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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풍류여행을 마치고 난 개인적인 소감 (2006년 12월 2-4일)
작성자:악궁
2006년 12월 국문연 풍류여행에서 느낀 점은 이 모임이 점점 더 질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를 향한 발돋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한일 활쏘기 문화교류인데 집행부의 철저한 사전답사와 준비로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았던 일본의 궁도실습을 직접 확인했고 또한 양국의 공식적 활쏘기 교류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이례적인 기회를 가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문화상대적인 입장에서 ‘短弓 대 長弓’의 유사함과 다름을 보여주는 場이 되었다. 긴 활은 공간의 사용에 있어 좀 더 드라마틱하고 큰 동작 선을 창출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인이 작은 공간을 놀랄만큼 적절하게 사용하고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또한 일본 궁도가 전국적으로 통일이 되었는지 아니면 음악처럼 지역이나 家系마다 스타일이 다른지 알고 싶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양국의 활문화 교류에서는 활이라는 도구가 문화에 따라 궁사의 몸에서 어떻게 다르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활에 대한 두 나라의 뚜렷한 문화차이와 접근방식에도 불구하고 (전쟁시의 무기라는 점은 제외하고) 활은 궁사의 예의범절과 자아훈련 과정의 도구로 사용되었음은 공통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활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양국이 접근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우 긴 활과 화살을 지닌 궁사는 활을 쏘기까지 각 동작이 의도적일 만큼 커다란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궁사의 키보다도 긴 활을 다루기 위해 그런 만큼 궁사가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공간을 사용해야 하며 따라서 과장되기까지 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동작 하나하나에는 에너지를 주입하고 내보내는 호흡의 원리를 이용하여 느리면서 연결된 하나가 된 느낌을 준다. 느리고 큰 동작과 함께 주위를 집중시키는 것은 궁사의 의복이다. 길고 아랫단이 넓은 여러 면으로 열려진 공간은 궁사의 발 디딤의 실행을 위해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 궁사는 화살을 상의 안에서 밀어 넣으면서 이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른쪽 어깨의 단을 제치면서 오른쪽 가슴을 드러내 준다. 즉 궁사의 의복은 활을 쏘는데 필요한 동작과 공간 활용의 수행을 위해 디자인이 되어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의복과 함께 일본궁사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사무라이 전통에서 유래하고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궁사의 의복색깔은 시각적으로 수도승의 것과 유사하여 종교와 의식과의 관련성을 부가해 준다.
일본의 활쏘기 문화는 전통의 무예와 예술 (노, 가부키 등) 및 종교 등을 적절히 종합하여 정착시킨 하나의 弓道로 총체적인 문화의 결정체라고 간주하고 싶다. 이들의 장점은 작은 것이나 사소한 것 하나도 의식화시키고 의미있게 만드는 작업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적인 활쏘기의 엄격한 의식이 팀워크로 행할 경우 정지없이 하나의 활쏘기처럼 이어지는데, 이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의 빈틈없고 섬세한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일본의 궁도는 안무화 된 스테이지의 연극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이 점에서 우리들 (특히 서구인들)은 무엇인가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유겐 헤리겔이 체험한 일본 궁도의 학습과정을 자세히 서술한 『활쏘기 예술에서의 禪 Zen in the Art of Archery』이란 책이 미국 대학의 연극학과에서 교재로 사용된다는 점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건호님이 우려하신 “일본궁도의 이러한 점을 보고 국궁을 폄하하기 쉽다”는 언급은 기우에 불과하다. 나의 개인적인 느낌은 일본궁사가 활쏘기 과정에서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점은 크게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들의 연극적이면서 약간은 호전적인 자세와 함께 활자체에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궁사의 몸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보다는, 얹지 않은 각궁 3개를 목에 걸친 한 한국궁사의 활과의 일체감에 오히려 큰 감명을 받았다.
반면에 한국의 활쏘기는 예의범절을 바탕으로 학습되면서 사범의 지도하에 배우지만 실용적인 면이 강하다고 생각된다. 현재는 활쏘기가 스포츠화 되면서 전통적인 활쏘기 예법의 과정들이 생략되거나 잊혀진 면이 있는데, 활쏘기는 또한 다른 전통예술과 같이 간단하거나 편한 것을 선호하는 현 시대의 모습을 반영해 주기도 한다. 국궁은 동작범위 (가슴 위로만 필요)를 과장하지 않고도 몸과 일체가 되는 자연스러우면서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동작을 위한 사법이라고 생각된다. 일본궁도가 엄격한 도제제도를 통해 통일된 스타일 (?)을 추구한다면, 한국의 활쏘기는 전통 사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역이나 亭 또는 개인적으로 약간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훨씬 더 흥미롭고 인간적이다. 이는 한국음악에서 한국음악이라는 어법은 같지만 스타일 (류)은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개성을 창출하는 것과 같다. 일본 궁도가 안무화되면서 스타일화 되어가고 엄격한 룰 하에 학습과 실습되는 점을 보면서 일본 음악과 같은 다른 전통예술처럼 전통적인 측면 (또는 후에 재창출 된 전통)에서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보전 (보존)과 전승에만 치우치는 반면, 한국의 활쏘기는 전통을 기반으로 좀 더 개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듯하여 이로서 앞으로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있음을 느꼈다.
