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수학교육과 김현수
나는 너무 심하게 직관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MBTI를 말하자면 P가 최소 90%는 나오는 사람이며, 99~100%가 나오기도 한다.
항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소하게는 간식거리를 살 때 대부분 사보지 않은 신기하고 궁금한 음식을 고르고, 인생에 꽤 큰 영향을 미치는 일도 직관적인 판단이 많다. (어쩔 수 없이 직관을 선택하는 부분도 꽤 많다...)
먼저 고등학생 때의 직관을 소개한다.
우리 학년은 문이과 통합을 첫 번째로 하게 되었고, 당시 나는 수학 교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명확하게 존재했었다.
우리 고등학교는 고2 때 국영수는 통합, 탐구과목은 정해진 사회탐구 4과목 또는 과학탐구 4과목을 선택하여 듣는 방식이었다.
수학교육과에 진학할 생각이면 누가 봐도 과학탐구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때 당시 나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회 과목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교사가 되려면 당장 나에게 과학 탐구를 배우는 것보다 윤리와 사회적 시각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사회탐구를 선택하였다. 결국 열심히 노력해서 4과목 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3학년 때는 과학 탐구II를 해서 I을 독학해서 공부해야 했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혼자 ebs 강의를 들어가면서 독학한 시간조차 즐거웠다.
다음은 올해 있던 따끈따끈한 2개의 직관 경험이다.
지난 학기 기숙사에서 거주하였는데, 이 기숙사는 거주하던 학생이 우선 계속 거주가 가능하고 나가는 학생 인원만큼 신규 학생이 입주하는 시스템이다. 나도 당연히 겨울방학 때 계속 거주를 신청하였고, 청소주간이 되어 짐을 정리해두고 본가에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간 다음 날 퇴실 처리된 학생인데, 짐을 놓고 갔다고 짐 정리를 2일 이내로 가져가 달라고 전화가 왔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계속 거주로 선발된 후 1~2주간 기숙사비 납부기간에 납부하지 않아, 계속 거주 포기가 되었고 이미 다른 학생들의 입주로 자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당장 2주 뒤에 개강인데 갑자기 집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매우 당황하였지만 침착하려고 노력했고, 모든 기숙사를 알아봤지만 신입생도 아닌데 개강 2주 전에 선발이 남아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 근처에 셰어하우스를 급하게 찾아보았고, 다행히 셰어하우스 공실이 남아있어 입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등교를 5분도 걸리지 않고 하게 되어, 오히려 좋아~가 되었다.
이 일은 이번 학기 수강신청 기간에 있던 일이다.
올해 우리과 2학년은 남학생들이 군대를 늦게 가고, 군 휴학 하신 선배님들이 복학하면서 2학년이 포화가 되었다. 2학년 전공수업이 최대 수강 인원에 비해 많았고, 전공 수강신청을 원활하게 할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전공 하나를 놓치게 되었고, 이 빈 전공시간을 선이수가 필요하지 않은 4학년 전공을 담았다. 어차피 4학년 때 들어야 할 전공이고, 선이수과목이 존재하지 않으면 지금 들어도 내가 열심히 하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2학년 중에 유일하게 듣게 되었다. 정정기간에 인원을 늘려주어 원래의 2학년 전공을 담을 수 있게 되었지만, OT와 배울 내용을 보니 그냥 수강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수강하였다. 4학년 전공이라 교생실습으로 인해 수업 방식도 좀 다르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교수님이 교생실습을 마치고 온 학생들에게 교생후기를 짧게나마 말하게 해 선배님들의 생생한 교생후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수업이었다.
인생이 너무 직관적이라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개인적으로 안 좋게 생각했었는데, 교수님이 15주차 자율 수업 시간에 김현수 학생은 저같은 사람이라고 말씀해주신게 기억에 남는다. 합리적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점은 서로 시너지를 통해 보완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직관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행복이 높아진다고 수업에 말씀해주신 점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주변인은 직관적인 모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행복합시다! 합리적이고 직관적이게~