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출발 2016년 2월 14일
실로 오랜만의 적설기 등반이다.
“아침 일찍 출발해 설천지구 리조트 까지 10시에 도착해 곧바로 곤도라 탈수 있으면 하루에 안성지구 까지 종주 등반이 가능하다.” 는 경험자 후리지아의 말을 듣고 결정해 가는 중이다.
지도를 보고 가늠해보니 송이사가 도와주기만하면 시간적으로 충분하다.
시골 변두리 사람은 공기 맑고, 집값 싸고, 세금은 적게 내지만 불쌍하다.
불리한 게 더 많다.
문화, 의료혜택, 교육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교통이 불편하다.
세벽 4시 반에 일어났는데도 시간이 빡빡하다.
6시. 후리지아를 만나 최해룡 부회장 pick up. 부지런히 달려, 양재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현세, 정태환, 송인순, 김경미를 태우고 존나게 덕유산을 향해 달린다.
그래 존나게가 맞다.
1시간10분 만에 대전을 지난다. 해룡의 운전은 우왁스럽다.
운전을 잘 하는 건가?
130km는 보통이다.
내 직업이 운전이지만 1시간 10분 만에 대전을 왔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모두들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나와 송인순이 천천히 가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들은 체 만 체다.
결과적으론 이렇게 빨리 갈 필요도 없었다.
10시 30분에 공단 직원들과 만나기로 했기에 시간을 조정 하느라 금산휴계소에서 30분 정도를 일부러 쉬었으니 말이다.
복병
하지만 도착해보니 뜻밖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오늘 날씨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곤도라 운행을 안 한단다.
허! 낭패다!
설렁 설렁. 쉬운 등반. 설천봉 부터 걷기 시작해서 향적봉 백암봉 동업령 거쳐 안성지구 분소까지 5시간 정도 쉽게 예상했던 것이 영 빗나간 것이다.
그나저나 곤도라 믿고 전국에서 몰려온 수십대의 버스 등산객은 다 어찌할꼬?
“저 사람들 때문이라도 운행을 개시 할지 모르니 한 30분 기다려보자고.”조박사와 송이사의 의견이다.
따뜻한 차 대접을 받으며 기다려보지만 운행소식은 없다.
바람그칠 기미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공단이 지원해준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백련사 까지 출발이다.
하지만 곤도라에서 이 길로 몰린 등산객들 때문에 차가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바깥쪽으로 조금 비겨 주면 차가 지나가련만 비켜주질 않는다.
귀가 쳐 먹은 게 아니고 운전하는 직원이 도통 크락션을 울리지 않는다. 답답하다.
그렇다고 국립공원 안에서 크락션 왜 안 울리냐고 타박할 수도 없다.
산행
겨우 겨우 12시경 백련사 도착.
이 백련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운동, 백련결사의 그 白蓮寺가 아니다.
백련결사의 백련사는 우리가 다산 정약용과 연관지어 알고 있는 전라도 강진의 백련사.
이곳에서 다산은 혜장선사 라는 분과 초의선사를 만나 차를 즐기셨다.
이곳에 자생하는 야생 차밭이 있어서 차를 즐기실 수 있었는데 그래서 茶山이시다.
우리가 있는 이 白蓮寺는 신라 신문왕(문무왕 아들)때 지어진 1000년 고찰 이긴 하나
이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 외에는 그리 알려진 절은 아닌 것 같다
6.25때 불탓던 절을 다시지어 내세울만한 보물이나 문화재가 없어서 인가보다.
여기서부터 향적봉까지는 고난의 행군이다.
고도 1000m를 올려야하고 3km를 걸어야하는 각도 높은 비탈이다.
쉬지 않고 걸어 2시간 만에 주파. 점심을 먹는다.
눈보라 치는 얼음바닥에 자릴 잡고 점심을 먹으려니 어정 어정 쉽게 앉아지질 않는다.
송이사가 안되겠는지 전화 한통.
잠시후 개인이 관리하는 대피소 실내로 입장할수 있었다.
휴- 천만 다행이다.
식사
항상 우리 점심은 최고급이다.
현세님이 싸온 예의 그 오곡찰밥과 후리지아의 홍어회와 돼지 껍데기. 김경미의 갓 담아온 물김치와 배추김치. 호화찬란한 메뉴에 전자렌지가 있
어서 따뜻하게 먹는다.