이번 대마도에서 행해진 한일 궁도 교류에서 의의는 우리가 직접 일본궁도의 본산지로 찾아가 그들의 실습을 참관하고 한국 궁도인들이 한국의 활쏘기 시범을 보인 점이다. 그 지역에 뿌리를 내려 여러 세대를 통해 전승된 일본의 궁도를 참관하고 그 사정에서 한국의 활쏘기를 보여준 문화교류는 정통적인 장소 (authentic place) 중 한 지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고 독특한 체험이었다. 우리의 다양한 화살 (성순경님)을 가지고 시범을 보여준 점은 역사적인 견지에서 그들에게 호기심을 주었을 뿐 아니라 국궁의 활쏘기 문화의 우수한 점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보여준 한국궁사들의 단합되고 효율적인 진행은 민주적이고 화기애애했다. 각자가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행한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범이 끝난 후 양국의 참가자들이 행한 상견례와 선물교환은 훈훈한 정과 상이한 문화를 알고 싶은 욕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대마도에서 보여 준 약식의 시범은 한국의 전통 활쏘기 실습에 대한 이슈 한 가지를 드러내주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그리고 앞으로 전 세계의 궁사들과 활쏘기 대회를 갖는다는 가정 하에서 문제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 궁사들은 전통적인 사법인 145미터 거리의 활쏘기에만 익숙해져 그 거리 내외의 표적을 맞추는데 있어 한계점을 드러내 주었다. “145미터 거리에 익숙해진 궁사는 128미터 과녁에다 발사할 때 못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결론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시해 주는데. 이는 우리의 활쏘기가 거의 기계적으로 또는 감을 가지고 쏜다는 점을 암시해주고 있다. 145미터의 거리를 조준해서 표적을 맞추어 쏜다면 120미터이건 150미터이건 거리에 상관없이 표적을 맞출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45미터란 전통적인 활쏘기를 바탕으로 어느 지점에서든지 쏠 수 있는 골프와 같은 융통성있는 ‘필드 활쏘기 field archery’와 같은 룰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서 앞으로 누구든지 활쏘기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이로서 대중적인 놀이나 스포츠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이번 한일 문화교류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거의 양국의 공식적인 행사로 간주할 때 일본은 전반적으로 의상 등 철저하게 갖춘 활쏘기를 보여준 반면, 한국의 궁사들은 의상 면에서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2-3인만 제외하고). 활쏘기 퍼퍼먼스에서는 궁사의 몸이 제시되는데 그러한 문화교류의 맥락에서 볼 때 운동복이나 평상복 등의 간편한 차림으로 각궁을 쏘는데 활만큼 집중을 받기에는 부족했을 뿐 아니라 예의에도 어긋났다. 적합한 의상은 단지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활쏘기에 있어 궁사의 몸의 일부가 되어 활쏘기의 수행을 위해 도움을 주는 필요한 것이다. 우리도 앞으로 국제 활쏘기를 대비해 한국적이면서 실용적인 의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과 문화란 한 세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정착되어 가는데 이루비 회장님의 경우 사모님과 두 아드님이 실습하고 이어나가는데 큰 감명을 받았다. 우리의 경우도 대중화 이전에 주위의 가까운 가족들부터 실천하고 이어나간다면 저변에서 이러한 활쏘기 전통과 혁신이 이루어져 전파되어 나가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이러한 전통적인 활쏘기는 소수에 의해 실습되면서 숨어있기 때문에(?) 외부인이 찾아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발견하고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한 몇 분들 - 윤진평, 김영웅, 임성국, 박부근님에게 전적으로 공로를 돌리고 싶다. 이들의 전문성과 헌신 및 열린 마음 그리고 너그러움은 이번 풍류여행을 특별하고 의미있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면에서 국궁의 세계화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참가자 전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신데 대해서도 큰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김경희씨와 임성국님의 통역으로 양국의 의사소통에 큰 도움을 주셔서 원활하게 진행된 점 감사드리고 싶다. 이번 행사로 인해 앞으로 국문연과 국궁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신 궁사들의 합동으로 더욱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문화교류는 '타자‘를 통해 ’자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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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기사무예보통지
첫댓글 활쏘기에 있어 통일된 복장과 사거리 조정,과녁판 축소,점수제 도입 등등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활이 허접하다고 하여 일본의 궁도문화를 민족감정을 앞세워 폄하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국궁개혁(통일된 사법과 전통복장,동개,시복착용 등등)을 통해 일본 궁도의 세계화에 대응해 나가야 할것입니다.
또 한 현재의 활터문화에 안주하지 말고 실내 스포츠로서의 국궁문화도 보급해 나감으로 대중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