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지연제 권사님이 예배당으로 들어오는 길과 주차장 주변 그리고 밭 주변을 제초해 주셨습니다. 제가 낫으로 했으면 며칠 걸렸을 텐데 한 시간 좀 넘게 후딱 해치우셨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상황이라 무척 죄송했습니다. 권사님이 지나가신 길을 정리하면서 엔진 예초기는 엄두를 못 내겠고 성능 좋은 충전 예초기를 하나 알아봐야지 싶습니다.
점심에는 약속이 있어서 태안과 서산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늦은 오후에 올 처음으로 잔디를 깎았습니다. 깎는 동안 즐거웠고 감사했는데 도구의 변천사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낫으로 잔디를 깎았습니다. 그야말로 쥐어뜯는 수준이었습니다. 힘은 힘대로 들고 능률이 맘에 들지 않아서 큰 전지가위를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처음엔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었는데 여전히 힘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잔디 깎는 도구를 알아봤는데 모터를 이용한 기계는 엄두를 못 내고 그야말로 오로지 팔 힘을 이용해서 깎는 도구를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처음 사용하는 순간부터 ‘잘못 샀구나!’ 했습니다. 힘으로 밀어야 하는데 팔 힘이 약한 저에겐 무리였습니다. 그래도 구입했기에 몇 년 사용했습니다. 특히 잔디가 자란 다음에 깎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30분 하면 손이 떨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낫이나 전지가위 보다는 양반이었습니다. 낫이 4-5천원, 큰 전지가위가 3만원, 힘으로 밀어 깎는 기계가 4만 5천 원 정도 했습니다. 낫은 여러 개 그리고 전지가위는 몇 개 구입했다면 힘으로 깎는 기계는 하나로 끝냈습니다. 다 나름의 가격에 맞는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전기로 하는 기계를 구입했습니다. 25만원 정도였습니다. 처음 사서 작동을 하는 그 순간에 제 자신을 얼마나 탓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편한 것을 진작 사지....... 어제도 잔디밭에서 기계를 밀면서 그 첫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예쁘게 깎아지는 잔디를 보면서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걸 그 때는 왜 쉽게 사지 못했을까 생각하다 웃으며 그 놈의 돈이 원수지 했습니다.
잔디를 다 깎고 나서 바라보는 그 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풀 내음도 좋고 깔끔해진 잔디밭의 정갈함은 그 때 최고로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제멋대로 자라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며 잔디밭에 남겨 놓은 진한 여운이 가는 세월을 아쉽게 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