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 법상 스님
일체법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순서는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에 대한 이해이다.
육근은 우리 몸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고,
육경은 각각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에 대응하여 감각되어지는
외부의 감각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육근은 눈, 귀, 코, 혀, 몸, 뜻으로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이며,
육경은 그 대상인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다.
각각 여섯 가지 감각기관은 그에 따르는 감각대상을 가지고 있다.
눈[眼根]은 색[色境]을 대상으로 하며,
색(色)은 빛깔과 모양을 지닌 모든 대상을 의미한다.
사람, 산과 들, 나무와 짐승들, 달과 별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색’이다.
귀[耳根]는 소리[聲境]를 그 대상으로 하고,
코[鼻根]는 향기[香境]를, 혀[舌根]는 맛[味境]을,
몸[身根]은 감촉[觸境]을,
뜻[意根]은 뜻의 대상[法境]을 그 대상으로 한다.
쉽게 말하면, 안근은 시각, 이근은 청각, 비근은 후각,
설근은 미각, 신근은 촉각, 의근은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의근(意根)은 심근(心根)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 ‘마음’이라고 쉽게 이해하면 된다.
즉 마음[意根]으로 지각되는 것들을 법경(法境)이라고 한다.
법경은 물질적 정신적인 모든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생각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존재와 비존재를 아우르고 있다.
앞의 다섯 가지, 안이비설신근은 감각기관이라면
의근은 마음으로 지각하는 지각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육근 가운데 앞의 다섯 가지 오근은 각기 그 인식의 대상이 다르다.
눈은 색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고, 코는 냄새를 맡으며,
혀는 맛보고, 몸은 촉감을 느끼는 등
다섯 가지 오근은 각기 다른 경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눈이 소리를 듣거나, 귀가 맛을 보거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의근(意根)은 오근이 개별적으로 인식한 내용을
모두 한꺼번에 경계로 인식하여, 오근의 활동을
서로 연결하고 종합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