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은 자신의 조국 러시아를 떠나 주로 파리에서 활동했다. “러시아에는 색채가 없다”던 그에게 파리는 “예술의 태양이 뜨는 유일한 도시”였다. 그러나 그는 고향인 러시아 서부의 작은 도시 비테프스키를 늘 그리워했다. 그의 작품 ‘러시아 마을’은 아마도 한겨울 비테프스키의 풍경을 재현한듯하다. 그의 말대로 눈 덮인 러시아 마을은 “색채”가 별로 없다. 좌우에 서 있는 두 가옥의 벽을 적색과 청색으로 칠했지만, 밝고 화려한 색채의 폭발 같은 샤갈의 그림들을 염두에 두면 이 색깔들은 (상대적으로) 우울하고 칙칙한 느낌을 준다. 인적이 전혀 없는 단순한 구도의 거리엔 눈이 덮여 있고, 썰매를 탄 한 사내가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어둡고 칙칙한 하늘을 대각선으로 날아가고 있다. 이 남자는 도대체 무엇을 찾아,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샤갈의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짝을 이루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연인 혹은 부부의 모습이다. 그의 그림엔 시도 때도 없이 부부의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한마디로 말해 샤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1차대전 발발 직후에 그는 결혼했고, 1944년 아내 벨라가 급성 간염으로 갑자기 사망한 후 9개월 동안 모든 그림들을 벽으로 돌려놓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에서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그녀와 함께 푸른 공기와 사랑과 꽃들이 스며들어왔다. 그녀는 오랫동안 내 그림을 이끌며 나의 캔버스 위를 날아다녔다.” 부인이 “예스”라고 말하기 전엔 자신의 그림에 결코 사인을 하지 않았던 샤갈이다. ‘러시아 마을’이 1929년, 그가 결혼한 후 근 15년이 지나서 그린 그림임을 생각하면, 이 그림은 아직 사랑의 ‘색채’가 없던 청년기의 자신을 회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눈썰매를 타고 그는 아직 오지 않았던 사랑을 찾아 우울하고 칙칙한 러시아의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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