현세님과 둘이서 담배 한 대식을 피우고 다시 출발이다.
상고대
상고대가 서리 霜 자 어쩌구하면 무식이 탈로 난다. 순 한글이다.
올라 올적에 감탄했던 상고대는 아무것도 아니다.
향적봉 부터의 상고대는 왕, 왕, 王상고대다.
서릿발 날카롭게 무늬도 선명한 살집 좋은 녀석들이 온천지에 무성하다.
참나무에도 구상나무에도 철쭉에도 온 나무에 다 흰 다이아몬드를 듬북 듬북 이고 있다.
봄 여름의 꽃핀 나무들이 저리 아름다울까?
컬러 사진보다는 흑백 사진이 한층 예술성이 있듯이 한 차원 높은 아름다움이 눈보라치는 하늘아래 끝 간데 없이 펼쳐저 있다.
저 구상나무로 가려진 숲속에는 얼음공주 에리사가 살고있는 겨울왕국의 궁전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온통 하얀 숲의 아름다움은 그들의 마술이나 요술의 힘 이겠지.
이 눈보라 소리 겨울왕국 요정들의 장난치는 소리가 아니감?
우리가 걷는 이 오솔길 앞에 얼음공주 에리사가 팅커벨처럼 장난스런 몸짓으로 톡 튀어나올것만 같다.
苦行
두시간 만에 高度1000m를 올리고 모진 눈보라에 13km를 걸어야하니 무척 힘들다.
그러나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행복감이 더하다.
이런 어려움은 이 행복감에 대한 당연한 지불이다.
하기야 우리모두 정상에서의 엑스터시를 위해서 애써 산에 오르지 않은가?
향적봉에서 안서지구 분소까지는 평상시에 4시간 정도 잡는 코스이다.
이 악천후에 3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으니 무척 빨리 온 것이다.
빨리 올 수 밖에.
이 눈보라 치는 추운날에 서 서 쉬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이 낳았다.
쉴세 없이 걷는 수 밖에.
무릅 아프고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걷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조현세님 부산에 가야할 일이생겨 마음이 바쁘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 와중에도 이 산. 이 에리사의 왕국. 이 환상을 뒤에 두고 온다는 건 못내 아쉬웠다.
언제 또 이런 설국에 오르게 될지 기약할 수 없는 나이 라는 게 새삼 가슴 서늘하다.
해룡부회장이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는 안성지구분소 에 도착하니 6시가넘어 땅거미가 지고 있다.
눈길이라 5시간 예상했던 구간을 3시간.
거의 마라톤 수준이다. 지친몸을 공단 직원들이 부축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따뜻한 보양차로 몸을 녹인다.
모두 모두 고생 했시다.
현세님 은 우리가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고 중심이시요.
덕분에 힘들어도 빨리 끝낼수 있었고
태환님 묵직한 응원에 항상 힘을 얻는다오. 덕분에 동무가 되어 내가 같이 끝낼수 있었고,
송인순님 덕분은 말 안해도 알고 .고맙소.
최해룡 선배들 위해 바쁜중에도 일부러 참석. 운전까지 해주어 고맙소. 분명 복받을꺼여.
후리지아님 차량. 맛난 요리. 사진. 두루두루 고맙고
김경미 모처럼 참석해 . 맛있는 김치국 새로 담아오느라 고생했소.
옛날 김첨지가 아니라 깜짝 놀랐소.
모두 모두 고맙시다.노땅팀 화팅. 하리 만세.
첫댓글 감동 입니다.
애쓰셨습니다. 하리만만세..!!
맛갈스럽게 쓰신 산행후기 그날 감흥이 되살아납니다.
역시 성식이형 후기는 왕입니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설국에 다녀오셨군요
덕유산 능선 바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칼바람인디
애 많이 쓰셨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엘사 왕국을 보고 어셨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겨울왕국의 왕작가님..멋지십니다~~~^^
댓글 달아주신분들 고맙습니다. 2016년 분명 돈 많이 벌고 복받을꺼여.
하나 더 달면 더더 많이 벌 수 있을까요? 바쁜데 돈이 안되서 미치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