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교육환경 갖춘'시골학교'
'방과후 학교' 평창 면온초교
학원도 전혀 없고, 시내버스마저 하루 두 차례밖에 운행하지 않는 산골 벽지에서 도시 어린이들 못지않게 다양한 방과후 학습 체험을 하는 학교가 화제다.
화제의 학교는 향토작가 이효석 생가 인근에 있는 평창군 봉평면 태기산 끝자락에 위치한 면온초교(교장 서대식).
면온초교는 지난 3월부터 지역의 여러 단체와 '방과후 학교 지원 협의회’를 조직하여 정규공부 시간이 끝난 후 무료로 재미있고 신나는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 횡성 민족사관학교 언니 오빠와 함께하는 '헬로 잉글리쉬, 봉쥬르’ 시간이다. 언니 오빠들을 태운 스쿨버스가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나 한 듯이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간다. 양손에 가득 공부할 놀이학습 자료를 들고 오는 언니 오빠 손을 가로채고 서툰 영어와 프랑스어로 인사를 나눈 어린이들이 3일간에 주어진 짧은 외국어 숙제를 내보인다. 아직도 혀가 제대로 구르지 않는 듯 말을 하는 아이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눈높이와 가슴높이, 언어높이가 비슷한 민사고 언니 오빠들과의 부담 없는 만남을 통해 어느 덧 세계를 가슴에 안고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간다.
월요일 오후 3시. 봉평지역 문화관과 문인협회에서 지원하는 바이올린과 글짓기 시간이다.
평창 출신으로 강릉시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선영씨가 바이올린을 지도한다.
늘 고향 후배들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2시간 연습시간이 너무 짧다고 한다. 전 씨는 산골 골짜기를 타고 울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타고 '제2의 정경화의 꿈'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
서대식 교장이 틈나는 대로 지도해주시는 글짓기 시간에는 1주일에 한번 아동문학가 임교순씨가 어린이들에게 동시 지도를 한다.
원고지 쓰는 방법부터 시작하여 글감을 선택하고, 정리하는 것을 차근차근 가르친다.
작품이 한 편 한 편 신문에 실리고, 소개되면서 아이들은 제법 꼬마 작가라도 된 듯 자신감을 보인다.
목요일 오후, 아이들 모두가 하나같이 기다리는 방과후 체육활동 시간이다.
3월 한 달 동안 학교 주변에 있는 휘닉스 파크 지원을 통해 스키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이젠 제법 스키 선수 같다.
1학년을 비롯한 전교생 51명이 모두 스키를 타고,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9명의 학생들은 지금도 인라인을 타며 다가오는 겨울철 전국 종별 보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요즘 나머지 어린이들은 골프체험에 열심이다.
아직은 골프채도 바르게 잡지 못하지만 휘닉스 파크에서 학교에 만들어준 골프연습장에서 주 1회씩 열심히 골프체험을 한다.
금요일 오후 2시30분. 가까운 봉평중·고교 김영남 미술 선생님이 그림지도를 하러 오는 날이다.
선생님은 학교에 오실 때마다 이상한 것을 가지고 오신다. 어떤 때는 숯, 어떤 때는 분필막, 그런데 참 이상하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선생님이 만지고 그리면 재미있는 것으로 변한다. 미술공부가 있는 저녁에는 어김없이 저녁상에 그림 메뉴가 가득하다.
비록 산촌벽지 소규모학교로 특별실 및 별도의 예산지원은 없지만 학부모들이 만들어준 야외 교실 침상과 식당에서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도 이곳에선 스키보드와 골프체험을 통해 2014년 평창동계 올림픽과 제2의 박세리 꿈나무가 자라나고 있다.
불과 4개월 남짓하지만 지역사회 특성을 살려 주변 기관과 함께 하는 ‘Happy 700’ 방과후 학교 소문이 퍼져 그동안 6명의 어린이들이 서울 및 인근 지역에서 전학을 왔다.
산골벽지 학교가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방과후 학교란 - 정규 과정 外 교육 프로그램
방과후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체제를 말한다. 정부는 △방과후 교육활동 개선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사회양극화 완화를 위한 교육격차 해소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방과후 학교 정책을 마련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방과후 시범학교를 올해 48개에서 267개로 확대하고 초교 보육프로그램을 600개에서 1000개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방과후 학교 추진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초·중·고교의 정규수업 후 '방과후 학교'에서 학원 강사나 대학생, 외국 유학생 등 교사가 아닌 외부 강사로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방과후 학교의 수강생은 성인도 원하면 방과후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교육 시간도 학교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조정된다.
방과후 학교의 수강료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의 20~50% 수준으로 저렴하다.
저소득층 학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특히 맞벌이 가정과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학교 내 보육프로그램을 대폭 강화됐다.
도의 경우 지난 2005년 초교 18곳에서 운영됐던 방과후 학교 보육프로그램이 올해에는 175개교로 확대됐다.
특히 방과후 학교 조기 정착 및 확산을 위해 도교육청은 백종면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방과후 학교 전담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 도교육청과 지역 교육청, 그리고 산하 일선 학교와 연계해 프로그램 개발과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올해 본교 68개교에 1000만~5000만원, 분교에 1000만~4000만원, 또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을 위해 특수교육기관 유치원 종일반에 1600만원, 특수학교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학교당 300만원의 예산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안은복 rio@kado.net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