슴을 열어젖히고 길게 ’ 야호‘ 소리를 질렀더니
劃然長嘯 획연장소
풀과 나무가 진동하고
草木震動 초목진동
*振動(진동); 흔들려서 움직임
** 震動(진동): 물체가 몹시 울려서 흔들림.
산이 울리고 계곡에 메아리 울려오고
山鳴谷應 산명곡응
바람이 일고 물이 소용돌이친다
風起水涌 풍기수용
나 또한 초연하고 이내 슬퍼지니
予亦悄然而悲 여역초연이비
엄숙하다가 이내 두려움을 느꼈다
肅然而恐 숙연이공
무섭고 두려워서 거기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凜乎其不可留也 늠호기불가류야
되돌아와 배를 타고
反而登舟 반이등주
강 가운데 띄어두고
放乎中流 방호중류
가든지 말든지 흐르는 물에 맡겨두고 쉬기로 했다
聽其所止而休焉 청기소지이휴언
*聽(청):듣다는 뜻이지마는 여기서는 받아들이다, 맡기다는 의미.
시간은 벌써 밤이 깊어지고
時夜將半 시야장반
주위를 둘러보아도 고요하고 적적한데
四顧寂寥 사고적료
외로운 학 한 마리 날아오네
適有孤鶴 적유고학
강을 가로질러 동쪽에 오니
橫江東來 횡강동래
날개는 수레바퀴 같았다
翅如車輪 시여거륜
검은 치마에 흰 명주옷을 하고
玄裳縞衣현상호의
애절하게 날카롭게 길게 울면서
戛然長鳴 알연장명
내 배를 스친 듯이 날으며 서쪽으로 가네
掠予舟而西也 약여주이서야
*掠(략): 노략질하다, 여기서는 스쳐 지나가다는 의미.
얼마 후에 손님들도 가고
須臾客去수유객거
또한 나도 잠이 들었다
予亦就睡 여역취수
꿈에 한 도사가 나타나서
夢一道士 몽일도사
새의 깃으로 만든 옷을 나부끼며
羽衣翩躚 우의편선
임고 아래를 지나가면서
過臨皐之下 과임고지하
*臨皐(임고): 소동파가 사는 곳.
나에게 공손히 절을 하며 말하기를
揖予而言曰 읍여이언왈
적벽에서 노는 것이 즐거웠는가?
赤壁之遊樂乎 적벽지유락호
그의 성명을 물으니
問其姓名 문기성명
머리를 숙이고 대답하지 않으니
俛而不答 면이부답
아아! 탄식하며 웃기를
嗚呼噫嘻
나는 알겠구나!
我知之矣
간 밤에
疇昔之夜 주석지야
울며 날아가면서 나를 스치듯이 지난 간 자가
飛鳴而過我者 비명이과아자
그대가 아닌가?
非子也耶 비자야야
*耶(야): 의문조사
도사는 돌아보며 웃기만 할 뿐
道士顧笑 도사고소
나 또한 놀라 깨어나서
予亦驚悟 여역경오
문을 열고 살펴보니
開戶視之 개호시지
그가 간 곳을 알 수가 없었다
不見其處 불견기처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