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雪日)/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도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로써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한국 대표 명시 3, 빛샘]===
눈 오는 날은
눈을 맞으며 학교에 갔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오면, 길과 들이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무신으로 눈이 들어와 시린 발을 더 고통스럽게 하였습니다.
몇 시간을 걸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의 집은 산 너머에 있기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형님이 만들어 준 엉성한 토끼털 귀마개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왔습니다.
온통 눈으로 덮인 들판에는 새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나무들과 바람이 그리고 눈이 친구였습니다.
화로에 언 손을 녹였습니다.
고구마가 화로에 익어갔던
그 옛날 10살 소년을 봅니다.
추운 날 되기를 바랍니다. ㅎ.ㅎ
=인천항공교통관제소 출장길, 김해공항에서 적토마 올림=
첫댓글 이 시는 김남조 시인만이 그릴수 있는 시적 표현이 너무 좋은 시이군요^^
적토마님의 시감성 짱이십니다^^
댓글 남겨 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