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하나 둔 우리 부부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 바로 딸 가진 집이에요.
딸과 아빠, 딸과 엄마가 친구처럼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 없을 것 같아요.
베트남 한국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동생이 잠깐 한국에 나왔어요.
딸만 둘 있는 동생네는 한 마디로 글로벌한 가족이에요.
식구들이 저마다 이 나라, 저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도 어찌나 씩씩하고 단란한지....
모처럼만에 한국에 나와, 산모퉁이로 달려갔지요.
"어머, 어머! 이거 부엉이 아냐?"
동생은 산지기가 만든 부엉이를 보고 깜짝 놀라 말하네요.
커다란 부엉이 앞에서 친구 같은 모녀가 찰칵~
중대 약대 졸업반인 예나는 착하고 똑똑한 재원이에요.
영어에 능통하고, 비올라 연주도 프로 수준인 예나...
예쁘게 잘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흡족하고 뿌듯합니다.
두 모녀 뒤에 있는 하늘이 너무 멋져 찰칵~
방울토마토를 언제 따보았을까요?
"방울토마토가 너무 달아요."
동생과 조카 예나는 싱싱하고 튼실한 방울토마토가 신기한가 봐요.
앗, 그런데 이게 웬일?
제가 빨간 고추를 따러 간 사이 두 모녀가 초록 파프리카를 땄어요.
"피망이잖아."
"아닌데...이거 노랑, 주황, 빨강 파프리칸데...."
제 말에 두 모녀, 어쩔 줄 모릅니다.
하긴 주렁주렁 열린 저 초록 열매가 피망인지, 파프리칸지 구분할 사람 몇이나 되겠습니까?
냇물에 발 담그고 땀을 식히고 있어요.
"으이구, 차가워.."
냇물 속 버들치가 깜짝 놀라 바위틈에 숨고
이름모를 곤충들 째째째 우는 초저녁 산모퉁이.....
구수한 옥수수 냄새에 침을 꼴깍 삼킵니다.
쫄깃쫄깃 찰옥수수를 입가심으로 먹고 나서....
예나는 가마솥뚜껑에 지글지글 구워진 삼겹살을 자르고..
산모퉁이에서 생산한 유기농 야채들을 식탁에 주욱 늘어놓았어요.
매콤한 삭힌 고추도 보이고
영양 최고 맛도 최고! 쌈으로 먹을 뽕잎도 보이고
달콤아삭 파프리카도 보이고
아삭아삭 오이고추도 보이고
탱글탱글 달콤한 방울토마토도 보이고
맛있는 소리에
고양이들도 몰려오고
강아지들도 끄응끄응 괴로워하고
부엉이들도 부러운 듯 쳐다보고
밤은 깊어가는데....
풍성한 저녁 만찬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방금 따온 들깻잎과 뽕잎에 삭힌 고추와 양파 피클 한 점을 얹고
고소한 삼겹살 한 점과 산모퉁이 고추장을 똑 얹으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 됩니다.
"저도 한 점만 주시면 안 될까요?"
자존심 강한 연두도 슬금슬금 다가와 애원하듯 쳐다보고...
원래 음식을 덥석덥석 먹지 않는 예나는 "참 맛있다!" 하면서 참말로 맛있게 먹네요.
예나가 이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 별로 본 적이 없거든요.
그건 아마도 맛있는 산모퉁이 음식 탓도 있지만
바로 곁에 친구 같은 엄마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친구 같은 엄마,
친구 같은 딸....
저는 어찌나 부러운지 자꾸만 두 사람을 쳐다 보았답니다.
아들 하나 밖에 없는 저는...
얼른 딸 같은 며느리를 들여
그 며느리를 딸처럼 여기며 사는 수밖에 없겠어요.
에효, 그런데 그 날이 언제나 올까?
첫댓글 저도 희망사항이에요. ^^ 동생분이 선생님과 별로 안 닮으신 것 같아요.
지금도 충분히 친구 같은 사이 아닌가요? 그런 줄 알고 있는데?
아니... 이 시간에 안 주무시다니?? 뭐 하셨어요??? 혹시 열대야????
그러는 경란 씨는 왜 아직? ㅋㅋ...잠이 그냥 안 와요. 싱숭생숭....
ㅎㅎ작가님은 아들을 남자친구로 생각하시면 되겠네요..아들이랑 친구처럼 지내면 아~~부러워요..^^
그게요. 아들이 워낙 말이 없어서...재미가 없어요.
ㅎㅎ~ 우연의 일치, 저의 조카 이름도 예나^^
아, 정말 그런가요?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죠?
선생님은 며느리한테 딸처럼 잘 해주실 것 같아요.^^ 이제 내년이면 저도 딸 애랑 옷을 같이 입을 것 같아요.
지의가 그렇게 자랐나요? 아님, 수산나 샘이 그렇게 마른 건가요?
지의가 많이 자랐어요. 발도 저보다 더 크고(하긴 제가 220이니) 키도 151.5 래요. 근데도 반에서는 서너번째로 작은 편이라네요. 요즘 애들이 넘 커요.헐~
산모퉁이는 언제나 아름다운 생활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곳입니다. 고양이 연두(정말 눈빛이 그러네요)조차 인정하고 있네요~~동생과 조카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연두라는 이름은 이상교 선생님이 지으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